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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피리
조미형
산지니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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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고릴라1 고릴라2 그리고 사람
뿔피리
어떤, 하루
구봉마을 김주평
각설탕
일광호 황 선장
귀부인은 옥수수밭에

작가의 말
수록 작품 발표지면

저자 소개 1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살면서 길을 따라 걷고 글을 씁니다.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다시 바다에 서다」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8년 지역우수출판콘텐츠에 『해오리 바다의 비밀』이 선정되었으며, 2021년 중국 청광출판사와 판권 계약을 했습니다. 2019년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에 「각설탕」이 선정되었습니다. 쓴 책으로는 『씽푸춘, 새벽 4시』, 『해오리 바다의 비밀』, 『배고픈 노랑가오리』, 『황금 누에의 비밀』, 『모자이크, 부산』 등이 있습니다. JY스토리텔링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살면서 길을 따라 걷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살면서 길을 따라 걷고 글을 씁니다.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다시 바다에 서다」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8년 지역우수출판콘텐츠에 『해오리 바다의 비밀』이 선정되었으며, 2021년 중국 청광출판사와 판권 계약을 했습니다. 2019년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에 「각설탕」이 선정되었습니다. 쓴 책으로는 『씽푸춘, 새벽 4시』, 『해오리 바다의 비밀』, 『배고픈 노랑가오리』, 『황금 누에의 비밀』, 『모자이크, 부산』 등이 있습니다. JY스토리텔링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살면서 길을 따라 걷고 글을 씁니다. 재미와 감동을 꾹꾹 눌러 담아, 위로와 용기를 주는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수상
2006년 국제신문신춘 소설 등단 「다시 바다에 서다」
2018년 현진건문학상 추천작 선정 「각설탕」
제 29회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선정 「산호 정원사 시엘과 친구들」

그 외 저서 『해오리 바다의 비밀』,『바다가 걱정돼』, 『모자이크 부산』, 『씽푸춘, 새벽 4시』, 『뿔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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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35*205*14mm
ISBN13
9791168614697

책 속으로

나는 하복부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들었다. 한 대 쳐 봐라. 고시원 월세도 밀렸는데, 몇 대 맞아 줄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집을 나와 한동안 거리에서 지냈다. 같이 몰려다니던 친구들끼리 별것도 아닌 말에 주먹질하고, 길지도 않은 다리를 차올리며 발길질했었다. 심야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면서 반품되거나 유통기간 지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도 많았다. 사내가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질러도 딱히 두렵지 않다.
--- p.14 「고릴라1 고릴라2 그리고 사람」 중에서

‘이제 진짜 그의 울타리에서 완전히 벗어났구나.’
밀려오는 안도감과 알 수 없는 씁쓸함에 눈앞이 흐려졌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삐질 새어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계산대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꺽꺽 웃었다.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
--- p.60 「뿔피리」 중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일상적인 하루.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 섞였다. 눈앞이 어지러웠다. 내일 내 심장은 뛸까? 무엇 하나 확실한 건 없었다. 갑자기 막막함이 밀려왔다.
--- p.94 「어떤, 하루」 중에서

나는 문자를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맹랑한 녀석. 자기가 계산하겠다는 말은 없다. 이상하게도 얄미운 놈의 문자를 읽으면서도 화가 나지 않는다. 녀석이 내게 일을 떠넘긴 이번 일도 그냥 넘어가 주리라 슬쩍 마음먹었다.
--- p.122 「구봉마을 김주평」 중에서

원구는 허리를 쭉 폈다. 영감 얼굴이 일그러졌다. 원구 머릿속에는 유성 매직으로 벌 한 마리 한 마리에 이름을 적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강원구 거.’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원구는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 입술을 오므렸다.
--- p.137 「각설탕」 중에서

파스 한 장으로 낡은 배가 어찌 힘을 내겠냐마는, 녹을 긁어내고 고장나면 고치고 구멍은 메꾸었다. 천천히 그렇게 함께할 수 있는 일광호가 있어 하루가 살 만하다고 생각했다.
--- p.187 「일광호 황 선장」 중에서

두 사람이 ‘뼈’를 그에게 억지로 먹게 했다. 나백을 향한 명백한 조롱이었다. 배 안을 엿본 게 분명했다. 완성되기 전에 노출된 작품은 가치가 없다. 예술적 가치에 대한 나백의 신념은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무릇 창조란 파괴에서부터 시작할 때 온전한 독창성을 가진다고 믿었다. 누군가 봐 버린 뼈는 쓸모가 없다.

--- p.212 「귀부인은 옥수수밭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일까
잔인한 인간을 만드는 세상의 논리


「고릴라1 고릴라2 그리고 사람」은 소설집을 여는 작품이다. 고릴라와 사람의 닮은 점과 차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편집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주인공에게 닥친 진퇴양난의 사건을 그린다. 막무가내로 가방을 반품해 달라고 요구하는 진상 손님을 맞은 화자, 그러나 그 누구도 그런 그를 돕지 않는다. 매장의 매니저는 그 돈을 물어내라고 협박까지 한다. 당장 생활하기 위해서 직업을 잃어서는 안 되는 화자와 그를 절벽 끝으로 몰아붙이는 조직, 최악의 선택지 중 반드시 하나를 골라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 펼쳐진다.

「어떤, 하루」에서는 가족들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유일의 삶이 펼쳐진다. 취미로 쓸 낚싯배를 계약하러 가다 심장마비로 죽은 아버지,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송사리를 키우다 어항을 청소하던 중 미끄러져 병원에 입원한다. 송사리에게 밥은 제대로 챙겨 주는지를 걱정하며 하루에도 몇십 번 유일에게 전화하는 엄마는 갑작스럽게 코로나에 걸려 급성 폐렴으로 죽는다. “문득 이 집에 나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94쪽)은 유일의 눈물은 그의 앞에 다가올 공허한 하루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각설탕」의 원구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야간 청소일을 하는 가난한 청년이다. 센터에 울려퍼지는 “내가 제일 잘나가”라는 노래 가사와는 달리 손님과 피트니스 센터 관리인으로부터 무시당하는 그의 삶은 무척 고달프다. 두 달 전 옥탑방에 벌떼가 들어온 이후로 양봉을 시작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집주인은 벌통을 넘기거나 방을 빼라고 괴롭힌다. “먹이를 찾는 생쥐처럼”(135쪽) 눈빛을 번득거리며 원구를 지켜보는 집주인에 맞서 원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벌만은 빼앗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무엇 하나 쉬이 주어지지 않는 삶, 유일하게 달콤한 한 조각의 내 것은 지켜질 수 있을까.

「귀부인은 옥수수밭에」의 ‘귀부인’은 예술가 나백이 물려받은 아버지의 낚싯배로, 그는 해변에 묶인 배에서 살며 작업한다. 서핑샵과 매운탕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들은 어느 날 말미잘 매운탕을 나백에게 억지로 먹이는 영상을 SNS에 올린 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자, 더 높은 조회수와 자극적인 영상에 집착하며 나백을 괴롭힌다. 자신의 예술을 무시하는 그들에게 복수를 꿈꾸는 나백을 통해 조미형은 자본에 매몰된 인간이 얼마나 타인에게 잔악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상처를 껴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작지만 단단한 마음들의 생존기

『뿔피리』의 인물들은 이렇듯 저마다 커다란 아픔을 품고 산다. 가난, 가장 가까운 존재의 죽음, 무자비한 태도로 서로를 대하는 사람들, 폭력적인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고된 상황이 소설집 전반에 펼쳐진다. 그러나 조미형은 절망적인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절망을 버티는 마음과 그 이후의 삶에 주목한다.

표제작 「뿔피리」의 화자는 부모 둘로부터 모두 버려진, 원룸에서 혼자 사는 고3이다. 홀로 살아남기 위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아파트의 헌옷수거함을 뒤지는 화자. 그의 유일한 친구도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하며 언젠가 복수를 꿈꾼다.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둘은 “살아 있어야 어른이”(54쪽) 된다는 말을 나누며 서로 의지한다. 살아남기 위해 두 사람이 이용하는 채팅방 뿔피리, 뱃고동처럼 울리는 뿔피리 소리는 생존을 향한 그들의 열망이기도 하다.

「구봉마을 김주평」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싣는 한 잡지사 기자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구봉마을에 마지막으로 남은 주민 김주평을 만나러 그의 집으로 향한 화자에게 김주평은 마을을 떠나기 전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는다.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안고 매일을 살아가는 그는 생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일광호 황 선장」은 소설집을 관통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극대화된 작품이다. 일광호의 선장인 황 씨는 낚시꾼들과 함께 바다로 나선다. 그러나 고기를 잡지 못해 사람들은 불만을 가지고, 설상가상으로 해무가 몰려와 배까지 상하게 된다. 고기를 낚지 못한 것은 선장이 자리를 잘못 잡은 탓이라고 구시렁대는 낚시꾼의 말에 기분이 상하지만, 황 선장은 착실히 배를 수리하고 다시 바다로 나갈 날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머지않아 그가 월척을 잡아 올릴 것이라는 낙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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