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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쓴이의 말
2. 피카소와 엘뤼아르: 인간 파괴 고발한 예술가의 양심 3. 자코메티와 사르트르: 실존의 고독을 응시하는 깊은 통찰력 4. 미로와 브르통: 초현실주의 운동의 영원한 맞수 5. 마그리트와 로브그리예: 이미지와 텍스트의 기발한 연계 6. 몽드리안과 뷔토르: 누보 로망과 신조형주의의 공감대 7. 모딜리아니와 콕토: 자유와 무한에 매혹된 파란 영혼 8. 브라크와 아폴리네르: 입체주의 미학의 전위적 선봉장 9. 르동과 말라르메: 상징주의 예술의 순교자 10. 고흐와 아르토: 예술의 반란. 이성에 대항한 광기의 불꽃 11. 세잔과 졸라: 소설 한 편으로 갈라선 죽마고우 12. 드가와 발레리: 준엄한 자기 성찰의 시선 13. 모네와 바슐라르: 물의 세계와 교감한 몽상가 14. 마네와 바타이유: 위반과 전복의 미학 15. 쿠르베와 플로베르: 리얼리즘의 승리를 위하여 16. 제리코와 아라공: 민중 발견의 서곡 17. 샤르댕과 프루스트: 하찮은 사물에의 깊은 인식과 사랑 18. 와토와 보들레르: 시공을 넘나드는 상상력의 축제 19. 푸생과 솔레르스: 3세기를 뛰어넘는 미학의 발견 20. 도판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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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희 candy@yes24.com
고등학교 때인가? 미술선생님의 말이 생각난다. "미술을 잘하는 사람은 문학에 소질이 있고,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미술에도 재능이 있다." 당시 시와 소설에 관심이 있던 나였지만 미술 쪽엔 영 소질이 안보였다. 결국 어린 마음에 '내겐 문학적 재능이 없나봐...' 하며 상처를 입을 수밖에. 그 잊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미술과 문학의 만남』. 이 책을 통해 그저 막연하게 짐작했던 미술과 문학과의 상관관계를 잔잔하게 또한 드라마틱하게 느낄 수 있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또한 많은 분쟁과 내란과 혁명이 있었으며 사실주의 낭만주의 표현주의 추상주의 등 각종 이론과 현상들이 탄생하고 성장했던 시대.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유럽. 예술가들은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과 살롱을 중심으로 대화하고 교감을 나누며 자신의 자존을 구축해갔고, 당시 서양정신은 정점에 도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현대인의 정신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시기의 위대한 화가들과 시인들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시인이자 인하대 불문과 교수이기도 한 이가림은 풍부한 화보와 꼼꼼한 고증을 통해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자네 편지 중에서 또 다른 문구가 나를 슬프게 하네. 생각만큼 결과가 안 나온다면서 붓을 천장에 집어던졌다지? 왜 그토록 조급하고 왜 그토록 변덕이 죽 끓듯 하지? 자네가 여러 해 동안 그림을 공부하고, 또 수천 번 그림을 그렸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면, 그것 이해하겠네. 그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였는데도 잘 할 수 없었다면, 팔레트와 캔버스와 붓을 마구 짓밟아도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여태까지 자네는 미술이나 한번 해 볼까 하면서 망설이는 것이 전부였지 않나. 자네는 아직 진지하게 해보겠다고 대들지도 않았고, 작업도 정기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능하다느니 어쩌니 할 계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네. 그러나 용기를 가지게.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러 해 동안 참으면서 연구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게." 『목로주점』으로 유명한 졸라가 절친한 친구인 세잔에게 보낸 편지이다. 이 격려의 편지로 인해 미술과 법학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세잔은 파리로의 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포화에 견디는 얼굴 추위에 견디는 얼굴 거부에 밤에 부정(不正)에 타격에 견디는 얼굴 * 뒤집혀진 죽은 심장 * 여인들 아이들은 같은 붉은 장미들을 눈 속에 지녀 저마다 자신의 피를 보여준다 - 엘뤼아르의 「게르니카의 승리」중 프랑스 최고의 저항시인 폴 엘리아뤼의 절창이다. 또한 20세기 회화의 위대한 거장 피카소는 <게르니카의 비극>이라는 걸작을 통해 처참하기 짝이 없는 인간말살의 전쟁과 파괴에 대항했다. 엘리아뤼는 시로 그리고 피카소는 그림으로, 함께 예술적 항거를 보여준 것이다. 이 두 사람은 5개월 동안의 피카소 회고전을 위해 바르셀로나, 비르바오, 마드리드 등을 함께 순회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 이들이 이런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이유는 거장이 되어서도 예술의 순수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서로의 가치를 드높여 주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미술과 문학의 만남』에서는 자코메티와 사르트르, 미로와 브르통, 모딜리아니와 콕토, 고흐와 아르토 등 18편으로 나뉘어진 위대한 화가와 작가의 교감이 잔잔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 책은 미술과 문학을 온전히 이해하고 감상하고픈 성실한 독자에게 추천할만한, 소장가치가 있고 독서의 재미도 쏠쏠한 책이다. 다시 찾아온 가을에 몸과 마음이 허함을 느낀다면 심원(深遠)한 그림과 명료한 시 한편으로 정신을 살찌우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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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로 수용소에서, 다시 말해서 정어리 상자 속에서 2개월을 지내면서 '절대에 가까운 체험'을 하였다. 내 생활 공간의 경계는 바로 내 피부였다. 나는 내 몸에 대고 있는 다른 사람의 어깨와 허리의 열기를 밤낮으로 느껴야 했다. 이런 일은 나를 부자유스럽게 하지 않았다. '타인들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도시에서 맞이한 자유의 그 이상스런 첫 날 저녁. 옛 친구들도 아직 만나 보지 못했던 나는 카페의 문을 밀고 들어섰다 그러자 동시에 나는 공포를, 아니 공포라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느꼈다. ...나는 시민 사회와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인생을 다시 배워야 했다. 그래서 느닷없이 나의 광장공포증은 얼마 전에 영원히 작별한 공동생활에 대한 막연한 아쉬움을 드러내었던 것이다. ....
--- p.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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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종류의 꽃이 태양을 향하여 회전하듯이 풍차는 바람의 방향을 향해서 돈다. 풍차는 풍력을 빨아들여 밀을 빻고 빵을 만들고 양식을 가져다 준다. 그것은 화가 자신을 나타내며 또한 그의 화업의 상징이 된다. 시끄러운 말은 그의 침묵 속에 흡수된다. 후기 작품에 나오는 검은 선은 최대한의 밀도에 도달한 텍스트인 것이다. "
뷔토르가 이렇게까지 대담하게 몽드리앙의 세계를 풍차의 상징성에 비추어 해독할 수 있었던 것은 화가의 전기적 사실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같은 방향의 예술적 창조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깊이 공감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몽드리앙은 반 고흐처럼 한때 목사직에 매료되었으나 일단 화가가 된 이후에는 계속 화가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 뷔토르는 이렇듯 몽드리앙이라는 화가의 창조행위,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근원적 동기를 파헤치며 추상적 작품이 갖는 표의문자적 의미 작용을 명료하게 해독해 낸다. --- p.47~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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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종류의 꽃이 태양을 향하여 회전하듯이 풍차는 바람의 방향을 향해서 돈다. 풍차는 풍력을 빨아들여 밀을 빻고 빵을 만들고 양식을 가져다 준다. 그것은 화가 자신을 나타내며 또한 그의 화업의 상징이 된다. 시끄러운 말은 그의 침묵 속에 흡수된다. 후기 작품에 나오는 검은 선은 최대한의 밀도에 도달한 텍스트인 것이다. "
뷔토르가 이렇게까지 대담하게 몽드리앙의 세계를 풍차의 상징성에 비추어 해독할 수 있었던 것은 화가의 전기적 사실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같은 방향의 예술적 창조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깊이 공감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몽드리앙은 반 고흐처럼 한때 목사직에 매료되었으나 일단 화가가 된 이후에는 계속 화가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 뷔토르는 이렇듯 몽드리앙이라는 화가의 창조행위,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근원적 동기를 파헤치며 추상적 작품이 갖는 표의문자적 의미 작용을 명료하게 해독해 낸다. --- p.47~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