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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7
들어가며_ '장애인 차별'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13 1. '차별'과 싸우기 시작한 사람들 31 2. 장애인인 채로 산다 59 3. '건전자'란 누구인가 83 4. 빼앗긴 '자신'을 되찾다 107 5. 장애인은 살해당해도 어쩔 수 없는가 135 6. 장애인에게 '보통의 생활'이란 무엇인가 159 7. 장애인은 태어나면 안 되는가 191 나가며_ 장애인 차별과 맞서는 언어 235 지은이 후기 263 옮긴이 후기 2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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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게도 ‘차별’은 ‘나쁜 것이다’라는 총론에 동의하기 쉽기에, 반대로 각론에서 동의를 얻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각론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당신(나)의 그 언동은 차별에 해당하는가 아닌가’를 생각하는 데까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 p.16 푸른잔디회 이전에도 장애인 단체는 존재했고, 장애인 운동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 운동을 이끌었던 이들은 주로 장애인의 부모나 의료·교육·복지 전문가들이었습니다. … 반면 푸른잔디회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거리에 나가 마이크를 쥐고 장애인 차별 반대를 외쳤습니다.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인 차별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낸 최초의 단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고발형 운동’의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 p.70 ‘이 사회에는 장애인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라는 표현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사회’라는 말은 ‘큰 주어’의 대표 격인 것으로서 ‘머조리티’는 자칫하면 자기 자신이 장애인 차별을 잔존시키고 있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 p.105 차별과 억압을 받은 고통을 표현하고자 할 때, 자신을 차별·억압하는 사람들이 쓰는 말로만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우리는 ‘누구의 말’로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 p.131 “우리 장애인에게, 아니, 내게 이 ‘우생보호법 개정안’은 자기 생존에 관한 중요한 문제이다. 이 법안이 가결됨으로써 적어도 연간 몇천 명의 장애아동이 확실히 뱃속에서 말살되어 갈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뱃속 장애아동의 삶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아동을 뱃속에서 죽인다는 것은 우리들, 지금 생존해 있는 장애인의 존재 근거를 매우 훌륭하게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 법안이 성립될 때, 그것은 모든 정상인이, 사회가, 권력이 나를 향해 “죽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 p.210 “인간으로 사는 것을 인정해 주기 바랍니다”라는 말은 그저 단순하게 장애인 일개인에게 살아갈 자원을 나눠 달라는 주장이 아닙니다. 또는 사회의 한켠에 그들만 조용히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비워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푸른잔디회 운동가들의 ‘말투’를 주의 깊게 읽어 나가면 “인간으로 사는 것을 인정해 주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은 장애인도 이 사회 안에서 사람에게서 태어나고 사람을 낳기도 하는 존재로서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는 뜻입니다. --- p.234 차별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차별이라 규정하고 거기에 맞서 싸워 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별에 저항했던 일본 장애인 운동사를 간단하게나마 톺아보는 책이 되었다. 간단하다고 해서 그 내용이 얕지는 않다. 각 장마다 담겨 있는 푸른잔디회의 투쟁은 너무나 처절했고, 그들이 던진 질문과 요구한 주장은 깊고 넓었다. 그 질문과 주장은 현재의 상황과도 겹치는, 안타깝게도 여전히 유효한 것들이었다. --- p.270-271 |
왜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되는 것일까?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정상인 문명을 거부한다!” 빼앗긴 ‘자신’을 찾아 ‘건전자’(정상인)에 맞서 강렬한 자기주장을 펼친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단체 ‘푸른잔디회’ 이야기 “이 책을 통해 그들과 우리의 해방이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자각한다.” _ 박경석 “혹시 차별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남몰래 이런 회의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은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이다.” _ 장혜영 “장애인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도 상식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비단 장애인뿐 아니라 여러 소수자에게도 차별이 일어나면 손쉽게 “차별하면 안 된다”라는, 원칙적인 이야기만이 그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고민 없이 둥둥 떠다니는 듯하다. 또 차별에 반대하여 투쟁을 벌이는 이들에게 “그런 방식은 설득력이 없다”는 식의 준엄한 질타가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데 애초에 차별이 무엇인지, 왜 그것이 나쁜지에 대해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사람마다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서로 다른 감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 과격한 반차별 투쟁으로 사회에 충격을 안긴 장애인 단체 ‘일본뇌성마비자협회 푸른잔디회’의 이야기를 통해 ‘차별’이라는 말이 지닌 의미와 내용을 우리가 함께 공유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차별을 극복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생하게 꺼내 보여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도 계속해서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는 한국 장애인들의 투쟁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복잡한 사회 속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는 무척이나 성가신 문제인 ‘차별’이란 무엇인지를, “우리는 강렬한 자기주장을 행한다”, “우리는 문제 해결이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등의 비타협적인 주장을 행동강령으로 삼아 사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쳤던 푸른잔디회 사람들의 활동을 통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날것의 목소리를 통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발신되고 있는 장애인들의 외침을 폭넓은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아라이 유키는 일본 니쇼가쿠샤 대학 교수이자 문학 연구자로 특히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의 말과 사회에서 이 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중심 주제로 삼아 여러 책을 펴냈다. 국내에는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이 소개된 바 있다. 저자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우리가 지닌 그들에 대한 안이한 동정심과 ‘건전자’(정상인) 중심 사고방식에 맞선 장애인들의 저항의 몸짓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번에 소개하는 《장애인 차별을 다시 생각하다》는 특히 그 중심에 푸른잔디회의 핵심 인물들 및 그들의 구체적인 여러 활동 사례와 동인지 《시노노메》에 발표되었던 장애인들의 육성을 배치하여, 독자들이 격리와 차별로 점철된 장애인들의 역사와 그 가운데서 장애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지키고자 분투했던 투쟁과 사랑을 함께 느껴 볼 수 있게 해 준다. 푸른잔디회의 싸움은 일본 사회에서 1970~1980년대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책에서는 특히 장애아동 살해 사건 감형 탄원 반대, 우생보호법 개악 반대, 가와사키 버스 투쟁, 특수학교 의무화 저지 투쟁을 중심으로 이들의 활동상을 펼쳐내 보여준다. 이는 사회에서 어떤 행위나 가치관이 장애인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켰는지,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얼마나 다른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왜 이들은 이에 분노했을까? 출신, 성별, 가족 구성, 연령, 신체의 특징 등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다양성이 중시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가운데서도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나 상식이 필요치 않다는 가치관이 분출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타협 없이 크게 외쳤던 푸른잔디회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며, 별다른 갈등을 수반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머조리티’ 입장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할 때 겪게 되는 갈등과 한계를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비장애중심주의Ableism에 저항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서로가 얻고 해방을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희망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
차별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에 불길을 지핀다. ‘푸른잔디회’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그랬다. 그들의 싸움은 나뿐만 아니라 한국의 수많은 진보적 장애인 운동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그들의 지향을 비판적으로 넘어서기 위한 뜨거운 논쟁이 줄곧 이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과 더불어, 우리는 그들처럼 ‘정상인’들의 사회의 동정과 시혜를 거부하고 차별이 스며든 장소 곳곳에서 온몸으로 맞서 갔다. 그들이 그러했듯,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인’의 모습을 본따서가 아니라 우리의 몸 그대로를 드러내며 아스팔트 바닥을, 지하철 바닥을 기었다. 그리고 이내 우리에게는 푸른잔디회가 겪은 것처럼 ‘너무 과격하다’는 딱지가 나붙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우리의 힘이었고, 아무도 기억하려 하지 않는 우리가 역사에 한 줄 기록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책을 통해 그들과 우리의 해방이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자각한다. 푸른잔디회가 쌓아 온 ‘작은 역사’가 우리가 쌓아 온 ‘작은 역사’와 만나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왔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가미하라 시설 장애인 살상사건은 벌써 잊혀졌다. 여전히 일본과 한국의 수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에 갇힌 채 사랑의 가면을 쓴 혐오와 식민화를 견뎌 내고 있다. 그 와중에 나는 장애인 운동 활동가로서 얻은 전과들을 명목으로 일본 입국을 세 차례나 거절당했다. ‘푸른잔디회의 투쟁’이, ‘또 다른 푸른잔디회들의 투쟁‘이 서로가 서로를 만나 가며 일본에서, 한국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계속 이어져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 전선은 ‘비장애중심주의에 대한 저항Against Ableism’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지금까지의 차별에 맞선 저항의 역사를 되새기고 Against Ableism의 전선에서 함께하기를 바란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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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되는 것일까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상식이다. 이 나라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있다. 그런데 왜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극심할까? 상식도 있고 법도 있는데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혹시 차별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남몰래 이런 회의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은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이다. ‘차별’이라는 말은 분명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모호하다. 차별이 나쁘다는 원론을 넘어 어떤 행동이 왜 차별인지 공동체 다수의 구성원이 납득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경험과 그 경험을 언어화한 이야기, 즉 역사가 필요하다. 이 책은 ‘우리는 문제 해결이라는 길을 부정한다’는 파격적인 행동강령 아래 1970~1980년대 일본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단체 ‘푸른잔디회’의 투쟁을 따라가며 ‘장애인 차별’이라는 단어에 깃든 잊혀진 역사를 끈질기게 그려 낸다. 그 치열한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차별에 맞서는 투쟁이란 우리의 삶 그 자체만큼 복잡하고 딱 나누어 떨어질 수 없음을 어느새 알게 된다. 결국 우리는 매순간 무엇이 가능한지 고민하며 한 걸음씩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다. - 장혜영 (장애인 인권활동가, 21대 정의당 국회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