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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딸에게 딸에게 허물벗기와 성장통 그냥, 모르겠다 패션 단절자 외할매가 돌아가셨다 태화강에서 엄마란 괴물 엄마 료안지의 정원사 아기다리 고기다리 ‘행복만 줄게’라는 오만 즐거워 친구들에게 육아에도 욜로가 필요하다 준영이 동생 사마귀 벚꽃 장염 농사나 육아나 봄날의 팝콘 2부 나에게 호흡할 뿐이다 북악터널 그냥… 살아요 소쇄원 광풍각 좀 놀고 싶었을 뿐인데 취화선 피어싱과 타투 욕망의 행성들 사이에서, 시 아줌마의 욕망 1 아줌마의 욕망 2 홍콩 파이브 나는 다이어터다 마늘종 장아찌 나의 마산, 그리고 마출루 여름과 매미 잉여로운 인간의 죄의식 남들은 다 알고 나만 모르는 것 시엄니와 딸기주 비워내야 새봄을 채운다 3부 우리에게 딸에게 나에게 나의 최선이 너의 최선은 아니었음을 우리는 우리의 책을 읽을게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게 라프로익 8년과 16년 사랑이었다 오늘의 결과물 태백산 정상에서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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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한 인간의 성장을 오롯이 감당해 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가득했다. 화살을 돌릴 곳이 필요했다. 사회의 무능을 탓하고 원가족을 원망했다. 잔뜩 겁이 났던 것이다. 시절을 통과하고 나니 비로소 보인다. 그것들은 바로 딸과 나, 내 부모와 세상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 p.5 세상 모든 생명의 살아남기란 이리도 치열한 인내와 고통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따뜻하고 보드라운 양수 속에서 태반을 통해 부드럽게 흡수하고 자연스럽게 배설하다가 세상에 나와 모체와 분리된 채로 하나의 개체로 살아남기가 이렇게나 고된 것인가 보다. 우리의 작은 딸, 살아낸다고 고생이 많았다. 이 아이의 허물벗기를 앞으로도 응원할 것이다. 육아의 인고 또한 어미 된 자로서 피해 갈 수 없는 성장통이자 반복되는 허물벗기겠지. 아니 어쩌면 인간의 생의 때때가 다 허물벗기일지도 모른다. --- p.34 동그란 코, 동그란 입술, 동그란 볼…. 방금까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내 미친 생각들이 산산이 부서진다. 하아- 너는… 너는… 이토록 아름답다. 아기 이마 위에 뜨거운 것이 뚝뚝 떨어진다. 아기의 눈꺼풀이 미미하게 흔들린다. 뜨거운 눈물은 훔쳐내 바지 귀퉁이에 쓱쓱 닦으면 그만이지만 함께 흘렀던 죄책감은 닦아낼 방법을 모르겠다. --- p.41 엄마가 그렇게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니 놀랍기도 하고 나도 옷을 좋아하니까 공감이 특히 많이 돼. 옷 입어보려는데 내가 앙~ 하고 울었다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나도 좋아하는 걸 하고 싶은데 누가 방해하면 싫을 것 같거든. 지금이라도 예쁜 옷 원하던 만큼 많이 입고 행복하길 바라. --- p.49 내 딸이 단맛, 쓴맛을 두루 경험하며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길 바란다. 그것이 생의 매력이라고 감사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러니 딸, ‘행복만 줄게’라는 말도 안 되는 오만함은 이제 그만 때려치울게. 엄마는 지금도 자라고 있어. 네 덕분이야. --- p.87 그간 육아라는 놈은 나에게만 특별히 가혹한 것 같았다. 나란 인간이 얼마나 열등한지,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지, 그 덕분에 어쭙잖게 잘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얼마나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지, 나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뻣뻣하게 경직된 상태에서 공격은 정확히 빈틈을 치고 들어왔다. 육아와의 전쟁에서 나는 늘 패잔병이 되어 비참하게 나뒹굴었다. --- p.138 내 치열했던 지난 시간들을 인정받고 싶은가보다. 그 누구도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비난하지 않았는데 지난 시간들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듯 설명하고자 함은 무엇 때문일까?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결과도 성과도 없는 이 육아라는 전선에서 그냥 살면 좀 어떤가. 경력 단절 전업주부로 그냥 좀 살면 어떠하리. 누구도 그냥 살았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가만 보니 비난은 내가 도맡아 하고 있는 것 같다. --- p.153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의 저녁 약속이 이렇게나 설렐 일인가. 그 설렘에 단단히 체해버렸다. 다음날 앓아누워 후회하는 과거의 내가 우스우면서 측은하다. 조금만 좋아할걸. 적당히 설렐걸. 그랬다면 자주 가질 수 없는 귀한 시간을 달게 즐겼을 텐데.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서 잠시라도 놓여날 수 없었던 시간들을 토닥토닥 가만히 위로하고 싶다. --- p.161 엄마의 마지막 한마디에 나는 나의 잉여로움에 대한 죄책감을 벗어버리기 시작했다. 강렬한 나에 대한 부정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아서 그 뒤로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분명한 것은 나에 대한 긍정은 엄마의 마지막 이 한마디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누구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아이를 키운다. 그리고 이렇게 나도 키운다. --- p.237 우리 집에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산다. 아이는 지금 가족을 거부하고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깊은 잠같은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그 안에서 마음껏 유영하고 꿈꾸며 빛나는 성장의 시간을 맞이하길 바란다. 언젠가 딸아이를 지키고 선 가시덤불이 열리고 몽롱한 잠에서 깨어나면 엄마와 아빠, 가족이라는 타자를 반가이 새로 만나기를 바란다. --- p.2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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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달콤하고도 씁쓸한 순간을 솔직하게 담아내다 『딸, 엄마도 자라고 있어』 개정판 출간
출간 이후 꾸준한 관심을 받아온 육아 에세이 『딸, 엄마도 자라고 있어』가 『탯줄은 끊은 지 오래인데』라는 새로운 제목의 개정판으로 돌아온다. 이번 개정판은 초판의 ‘1부 딸에게’와 ‘2부 나에게’의 각 에피소드에 아이들과 저자 자신이 직접 답장을 덧붙였다. 또한 현재의 이야기를 담아낸 ‘3부 우리에게’를 더하여 8년이 흐른 지금 달라진 시선과 한층 깊어진 경험을 담아냈다. 1부는 엄마로서의 나에 관한 이야기를, 2부는 한 개인이자 여자로서의 삶과 욕망, 그리고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애쓰며 써내려간 글을 담고 있다. 글 말미마다 덧붙여진 답장에서는 불쑥 커버린 아이들이 ‘엄마’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육아의 어려움과 고통을 공감하는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저자는 과거의 글을 다시 마주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서 잠시라도 놓여날 수 없었던 시간’을 되새긴다. 낯설게 느껴질 만큼 멀어진 기억들과 감정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왔기에 비로소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새롭게 추가된 3부에서는 8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함께 성장하고 있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를 헤매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는 기쁨과 좌절을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육아의 과정이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엄마도 함께 자라는 과정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분명 탯줄은 끊어진 지 오래되었지만, 저자와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깊은 유대감으로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이는 저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엄마와 아이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경험일 것이다. “보편적인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필요한 곳에 가닿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육아라는 긴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려는 마음을 담고 있다.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쓸모에 대해 늘 고민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만 키우고 있어도 될까, 나는 누굴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장 답을 내기 어려운 질문들은 끊임없이 저를 괴롭혔어요. 그러다 이번 작업을 통해 이러한 생각에서 조금은 해방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의 인내와 고통을 녹여서 글을 썼고, 그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인정하게 되었어요.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화해한 느낌이에요. 딱 그만큼 성장한 거죠. 그리고 이 결과물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거 같아요.” - 저자 인터뷰 中 저자는 엄마 역할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는 죄책감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것이 두려웠다. 버티기 힘든 순간마다 글을 썼고,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시간들이 계절처럼 반복되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희미해질 때마다,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글을 쓰며 스스로를 붙잡았다. 이제 저자는 한발 물러서서 그 시간을 되돌아본다. 치열했던 시간들을 지나온 지금,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버텨내는 것조차 벅찼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 시간을 지나오고 나니 자신이 얼마나 강하고 단단한 존재였는지 깨닫는다. 지금도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두려움 속에서도 아이를 품어 안는 이들이 있다. 저자는 이 책이 그들에게 작은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