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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개정판
유성원
난다 20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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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아저씨들 / 십만 원 / 횡단보도를 건너 / 1955버거 / 시마이 / 쥐어뜯기 / 수치심 / 모멸감 / 3F / 너무 멀리 있어요 / 월곡동 / 산낙지 / 프로베스트 / 잘한 걸까 / 휴게텔 가운 / 콘돔 / 문을 여는 법 / 서울 사람 / 건강 훈련 / 어차피 / 목요일 / 잃은 팔 / 개미 / 이렇게 살 거라면 / 치약 / 스위치 켜기 / 녹지공원과 / 설거지란 뭘까? / 흑흑 / 아내가 있어서 /요도염

2부


라디에이터 / 십 미터 앞 / 보자기 / 돼지갈비 / 소리 내어 말하기 /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 / 용기란 무엇일까 / 새해 / 아이 마이 미 유 유얼 유 / 오줌 / 애니타임 / 돼지뼈 / 벽 / 회복 / 안에 싸주세요 / 입을 맞추고 싶었는데 / 마요치즈 프링글스와 반통어치의 절실한 사랑하기 / 이태원 / 빛 / 일기 / 칫솔과 면도기 / 3하고 26 / 일 년 / 형하고 저는 아무 관계 아니잖아요 / 훼손되지 않는 사람 / 물속에서 / 부를 수 있는 이름 / 글쓰기와 만지기 / 망치 / 새우만두 / 죄송합니다 / 동물원 / 소변통 / 탄수화물은 답을 알고 있다

3부


세상의 의미 / 행복식당 / 다른 사람이 되는 꿈 / 그대만 원해요 / 야상 / 왜 그랬을까? / 구슬 탑 / 계단을 내려갈 때 / 그의 이름을 모르면 / 무무모텔 304호 / 친구 / 어리둥절 속에서의 노력 / 세탁기 / 바나나우유 / 먼저 가는 사람 / 둘이라 해도 / 호의 / 책상이 책상이다 / 나는 나 / 기도 모임 / 저기 희미한 / 운좋은 사람 / 요구들 / 한 명 / 허전한 손 / 예술가 / 지불일 / 궤도 위에서 / 당신은 오늘 행운이 가득하네요 / 예고편을 보듯이 / 한 달이면 / 안 불편한 이야기 / 길어깨 없음 / 서울역은 보인다

4부


오뚜기공장에서의 행복 / 왜냐면 내가 몇 년 전에 / 그래도 와 천천히 늦게라도 / 잘해봅시다 / 기적을 행하는 자 / 호식이두마리치킨 / 진정성 / 소액으로 백억 모으기 / 염려하는 얼굴 /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 웩 웩 우웩 / 프렙 / 사랑은 통속한 잡지에 밑줄 치는 낙서가 아니야 / 선택한 사실들 / 트루바다 / 본 듯한 얼굴 / 돌과 벽 / 포기하면 값지고 가꾸면 헛된 인생 / 소중이를 찾아서 / 착한 일과 나쁜 일 / 선택 / 죽은 사람은 울 수 있다 / 좋은 일 생기려나보네 / 위로를 어떻게 하지? / 형이 박힐 때 / 출발선 긋기

친절한 설명│형, 안에 싸도 돼요?
- 노콘 항문섹스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설│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언제,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나영정(퀴어활동가)

저자 소개 1

1987년 순천에서 태어났다. 한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섯버’라는 이름으로 2014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에 발표한 「외로움의 조건」은 “[혐]에이즈에 걸린 게이가 쓴 수기”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 그에 대한 답으로 2019년 성소수자인권포럼 발제문 「노콘 항문섹스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썼다. 유성원은 오늘날 에이즈 치료제이자 예방약으로 쓰이는 트루바다와 프렙, U=U 등이 성적으로 활발한 게이에게 갖는 의미를 이야기하며 “그렇다면 콘돔 없이 안에 싸도 된다는 말이냐”라는 질문에 답하려 한다. 이것은 우리가 그동안 섹스하는 타인과 어떻게 관
1987년 순천에서 태어났다. 한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섯버’라는 이름으로 2014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에 발표한 「외로움의 조건」은 “[혐]에이즈에 걸린 게이가 쓴 수기”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 그에 대한 답으로 2019년 성소수자인권포럼 발제문 「노콘 항문섹스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썼다. 유성원은 오늘날 에이즈 치료제이자 예방약으로 쓰이는 트루바다와 프렙, U=U 등이 성적으로 활발한 게이에게 갖는 의미를 이야기하며 “그렇다면 콘돔 없이 안에 싸도 된다는 말이냐”라는 질문에 답하려 한다. 이것은 우리가 그동안 섹스하는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그 과정에서 누락된 것은 무엇인지 묻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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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472g | 135*205*20mm
ISBN13
9791194171577

책 속으로

이름을 여기 쓰고 싶다. 그럼 볼 수도 있을 테니까. 본다고 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무엇도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고 괴롭기만 할 테니까 안 쓴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와 뜻이 비슷한 동사가 있다면 뭘까? 쥐어뜯다라고 생각한다. 보고 싶다는 말은 어디든 그곳을 내가 쥐어뜯는다는 말이다. 쥐어뜯지만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쥐어뜯는다. 쥐어뜯는 걸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계속 겪으면서.
--- p.24

나는 남자랑 하는 항문섹스나 오랄섹스에 아무 가치판단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내가 원해지지 않음이 예정된 상황을 견디기 힘이 드는 것뿐이다. 문제는 늘 그것이다. 원해지지 않을 예정, 여기에 짓눌려 있는 게 힘이 든다. 안 원해질 때가 괴롭다. 내 입에 정액을 먹이건 뺨을 때리건 항문에 노콘 안싸를 하건 ‘그래질 수 있는’ 나를 원하기만 한다면 상관없다. 안 원해질 때 나는 원해지고 싶어서 가슴이 미어진다. 나는 안 원해지는 이유를 반드시 내게서 찾아낸다. 찾아서 나는 나를 벌준다.
--- p.77

사람들이 제정신 아니면 괜찮은데 다들 제정신처럼 보인다. 사람에 대고 말하기가 어려워서 말하는 걸 포기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벽에 대고 말한다. 자동차 바퀴에 대고 말한다. 그런 건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거짓을 믿는다. 거짓이든 진짜든 그가 살아가는 것과 상관없으니까. 그런데 어떤 사람은 뭐가 거짓이고 진짜인지가 중요하다. 그가 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여서.
--- p.202

아침에는 영등포구청으로 간다. 지하에는 홀이 일곱 개 있다. 돌잔치 전문 뷔페이며 들어가면 원형 테이블에 중년 커플들이 앉아 있다. 지긋지긋한 헤테로들. 여기에 성소수자들이 두세 테이블이라도 있었더라면 얼마나 신이 났을까? 엄마에게 인사하고 테이블에 앉는다. “괜찮아. 나는 입맛이 없어.” “그래도 뭐라도 먹어.” 회랑 과일을 접시에 떠서 온다. 사람들과 인사하는 게 싫고 인사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한다. 상대방 역시 느낄 부담이니까 내가 해치우는 것이 낫다. “가야 해. 저녁에 발표가 있어.” “무슨 발표?” 엄마에게 성소수자인권포럼 홍보물을 휴대폰으로 보여준다. “먼저 가려면 누나한테 얘기하고 인사하고 가.” 조카는 종일 수유실에서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가지고 누나 품에 안긴 채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깥에 나온다. 사람들이 다 아기를 바라보고 한껏 귀엽다는 표정을 지으며 적절히 반응하고 있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호모다, 나는 남자랑 똥구멍으로 섹스하는 호모고 남자 고추 빠는 호모다!라고 생각당해야 했다. 그래서 입맛을 잡쳐버렸다. 누나는 4홀에 있는데 저기 가장 넓은 7홀에서 사회자가 사회자 같은 목소리로 멘트를 하면서 아기를 안고 있는 부부 중 남자에게 어쩌구! 하는 모습이 내겐 보인다.
--- p.311

사람들이 멀쩡해 보이네. 그럴 리 없는데! 뭘 원하긴 하지만 원하는 게 이건 아닌 채로 헤매고 있다.

예전엔 유서 발견하면 모아놨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그중 한 명에게는 절절한 감동을 느꼈다. ‘할 만큼 했는데 지쳐서 그런다.’ 뭘 기다린다면 그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남들이 한 대로 할 수는 없다. 남들이 산 대로 살 수도 없고.

어떤 사람들은 보여줄 수 있는 것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보여줄 수 없는 것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어떡하나요. 사라지면 된다. 없는 사람처럼.

글을 사람들이 읽는다고 생각하니 문제적인 표현들, 하지만 이 표현을 썼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을 없애야 하나 고민된다. 이것은 사람을 죽였는데 남들이 모르기만 하면 그만인가와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굳이 남들이 알아야 하나의 다툼이다.

사람들이 읽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읽기 시작하면 문제가 된다. 나는 읽는 행위 자체가 사건이 되기를 바라고 그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 남들에게 내 글 읽으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할 수 있으려면 그 삶이 얼마나 보통의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모험해야 하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방법은 사실을 써놓고 이것은 허구라고 하면 된다. 그렇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 글들을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까닭이 뭘까? 누군가가 이걸 꼭 읽어줘야 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에 답하지 못해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더 기다릴 수 있는데도 기다리는 걸 포기해야 할까? 언제까지 저는 기다려야 하죠?
--- pp.324-325

남자와 섹스하는 남자를 뜻하는 MSM은 HIV 감염취약군으로 분류된다. 이 말은 기존 주류질서에 맞게 설계된 사회에서 배제되고 드러나지 않아서 이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적인 취약성을 갖는다는 뜻이다. HIV감염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해당 집단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이유가 아니라 이에 걸맞은 접근법과 정책을 세워야 할 근거가 되어야 한다. 그 방법은 해당 집단을 낙인찍고 주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단의 특성에 맞는 의료 조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이 용어는 동성애자라고 자신을 정체화했거나 표현하는 사람만이 동성과 섹스하는 게 아니라 이성애자, 혹은 나의 남편도 남자와 섹스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맥락에서 나온 용어이기도 하다. 성행동의 결과인 HIV감염을 이성애/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의 문제로 환원하는 혐오세력의 선동은 정작 사람들을 HIV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HIV는 동성애, 혹은 항문섹스를 한다고 자연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성애자라 하여 모두 동일한 형태로 성관계를 맺고 살아가진 않는다. 관계의 형태와 질감은 개개인에게 다르게 경험된다. 이성애, 동성애 등은 누군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한 조건일 뿐이다. 누군가는 성적 끌림을 적게 느끼고, 누군가는 활발한 성적 실천을 한다. 불특정 다수와 무수히 ‘위험’한 섹스를 하였어도 HIV에 감염되지 않을 수 있고, 단 한 번의 성관계로도 HIV에 감염될 수 있다. 이때 이 ‘위험’을 무엇이라 정의하느냐에 따라 접근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 pp.360-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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