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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중단편소설 5
이청준 저
열림원 200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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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눈길
2. 살아 있는 늪
3. 해변 아리랑
4. 새가 운들
5. 귀향 연습
6. 여름의 추상
7. 연
8. 빗새 이야기

저자 소개 1

Lee Chung Joon,李淸俊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퇴원'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 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으며 1966-72년 월간 [사상계] [아세아] [지성] 편집부 기자로 재직하였고, 1999년에는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좌교수로 활동하였다. 작품으로는 『병신과 머저리』, 『굴레』, 『석화촌』, 『매잡이』, 『소문의 벽』, 『조율사』,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떠도는 말들』, 『이어도』, 『낮은 목소리로』, 『자서전들 쓰십시다』, 『서편제』, 『불을 머금은 항아리』, 『잔인한 도시』, 『살아있는 늪』, 『시간의 문』, 『비화밀교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퇴원'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 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으며 1966-72년 월간 [사상계] [아세아] [지성] 편집부 기자로 재직하였고, 1999년에는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좌교수로 활동하였다.

작품으로는 『병신과 머저리』, 『굴레』, 『석화촌』, 『매잡이』, 『소문의 벽』, 『조율사』,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떠도는 말들』, 『이어도』, 『낮은 목소리로』, 『자서전들 쓰십시다』, 『서편제』, 『불을 머금은 항아리』, 『잔인한 도시』, 『살아있는 늪』, 『시간의 문』, 『비화밀교』, 『자유의 문』, 『별을 보여 드립니다』, 『가면의 꿈』, 『당신들의 천국』, 『예언자』, 『남도 사람』, 『춤추는 사제』, 『흐르지 않는 강』, 『낮은 데로 임하소서』, 『따뜻한 강』, 『아리아리 강강』, 『자유의 문』 등 여러 편의 소설과 소설집이 있으며 수필집 『작가의 작은 손』, 『사라진 밀실을 찾아서』, 『야윈 젖가슴』 등을 비롯해, 희곡 『제3의 신』등이 있다.

그 밖에 동화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를 비롯하여 판소리 다섯마당을 동화로 풀어 쓴 『놀부는 선생이 많다』, 『토끼야, 용궁에 벼슬 가자』, 『심청이는 빽이 든든하다』, 『춘향이를 누가 말려』, 『옹고집이 기가 막혀』를 포함한 많은 작품이 있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큰형, 아우의 죽음은 이청준을 문학의 길로 이끌었다. 벽촌이던 고향에서 광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여 고향 사람들의 자랑거리였다. 법관이 될 거라는 기대를 뒤로 하고 그는 문학의 세계에 눈을 돌리고 독문학과에 진학했다. 우리 현대소설사에서 가장 지성적인 작가로 평가 받는 이청준은 그의 소설에서 정치·사회적인 메커니즘과 그 횡포에 대한 인간 정신의 대결 관계를 주로 형상화하였다. 특히 언어의 진실과 말의 자유에 대한 그의 집착은 이른바 언어사회학적 관심으로 심화되고 있다.

그의 소설들 중에는 영화화된 작품이 많은데, 1972년 정진우 감독의 ‘석화촌’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컬트 감독으로 추앙받는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1977), 맹인 목사 안요한의 일대기를 그린 이장호 감독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1982), 국내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1993)와 ‘축제’(1996), ‘천년학’(2006), 삶의 의미와 구원의 문제를 탐색케 하는 칸영화제 수상작인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 그리고 2008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던 윤종찬 감독의 ‘나는 행복합니다’(2008) 등이 모두 이청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다.

또한 그는 동화쓰기에도 힘을 기울여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를 비롯하여, 판소리 다섯마당을 동화로 풀어 쓴 『놀부는 선생이 많다』『토끼야, 용궁에 벼슬 가자』『심청이는 빽이 든든하다』『춘향이를 누가 말려』『옹고집이 기가 막혀』를 집필하기도 했다. 동인문학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중앙문예대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제비꽃 서민 소설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에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초기에는 상징적이고 관념적인 성격의 소설을 많이 썼으나 1980년대 접어들면서 보다 궁극적인 삶의 본질적 양상에 대한 소설적 규명에 나섰다. 2007년 폐암을 선고받고 항암치료 중 병세가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다 2008년 7월 31일 유명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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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7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69쪽 | 148*210*30mm
ISBN13
9788970632322

책 속으로

노인 대신 이번에는 아내 쪽에서 나를 원망스럽게 건너다보았다. 그건 물론 나의 주변머리를 탓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내게 그처럼 급한 일이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서울을 떠나올 때 급한 일들은 미리 다 처리해 둔 것을 그녀에게는 내가 말을 해 줬으니까. 그리고 이번에는 좀 홀가분한 기분으로 여름 여행을 겸해 며칠 동안이라도 노인을 찾아보자고 내 편에서 먼저 제의를 했었으니까. 그녀는 나의 참을성 없는 심경의 변화를 나무라고 있는 것이었다.그리고 그 매정스런 결단을 원망하고 있는 것이었다. 까닭 없는 연민과 애원기 같은 것이 서려 있는 그녀의 눈길이 그것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었다.

--- p.46

그녀가 느닷없이 나를 세차게 흔들어 깨웠다. 그녀의 음서은 이제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그래도 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뜨거운 것을 숨기기 위해 눈꺼풀을 꾹꾹 눌러 참으며 내처 잠이 든 척 버틸 수밖에 없었다.

음성이 아직 흐트러지지 않고 있는 건 오히려 노인뿐이었다.
"가만두거라. 아침길 나서기도 피곤할 것인디 곤하게 자고 있는 사람 뭣 하러 그러냐."
노인은 일단 아내의 행동을 말려두고 나서 아직도 그 옛얘기를 하는 듯한 아득하고 차분한 음성으로 당신의 남은 이야기를 끝맺어가고 있었다.

"그런디 이것만은 네가 좀 잘못 안 것 같구나. 그때 내가 뒷산 잿등에서 동네를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던 일 말이다. 그건 재가 갈 데가 없어 그랬던 건 아니란다. 산 사람 목숨인데 설마 그때라고 누구네 문간방 한 칸이라도 산 몸뚱이 깃들일 데 마련이 안 됐겄냐. 갈 데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침 햇살이 활짝 퍼져 들어 있는디, 눈에 덮인 그 우리 집 지붕까지고 햇살 때문에 볼 수가 없더구나. 더구나 동네에선 아침 짓는 연기가 한창인디 그렇게 시린 눈을 해갖고는 그 햇살이 부끄러워 차마 어떻게 동네 골목을 들어설 수가 있더냐. 그놈의 말간 햇살이 부끄러워져서 그럴 엄두가 안 생겨나더구나. 시린 눈이라도 좀 가라앉히자고 그래 그러고 앉아 있었더니라...."

--- p.39

“내 나이 일흔이 다 됐는디, 이제 또 남은 세상이 있으면 얼마나 길라더냐.”이가 완전히 삭아 없어져서 음식 섭생이 몹시 불편스러워진 노인을 보고 언젠가 내가 지나가는 말처럼 권해 본 일이 있었다. 싸구려 가치라도 해 끼우는 게 어떻겠느냐는 나의 말 선심에 애초부터 그래 줄 가망이 없어 보여 그랬던지 노인은 단자리에서 사양을 해 버리는 것이었다.“이럭저럭 지내다 이대로 가면 그만일 육신, 이제 와 늘그막에 웬 딴 세상을 보겄다고….

”한번은 또 치질기가 몹시 심해져서 배변이 무척 힘들어하시는 걸 보고 수술 같은 걸 권해 본 일도 있었다. 노인은 그 때도 역시 비슷한 대답이었다. “나이를 먹어도 아녀자는 아녀자다. 어떻게 남의 눈에 궂은 데를 보이겄더냐. 그냥저냥 참다 갈란다.”남은 세상이 얼마 길지 못하리라는 체념 때문에도 그랬겠지만, 그 보다 노인은 아무것도 아들에겐 주장하거나 돌려 받을 것이 없는 당신의 처지를 감득하고 있는 탓에도 그리 된 것이었다.

--- p.37

“내 나이 일흔이 다 됐는디, 이제 또 남은 세상이 있으면 얼마나 길라더냐.”이가 완전히 삭아 없어져서 음식 섭생이 몹시 불편스러워진 노인을 보고 언젠가 내가 지나가는 말처럼 권해 본 일이 있었다. 싸구려 가치라도 해 끼우는 게 어떻겠느냐는 나의 말 선심에 애초부터 그래 줄 가망이 없어 보여 그랬던지 노인은 단자리에서 사양을 해 버리는 것이었다.“이럭저럭 지내다 이대로 가면 그만일 육신, 이제 와 늘그막에 웬 딴 세상을 보겄다고….

”한번은 또 치질기가 몹시 심해져서 배변이 무척 힘들어하시는 걸 보고 수술 같은 걸 권해 본 일도 있었다. 노인은 그 때도 역시 비슷한 대답이었다. “나이를 먹어도 아녀자는 아녀자다. 어떻게 남의 눈에 궂은 데를 보이겄더냐. 그냥저냥 참다 갈란다.”남은 세상이 얼마 길지 못하리라는 체념 때문에도 그랬겠지만, 그 보다 노인은 아무것도 아들에겐 주장하거나 돌려 받을 것이 없는 당신의 처지를 감득하고 있는 탓에도 그리 된 것이었다.

--- p.37

출판사 리뷰

≪눈길≫은 상황 설정이 서로 흡사하고 주제나 내용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눈길><해변 아리랑><새가 운들><귀향 연습><여름의 추상> 등 총 8편으로 구성된 중단편집이다. 이 책은 이청준 문학의 주요 테마인 고향 혹은 실향의 문제를 다루었다. 주인공의 고향은 남도의 어느 시골 마을, 거기서는 홀어머니가 빈곤한 생활을 이어가고, 형은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그에게 떠넘긴 채 그들 곁을 떠났다. 그러나 주인공 역시 그 책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런 고향과 어머니와의 관계를 거의 끊다시피 하며 어쩌다 고향에 내려가더라도 불편한 기억만을 갖는다. 그리하여 그에게 고향은 단순히 아늑하고 친숙한 곳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눈길>에서는 어머니를 노인이라 지칭하며 자신과 어머니와의 관계를 철저한 교환의 관계로 합리화해 끊임없이 '노인에 대해 빚이 없다는 사실'만을 환기시킨다. 이런 아버지의 부재, 형의 방탕과 죽음, 시집간 누나의 고된 시집살이, 홀어머니의 빈곤한 삶 등 불행한 어린 시절과 고향의 기억은 <해변 아리랑><새가 운들><여름의 추상>에서도 계속 나타난다. 그러나 거기엔 철저한 고향에 대한 부정과 전적인 어머니에 대한 원망만이 담겨 있지 않다. 내면 깊숙이 고향과의 진정한 화해를 꿈꾸는 주인공의 반어적 어법이 사용된 것이다.

이 책은 사실 진정한 고향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작가의 탐구 도정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단순한 고향으로의 돌아옴이 아니라 고향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매개로 한 돌아옴, 그래서 이 책은 '행복한 고향의 추억'을 잃어버린 실향민들의 고향을 찾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리뷰 총점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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