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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씨는 어디로 가세요? 007
추천의 글│아웃 오브 스키마 - 김혜순(시인) 187 작가의 말 1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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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드실래요?
아뇨. 마셨어요. 시간은 지나가는데 뭔가 헛돌고 겉돌고. 애초에 왜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보고 싶어했을까? 인터뷰 시작하기 전에 물었다. 이거 녹음해도 되죠? 왜요? 외로울 때 들으려고요. 사람들은 나를 바라본다. 이제 집에 갈게요, 개가 분리불안이 있어요, 하고 형은 가고 저는 신촌에 약속이 있어요, 하고 미청년은 일어난다. 남은 사람들은 술집으로 들어가면서 나한테 성원씨는 어디로 가세요? 하는데 그러게요, 어디로 가야 하죠, 아직 여덟시도 안 되었는데. --- pp.9-10 밤에는 내가 보고 있는 이 풍경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불빛들, 속도감, 사람 없음, 휘어지거나 직선으로 앞으로 달려나가지는 이 새벽, 밤을 사람들이 보고 싶어할 거다. 구체적으로 쓰라고 타인에게는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어요. 이건 관계에 대한 이야기니까. 나만 판단할 수 있고 타인을 판단할 수 없다. --- pp.29-30 이 순간 가슴이 미어지면서 무언가를 깨달았는데 누군가를 좋아한다 해서 그를 만지거나 껴안거나 뽀뽀하는 스킨십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의 옷을 벗기고 내 옷을 벗고 상대의 몸을 마주하려고 내 맨살을 보여주고 항문 안에 이물질 없게 세척해 성기에 젤을 바르고 콘돔 없이 삽입하는 부담을 짊어질 필요가 애초에 없었다. 좋아하면 밥 먹었는지 물어보고, 맛있는 걸 사주면 되는 거였구나. 그걸로 ㄱ은 그를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고 그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고 이 좋아함이 호모나 게이의 그것이 아니라 ㄱ이 그라는 한 인간을 좋아하는 방법,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구나 생각하면서 가슴이 미어지고 있었다. 좋아하면 육체적인 관계도 맺어야 하고 뽀뽀를 했으면 옷까지 벗어야 하고 고추까지 빨아야 하는 게 아니라 손잡고 뽀뽀만 할 수도 있다. 뽀뽀했다는 것이 나는 호모이고 게이입니다, 여서 누군가와 그 이상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게 아니고 내가 고양이나 베개에 입을 맞추고 부비듯 하나의 표현, 언어일 수 있다, 그것뿐이다, 라는 나 외의 사람은 알고 있었던 뭔가를 이제야 사회화한 기분이었다. --- pp.55-56 나는 이 덩어리를 매번 삼켰지만 한 번도 이 덩어리의 맛을 느껴본 적 없다.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서 그가 더는 바라지 않을 때까지. 언제나 있고 늘 존재할 여기를 다녀가라고 나를 안심시키는 음성 속에서 그곳으로 걸어가야 하는 나의 몸이 기절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반복해서 돌아가려 하는 그 장소와 갈등하고 있다. 그곳으로 가지 않으려고 나름의 방법과 노력으로 상대하고 있다. --- pp.96-97 식당에서 밥 먹고 돈을 지불하고 나올 때면 생각한다. 돈이 있어도 사람들이 내게 음식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죄송하지만 여기는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식사하실 수 없습니다. 이곳은 당신에게 금지되었습니다. 돈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서비스든 요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돈이 있더라도 사람들이 나를 배제하는 순간을 상상한다. 늘 있었던 순간. 다쳤을 때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는 일. 다치기 전까지 나는 의기양양했다. 건강했고, 건강해 보였다. 그걸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다쳤고 치료가 필요하지만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다. 나는 구급차에 실려 이송중이며 입원을 거부당한다. 국립으로 가세요. 저희는 장비가 부족해서요. 감염병 전문 인력이 없어요.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에 사람들이 노출되는 걸 생각한다. --- pp.168-169 잠시 뒤 상담사와 마주하고 앉아 있다. 그는 오라퀵 키트 비닐을 뜯어 검사 스틱을 건넨다. 패드 부분으로 양치하듯이 잇몸을 긁어주시고요. 여기 바이알 튜브에 넣어주세요. 아래 잇몸도 더 긁어주시고요. 내게 설문지를 내밀어 나는 작성하고 되돌려준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에 중복 체크한다. 그중 하나의 답. HIV에 걸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 p.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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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당신의 심장은 당신을 위해 뛰고 있다. 그걸 기억하는 한 우리는 공평하다. 나를 배제하는 부드러운 질문에 감사한다. 그것이 나를 내가 좋아하는 나로 만들었다. 2025년 봄 유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