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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철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감염적 존재 ‘호모 인펙티부스’를 위하여
강철
파이돈 20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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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왜 지금 ‘팬데믹 윤리’인가?
서론: 감염병 윤리의 철학적 재구성

1부 - 팬데믹 위기와 철학의 소명

1장 팬데믹은 사회, 정치, 규범 영역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1. 사회 영역: 감염의 사회학, 불평등한 재난
2. 정치 영역: 통치의 형식과 민주주의의 경계
3. 규범 영역: 규범 질서의 혼란과 공중보건의 의무

2장 위기 상황에서 철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3장 철학함의 복원: 누구나 개념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2부 - 개념공학과 감염병 윤리의 재설계

1장 이론적 고찰
1. 개념공학이란 무엇인가?
2. 개념공학적 재구성: 세계, 개인?사회, 인간

2장 실천적 고찰
1. 개념공학의 실제
2. 대중의 참여와 넛지
3. 도리(道理)로서의 감염확산방지 의무

결론: 호모 인펙티부스와 철학의 새로운 소명

저자 소개 1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의료윤리를 가르치고 있으며, 철학이야말로 가장 실천적인 학문이라는 신념 아래, 개념의 비판과 재구성을 통해 사회 현실에 개입하는 작업을 수행해 왔다. 현재 의료윤리, 인공지능윤리, 기업윤리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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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128*188*20mm
ISBN13
9791199104716

책 속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감염병이라는 의료적, 행정적 재난은 물론이고,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인식체계와 가치체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규범적인 위기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팬데믹은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며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도록 만든 계기였다.
--- p.6

우리는 이제 ‘건강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그동안 당연시 해왔던 숨은 가정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물어야 한다. 그 물음의 범위를 인간 내부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동물-환경 간의 상호침투성과 의존성 전체로 확장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철학적 자원이 되는 것이 바로 ‘하나의 세계, 하나의 건강 (One World, One Health)’이라는 패러다임이다.
--- p.22

향후 유사한 감염병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방역정책의 형평성과 투명성뿐 아니라, 정치적 대표성과 참여의 윤리적 구조를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철학은 여기서, 단지 ‘통치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재난 상황에서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공동으로 사유하는 인식의 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 p.44

철학자는 개념을 제작하고, 수정하고, 필요하다면 폐기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팬데믹 상황에서 사용된 개념들이 어떤 현실적 효과를 갖는지를 분석하고, 그 개념들을 윤리적, 사회적 측면에서 더 정당한 방식으로 개선하기 위한 일종의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 p.49

팬데믹은 통제와 지배, 훈육과 억압이라는 언어 자체의 권력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슈퍼전파자’, ‘확진자’, ‘자가격리자’,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개념들이 단순한 기술어(descriptive term)가 아니라 정치적 프레임이자 규범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개념은 단순히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한 시선과 방향성을 부여하는 창틀(frame)이며, 세계를 해석하고 구성하는 장치이다.
--- p.81

인간과 동물, 인간과 환경이 동등하게 질병의 원인이자 해결의 주체로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할 때,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서 지속 가능한 규범적인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요컨대 인간/비인간이라는 가치론적 이분법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우리는 팬데믹의 반복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바이러스를 가능하게 만든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다.
--- p.98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호모 사피엔스의 신화를 전면적으로 해체하였다. 팬데믹은 인간이 언제나 타자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감염 가능하고 감염을 매개하는 존재라는 점을 극적으로 드러내 주었다. 인간은 독립적 주체가 아니라 바이러스, 미생물, 타자, 거리, 공기, 마스크, 언어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이들에 의해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는 감염적 존재자였다. 이러한 존재방식에 주목하여, 나는 인간을 새롭게 ‘호모 인펙티부스(Homo Infectivus)’, 즉 감염적 존재로 재정의할 것을 제안한다.
--- p.124

요컨대 우리는 ‘권리-의무’라는 분리된 몸과 추상적 개인을 전제하는 근대의 법적 틀을 넘어, 연결된 생명체로서의 인간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존재론적 사실을 성찰하고, 거기서 비롯되는 규범적 요청으로서의 도리를 윤리적 기초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도리의 윤리학은 법과 제도를 초월한 신뢰의 기초이며, 미래의 재난에 대응하는 공적 윤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팬데믹 이후의 사회는 이와 같은 존재론적, 윤리적 성찰 위에서만 다시 설계될 수 있다.

--- p.159

출판사 리뷰

개념공학과 언어의 사회적 효과

개념공학은 단순히 개념의 의미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념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며 어떤 규범적 결과를 낳는지 평가함으로써 더 나은 개념을 설계하는 실천적 철학 분야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 ‘슈퍼전파자’, ‘무증상 감염자’ 등 일상화된 용어들은 표면적으로는 중립적 사실을 기술하지만, 그 이면에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표적화하고 책임을 개인에게 환원하는 사회적 낙인효과를 내포했다. 이러한 언어는 공포와 비난, 배제와 권력관계를 재생산하며 방역의 신뢰 기반을 약화시켰다. 개념공학은 이처럼 사회적 담론 속에서 작동하는 개념들의 윤리적, 사회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적 언어와 소통 구조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둔다.

소통과 참여의 구조 재설계

팬데믹 대응에서 국가 주도의 수직적 지시와 강제는 불가피했지만, 효과적 위기 대응의 핵심은 대중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에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을 방역의 객체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윤리적 주체로 존중하고, 신뢰와 공감, 참여를 기반으로 한 수평적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 언어와 담론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인식과 행동, 사회적 질서를 구성하는 권력의 장치다. 따라서 감염병 윤리의 철학적 개입은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속성뿐 아니라, 그것이 어떤 언어와 개념 속에서 사회적 현실로 구성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인간 개념의 재구성과 새로운 윤리적 프레임

팬데믹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다시 던졌다. 기존의 인간관은 자율적이고 분리된 개체로서의 인간을 전제했으나, 코로나19는 인간이 감염의 수용성과 전염 유발성을 동시에 지닌 ‘연결된 몸’임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건강과 질병은 단일 개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동물-환경의 상호의존적 관계망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하나의 세계, 하나의 건강(One World, One Health)’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또한, 인간은 바이러스뿐 아니라 마스크, 공기, 기술, 언어 등 비인간 존재자들과의 감응을 통해 존재가 구성되는 ‘감응적 존재’임이 드러났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감염병 대응은 통제와 처벌이 아니라 자율적 참여와 감응의 윤리, 공감과 연대를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팬데믹 시대 철학의 역할은 기존의 개념과 인식체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보다 정의롭고 신뢰 가능한 소통과 협력의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다. 따라서 필자는 이 책에서 인간을 ‘호모 인펙티부스(Homo infectivus, 감염적 존재)’로 재규정하며, 연결된 몸, 하나의 건강, 감응의 윤리라는 새로운 철학적 프레임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감염병 위기 대응은 단순한 기술적, 제도적 조치를 넘어, 인식과 가치, 언어와 소통의 구조적 전환을 통해 실현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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