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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아홉 살 아이의 첫 완독, 〈삼국유사〉
1부. 유년 시절의 성장통 나는 사랑받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양성평등’이라는 케이크의 레시피 충북 관방유적 전설 & 오누이 힘내기 우리 집안의 걸크러시, 가시내 남장 여인 관련 설화 &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 가시내 로맨스의 여주인공이 반짝이는 이유 판소리계 소설 〈춘향전〉 & 전북 남원 박색터 설화 치기 어린 첫사랑의 끝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운영전〉 나는 너무 사랑스럽다 〈삼국유사〉 & 묘정의 구슬 2부. 살아내기 위한 마음 살아 있다고 해서 저절로 살아지는 게 아니었다 우리 민족 최초의 유토피아 〈삼국유사〉 & 단군왕검 신화 토끼의 지혜는 ‘생존’이다 판소리계 소설 〈토끼전〉 & 구(귀)토 설화 행복해지려는 욕심에 행복한 척하다가 구복여행 설화 ‘엄마’의 품격 서사무가, 삼승할망본풀이 부모의 ‘업’과 ‘덕’은 나무 한 그루 차이다 나도밤나무 설화 & 율곡 이이 관련 설화 마고할미의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우리 민족의 창세 여신, 마고할미 3부. 불혹, ‘나다움’으로 향하는 여정 감은장 아기는 제 복으로 살고, 나는 ‘나’로서 살면 되는 거야 내 복에 산다 서사무가 ‘삼공본풀이’ 미래 영웅의 조력자가 되고 싶다 아기장수 전설 단 한 가지 소원만 들어주는 산신 〈삼국유사〉 & 비슬산 정성천왕 여러분, 부자 되세요! 판소리계 소설 〈흥부전〉 & 박첨지·춘보 설화 ‘꿈’(Daydream)을 꿨더니, 정말 ‘꿈’(Dream goal)이 되었다 〈삼국유사〉 & 조신의 꿈 에필로그 후배 인류를 위한 미래의 구비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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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대가 변했는데 여자들도 절해야죠. 안 그래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어른들은 하나같이 입을 굳게 다물었고,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행동했다. 엄마의 주도 아래 연세 지긋한 어르신부터 나까지 모두 절을 했다. 그날 이후 제삿날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 또한 엄마가 오누이 이야기 속 어머니처럼 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안도감이 들었다. --- --- p..23 신라 진흥왕 때 백제군에 의해 김춘추의 사랑하는 딸 고타소가 죽고, 신라는 위기에 처했다. 김춘추는 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고구려에 병력을 요청하러 갔지만, 오히려 사로잡혔다. 하지만 고구려의 신하 선도해가 들려주는 토끼와 자라 이야기에서 고구려를 빠져나갈 계책을 떠올렸다. 토끼와 자라 이야기는 조선 후기에 작자 및 연대 미상의 우화소설로 재창작되었고, 판소리로도 불렸다. 〈토끼전〉은 백성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최고의 희극이었는지도 모른다. 토끼의 간으로 병을 고치려는 용왕과 자라는 백성의 희생을 가벼이 여기는 지배층이고, 기발한 꾀로 위기에서 벗어난 토끼는 살아남고자 하는 백성의 지혜를 보여 주니 말이다. --- p.67 단군이 거느리는 박달족이 마고가 족장으로 있는 마고족을 공격했고, 전투에서 진 마고는 도망쳤다. 마고는 숨어서 몰래 단군을 지켜봤는데, 단군이 마고족에게 너무나도 잘해 주는 것이었다. 체념한 마고는 단군에게 투항하고, 단군은 마고와 장수들을 귀하게 여겼다. 결국 마고할미는 자신을 낮추고, 사람들의 안녕을 지켜 주는 길을 선택했다. 어찌 그리 속도 없이 다 내어주고, 모두 받아 주는 걸까? 바다처럼 깊고 넓은 마음을 가진 신이다. --- p.101 〈삼국유사〉 3권, ‘제4 탑상’에 수록된 정토사의 건립 설화이자 조신의 꿈 이야기에서 승려 조신은 연모하던 김흔의 딸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것에 상심한다. 울다 지쳐 잠이 든 조신은 꿈을 꾼다. 꿈속에서 그는 김흔의 딸과 부부의 연을 맺고 자식 다섯을 두었다. 하지만 가난한 살림으로 자식들이 죽거나 구걸하다가 다치게 되었다. 조신 부부는 서로에게 근심이 되지 않도록 각자 아이를 둘씩 데려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조신은 자신의 바람을 이루는 인생을 살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꿈을 통해 세속적인 욕망과 인생의 덧없음을 깨달았다. 〈삼국유사〉에 조신의 꿈 이야기를 논평한 구절이 있다. “어찌 반드시 조신의 꿈만 그러하겠는가? 지금 모든 사람이 인간 세상의 즐거움을 알아 기뻐하면서 애를 쓰지만 특별히 깨닫지 못할 뿐이다.” --- p.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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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장 아기는 제 복으로 살고,
나는 ‘나’로서 살면 되는 거야. 『불혹, 옛사람의 치맛자락을 부여잡다』는 딸이자 아내, 엄마로서 삶의 고비를 지나온 저자가 구비문학 속 여성 서사와 전통 설화를 통해 자신을 회복해 나가는 여정을 담은 인문 에세이다. 저자는 삶이 무너질 듯한 순간마다 어릴 적 접한 ‘삼국유사’에서부터 여성의 억울함을 담은 ‘오누이 힘내기’, 남장을 하고 세상과 맞선 ‘가시내’, 박색으로 전해진 또 다른 춘향까지 익숙한 옛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 안에서 여성들의 운명을 다시 마주하면서 자기를 마주하고, 그들의 아픔과 상실을 돌보는 방식으로 자신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옛이야기는 가장 친절하고 따스한 동행자였다. 『불혹, 옛사람의 치맛자락을 부여잡다』에서 구비문학은 정보를 전달하거나 지식을 확장하기보다는 공감, 위로, 회복의 매개체로 등장한다. 그렇기에 개별적인 이야기 하나하나가 저자의 삶과 닿아있고, 그 연결지점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나도 이 이야기를 만났을 때, 그런 기분이 들었어.” “왜 그 이야기에 울컥했어.” “공주가 반짝거리는 이유는 따로 있었어.” 학문적으로 접근하여 분석하기보다 함께 살아낸 감정과 생각이 때로는 언니처럼, 가끔은 엄마처럼 다정한 손길을 건네준다. ‘구비문학’이라는 단어가 낯설어도 괜찮다. 삶의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 자신만의 방식으로 손수 다듬고 꿰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다정한 손길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양성평등의 케이크는 나누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