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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0051월 0132월 0293월 0474월 0675월 0876월 1077월 1238월 1439월 16510월 18511월 20712월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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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의 ‘날짜 없는 일기’ 시리즈시를 쓰는 사람이 맞닥뜨린 언어의 편린들을 주워올린 일종의 문학 일기. 1년 동안 쓴 일기를 한 권에 묶고 날짜를 쓰지 않고 월별로만 장을 나누었다. 문학화시킬 필요가 없는 평평한 순간들에 대한 기록, 문학의 반대편으로 나아가는 날것의 글쓰기이자 어떠한 의미도 들어서지 않는 평이한 순간을 유지하려는 시도이다. 시인 이수명은 시에 대한 생각 옆에 무심하게 펼쳐진 시공간과 일상, 사물과 현상을 이리저리 스케치해나가며 문학과 문학 아닌 것의 경계, 시어와 시어 아닌 것의 차이가 흐려지는 순간을 포착해보려 한다. 책머리에이 책은 지난해부터 출간하기 시작한 ‘날짜 없는 일기’의 두번째 권이다.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 쓴 일기를 한 권에 묶은 것이다. 날짜를 쓰지 않고 월별로만 장을 나눈 것은 첫 권 『내가 없는 쓰기』와 동일하다. 작년에 첫 권이 나왔을 때, 다른 것은 차치하고 1월부터 시작해서 12월로 끝나는 단순한 목차에서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일상이라는 것은 월별로 이루어진다. 책의 배치는 그것에 적합해 보이며 야단스럽지 않은 쓰기에 여전히 어울리는 것 같다.가볍고 조용한 호흡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일상의 장면들을 포착한 것이 특별한 것일 수는 없다. 하루의 어느 행간에서, 짧은 틈새에서, 사소하고 밋밋한 것들이 더 많이, 더 자주 보이고, 그러한 것과 함께한 흔적이다. 문학화시킬 필요가 없는 평평한 순간들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문학적 액션을 가미하고 싶지 않은 순간, 어떠한 의미도 들어서지 않는 평이한 순간을 유지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그러고 보니 시를 쓰는 내게는 언제나 어떤 저항이 남아 있는 듯하다. 시가 몰입, 에너지, 비약, 발산, 전략 같은 것이라면, 이러한 쓰기에 대한 저항 말이다. 시가 아닌 쓰기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어떤 식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는데도 그렇게 해보게 된다. 그런 글쓰기가 가능한 것처럼 움직여보게 된다. 결국 문학의 반대편으로 나아가는 날것의 글쓰기를 해보려는 욕구가 올해도 이 책을 쓰게 한 계기가 되고 있다. 내용 없이, 내용의 회전과 동력 없이, 마치 호흡을 하듯이 문장만을 따라가는 무미한 글을 써보고 싶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향도 결국 문학을 온전히 걷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버리게 하지는 못한다. 또 이쯤 되면 무엇을 버린다는 건지 엎치락뒤치락 알 수 없게 되는 측면도 있다. 이 책은 이러저러한 생각들마저 제어하지 않고 내버려둔 채 쓰인 결과물이다.올해는 작년보다 더 두드러지게 두 갈래 글들이 들어서게 된 것 같다. 하나는 가벼움과 조용함으로 이루어진 일상의 무의미한 조각들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의 의구심 쪽으로 난 길이다. 이 의구심은 문학에 대한 크고 작은 메타적 생각에 닿아 있다. 이것은 나 자신의 시와 글쓰기를 비롯하여 문학사, 시인들과 그들의 행로를 포괄한다. 한마디로 시와 글쓰기에 대한 약간의 거리감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 시와 문학을 다시 바라본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시로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시가 아닌 글이 갈 수 있는 방향이다. 아무것도 아닌 글이다.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글이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작년에 이어 이 책을 쓰게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조각 글들은 정적과 소음에 불과할 뿐, 어떠한 형체도 갖추지 못하고 모일 수도 없다. 무엇을 조직할 수도, 힘을 발휘할 수도 없다. 단지 형식으로부터의 놓여남에 불과할 뿐이다. 스스로도 미덥지 않아 하면서 말이다. 조직으로부터 풀려난 글은 처음부터 흩어져 있는 글이다. 아니면 곧 흩어져버릴 글들이다. 흩어지면서 잠시 숨을 쉬듯이, 중얼거리듯이, 혼잣말하듯이 놓여 있는 글들, 이 글들을 세상에 내보낸다.연속해서 책을 출간해준, 그리고 작년의 일기까지 이번에 새로 단장을 해준 난다의 김민정 대표에게 감사를 드린다. 원고를 읽고 세심하게 살펴준 유성원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2024년 10월이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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