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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가정과 학교
2장 이상을 찾아서 3장 역사의 문턱에서 4장 지적인 협력관계 5장 1905년의 트로츠키 6장 영구혁명 7장 정체기간 : 1907~1914 8장 전쟁과 인터내셔널 9장 10월혁명과 트로츠키 10장 인민위원 11장 브레스트 리토프스크의 드라마 12장 공화국을 무장시키다 13장 혁명과 정복 14장 승리 속의 패배 |
Kim Chong Chol,金鍾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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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한 예언자는 그래서 승리했는가?
---이경혁(redder@yes24.com)
트로츠키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은 TV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똘똘이 스머프'다. 그 애니메이션에서 똘똘이 스머프는 코안경을 걸치고 자신이 쓴 책의 인용구들을 잔뜩 떠다가 인용하며 딴소리를 하다가 뻥 하고 차여서 마을 밖으로 튕겨나가곤 했었다. 그친구의 원래 모델이 트로츠키라고 한다. 트로츠키에 대한 조소가 가득 담긴 좌파 만화가의 애니메이션 속에서 접하는 트로츠키는 우스꽝스러운 인텔리겐치아의 전형이었다.
그러한 트로츠키를 평전으로 재조명하는 이 책은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무장한 예언자, 이 제목은 아마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따온 듯 하다. 무장한 예언자만이 모든 난관을 뚫고 승리하며,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는 예기치 않은 장애를 만나 결국 좌절한다는 내용이었다. 트로츠키는 그래서, 무장한 예언자였을까? 승리했을까? 딱히 저자가 답을 내리진 않는다. 평전이 다루는 트로츠키는 주류 좌파가 보는 트로츠키의 입장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빛나는 부분은 저자의 탁월한 자료수집이다. 트로츠키가 직접 서술한 자신의 일생에 대한 자료마저도 그는 의심스럽게 다가가며, 다른 자료를 통해 그의 삶 구석구석을 새롭게 비춰 낸다. 단지 팸플릿과 소책자, 유인물과 연설문, 회의록으로만 남을 듯한 그의 정치적 입장만이 아니라, 그 입장이 나오게 되었던 여러 가지 배경 상황들과 레온 트로츠키 개인의 성격과 입장을 상세하게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은 트로츠키 전문가라 불리는 저자 도이처만이 할 수 있는 대작업이다. 방대한 책 분량에도 불구하고 흥미를 놓칠 수 없는 것은 그처럼 세심하고 꼼꼼한 작업의 흔적이 여기저기서 묻어나기 때문이다. 트로츠키의 어찌 보면 '더러울 수 있는' 성격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은 그런 방대한 자료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방대함을 기초로 그는 무척 담담한 제3자적 서술을 유지한다. 러시안 레드아미의 창설자로서 보여준 놀라운 리더십과 추진력에서도 저자는 그가 장교들의 가족을 인질로 삼아 반란의 기회를 차단하는 무자비함을 보여주고, 1차대전중 독일과의 강화조약 과정에서 드러났던 그의 실수들을 서술함에 있어서도 그가 가졌던 선택의 의식 흐름이 어떠했는지를 서술하여 가급적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려 한다. 트로츠키에 대한 평가가 스탈린의 집권 이후 심하게 부정적인 흐름을 탔고, 소비에트 붕괴 이후 반짝했던 트로츠키에 대한 재평가 또한 그의 부정적인 부분을 애써 덮어두려 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이야말로 트로츠키에 대한 가장 가까운 평가가 될 듯 싶다. 3부작 중 첫 번째 권이 번역되어 나왔지만 일단은 대만족. 다음 권을 기대할 수 있는 간만의 평전이 나온 것은 또하나의 설레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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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여름의 어느 날 밤 브론슈타인은 울퉁불퉁한 시베리아의 벌판을 덜컹거리며 가는 농민의 건초더미 수레 속에 몸을 숨긴 채 이르쿠츠크로 가고 있었다. 그의 집 다락방 침대에는 한 남자의 허수아비가 누워있었다. … 이르쿠츠크를 떠나기 전에 동지들은 그에게 위조여권을 만들어주었다. 그는 거기에 앞으로 쓸 가명을 서둘러 적어 넣어야 했다. 그는 오데사 감옥의 한 간수 이름을 휘갈겨 썼다. 그 간수의 이름은 그 후 혁명의 역사에서 크게 부각된다. 그 이름은 바로 트로츠키였다.
--- pp.9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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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랫동안 국민과 반목해왔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국민적 정부가 아니라 ‘대규모 살육을 위한 자동장치’입니다. … 그런대도 여러분이 방화, 폭력, … 비알리스토크(대학살이 자행된 곳)가 러시아제국의 정부형태를 대변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면, 나는 우리가 10월과 11월에 러시아제국의 정부형태에 맞서 무장하고 있었음을 인정하겠습니다.” 그는 판사들을 마주보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방청객에게 얼핏 눈길을 던졌다. 방청객 사이에 그의 부모가 앉아있었다. 아버지는 완전히 화해한 표정으로 자랑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항변은 너무나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기에 변호인단은 분위기를 냉각시키기 위해 휴전을 요청했다.
--- pp.238-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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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의 러시아 노동계급은 역사의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였다. 그 계급은 수가 적고, 젊고, 경험이 없고,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정치적 정열, 아량, 이상주의, 그리고 보기 드문 영웅적 자질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위대한 꿈을 꾸었고, 전투에서 기꺼이 죽을 수 있었다. 노동계급은 문맹에 가까웠지만, 학자들의 과두체제가 다중을 지배하는 플라톤류의 사상이 아니라 모든 시민을 철학자와 노동자로 만들 정도로 부유하고 현명한 공화국의 사상, 즉 철학자공화국의 사상을 포용했다. 러시아 노동계급은 비참의 심연으로부터 그러한 공화국을 세우는 일에 착수했다.
--- p.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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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905년 러시아혁명이 100주년을 맞는 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데 이어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마저 개방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지구상의 현실사회주의체제가 그 오류를 드러냄과 동시에 몰락해버린 마당에 몰락한 체제의 문을 연 혁명을 다시 들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냉전이데올로기라는 닫힌 틀에서 벗어난 지금이야말로 객관적인 관점에서 지난 세기의 역사, 정치, 사회를 파악해 그 의미와 영향을 살피고, 오류의 원인을 파악해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기에 적절한 때다.
아이작 도이처의 이 저작은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혁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책은 트로츠키라는 한 인물의 생애와 사상을 다루는 전기문 형식을 띠고 있다. 하지만 트로츠키의 인생 대부분이 혁명의 대의를 이루는 데 바쳐진 만큼 그의 삶을 추적하는 것은 곧 러시아혁명의 역사를 파헤치는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혁명은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독립혁명, 프랑스혁명과 더불어 세계 4대혁명으로 불린다. 노동자와 농민으로 대변되는 민중이 중심이 되어 제정을 전복하고 자신들의 대의기구로 구성된 공화국을 탄생시켰다는 점이 러시아혁명의 가장 큰 의의다. 산업혁명 이후 공업이 급성장을 이루었으나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들이 분배로부터 소외되고, 전제정치 아래서 지배계급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19세기의 유럽에서 사회주의혁명은 필연적인 것으로 예견됐다. 그러나 혁명은 자본주의가 매우 발달해 그 모순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예언과 달리, 상대적으로 자본주의가 덜 발달한 러시아에서 시작됐다. 부유한 유태인 지주의 아들이었던 트로츠키가 혁명가로 거듭나 마침내 압제와 착취에 신음하던 러시아 인민을 해방시키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차르 체제가 유지되던 농업국가 러시아의 후진적인 배경에서 어떻게 최초의 노동자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가 하는 의문이 풀린다. 트로츠키는 러시아와 같은 후진국에서는 부르주아가 아닌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혁명의 주도권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그 혁명이 계급기반상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서구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지원을 받아 국제적 차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영구혁명론’은 러시아가 독자적으로 혁명을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한 스탈린의 ‘일국사회주의론’과 대립하는 것이었다. 레닌이 죽은 뒤 스탈린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패한 트로츠키는 당에서 제명당하고 국외로 추방된다. 당내 민주주의를 추구하다 추방된 트로츠키는 망명지를 전전하면서도 날카로운 펜 끝으로 끊임없이 스탈린의 독재적 관료체제를 비판하다가 결국은 스탈린이 보낸 자객의 도끼에 목숨을 잃었다. 소련이 미국과 더불어 양대 맹주가 되어 세계를 이분하던 냉전시대에 트로츠키의 주장은 스탈린주의에 의한 날조까지 덧씌워져 명백한 오류이자 환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트로츠키의 의도와 달리 일국사회주의로 변질되고 경직된 체제로 이행해간 정권과 당의 타락과 부패로 인해 소련이 붕괴된 이후 트로츠키에 대한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러시아혁명 이후 스탈린이 아닌 트로츠키가 레닌의 뒤를 이었다면 오늘날 세계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러시아 혁명정권이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혁명의 국제화를 이루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되묻게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