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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일러두기 총론 제1부 미국문학 포우 단편집 주홍글자 일곱 박공의 집 모비 딕 여인의 초상 허클베리 핀의 모험 미국의 비극 위대한 개츠비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 소리와 분노 분노의 포도 토박이 호밀밭의 파수꾼 제2부 영국문학 캔터베리 이야기 실락원 로빈슨 크루쏘우 오만과 편견 올리버 트위스트 막대한 유산 제인 에어 워더링 하이츠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싸일러스 마너 귀향 테스 어둠의 속 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아들과 연인 무지개 등대로 리어왕 멕베스 오셀로 햄릿 연구결과통계표 글쓴이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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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미문학연구회’ 소속 연구자 44명이 학술진흥재단 기초학문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1년 반에 걸친 공동작업 끝에 2004년 1월 완성한 ‘영미고전문학 번역평가사업: 번역문화 혁신을 위한 현황점검’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단행본의 성격과 규모에 맞게 새로 손보아 내놓은 것이다. 이 작업의 1차적인 목적은 해방 이후부터 2003년 7월 31일 사이에 발간된 고전적인 영미명작 36편의 완역본을 대상으로, 수집 가능한 모든 번역본에 대하여 일종의 ‘질적 평가’를 수행함으로써 번역현황을 정리?진단하고 원본의 번역 텍스트로서 신뢰할 만한 번역본을 선별해내는 데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선별된 ‘추천본’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연구결과를 좀더 폭넓은 독자들과 공유하려는 취지에서 발간하는 것이다. 따라서 번역의 문제와 중요성에 관심을 환기하는 동시에, 그간 출간된 수많은 동종 번역본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나은 책을 가려읽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2003년 7월 이후에 새로 번역 출간된 번역본도 일부 확인했으나 이 책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새로 단행본을 꾸미면서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첨부자료를 제외하고도 A4 용지로 1천매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단행본의 규모에 맞게 조정하는 일이었다. 우선 서술대상을 일부로 한정하는 동시에 서술내용도 축약하기로 했다. 즉 원 보고서에서는 중복출간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판본을 뺀 모든 수집본을 분석대상으로 삼았으나, 이 단행본에서는 신뢰할 만한 번역본이라고 판정한 ‘추천본’ 중심으로 서술했다. (추천본의 수가 많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경우는 추천본 중 일부만 상세히 서술하고 나머지는 간략히 줄였다.) 추천본이 없는 경우에는 나머지 판본 가운데 상대적으로 나은 번역본을 ‘참조본’으로 서술에 포함했다. 이처럼 대상을 제한하는 한편, 서술의 범위와 내용도 단행본 규모에 맞게 축약하고 혹은 보완하였으며, 이는 총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검토대상 중 많은 판본들에 대한 서술은 생략되었지만, 그 대신 본문 내 각 작품의 ‘출간현황’과 맨 뒤에 첨부한 ‘연구결과통계표’ 그리고 ‘총론’의 ‘결과 총괄’을 통해서 개별 작품과 전체 작품의 번역실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추천본 중심으로 서술한 1차적인 이유는 물론 분량의 제한이지만, 또한 우리 작업의 실천적 목표가 바로 수다한 번역본 가운데 신뢰할 만한 번역본을 구별해내는 데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명작으로 평가되는 외국문학작품의 경우 번역본이 난립하면서도 개별 번역본의 질적 수준에 대한 평가가 없는 상황은, 일반독자들은 물론이고 연구자나 평론가, 문인 등 좀더 전문적인 독자들에게도 여러모로 혼란과 어려움을 초래해왔다. 전반적인 번역의 수준과 풍토를 탓하는 소리는 그간에도 드물지 않았지만 정작 그 실상에 대한 종합적이며 실증적인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자료를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엄청난 노고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현실적 이유가 크겠고, 번역에 관한 한 학계든 문화계든 일종의 ‘냉소적 방관’에 머문 점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옥석을 분별함이 없는 일괄적 개탄은 상황을 개선하는 데 별 도움이 못되며, 현실을 냉정히 보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제로 성취된 훌륭한 노력들을 가려내어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으로서는 좋은 번역이 나온다고 해도 난립한 동종 번역물들 사이에 파묻혀버리고 말 위험이 크며, 실제 이런 사례들을 우리의 연구에서도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번역이 (평가를 포함한) 진지한 비평의 대상이 되고 그 결과가 공유되는 것, 이것이 좋은 번역을 북돋고 거기에 진정한 생명을 부여하는 필수적인 방식이 될 것이다. 신뢰할 만한 번역본을 중심으로 꾸린 이 단행본 출간이 독자들에게 일종의 선택의 ‘길잡이’를 제공함으로써 좋은 번역과 독자가 만나는 기회를 확대하고, 나아가 번역물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와 토론을 좀더 원활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면 수많은 번역본들과 씨름한 우리의 길고 지난한 시간들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작업에 들어간 공력과는 별도로, 번역의 질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단순한 일은 아니고, 특히 문학번역의 경우에는 여러모로 어렵고 조심스러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평가 기준과 방법에 대해서는 ‘총론’에서 상술하고자 했으며, 그 기준들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각 번역본 분석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 작업의 기본성격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한두마디 덧붙여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번역의 질을 가늠하는 논의는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터인데, 이 작업에서 우리의 1차적인 관심은 본격적인 번역비평이라기보다는 그 비평의 대상으로 삼을 만한 번역본들을 걸러내는 기본적인 수준에서의 ‘평가’이다. 그런 점에서는 본격 비평을 위한 일종의 정지작업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물론 ‘비평’에 해당하는 내용들도 서술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평가의 기준 자체는 번역 텍스트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요건들-원본의 번역물로서 갖추어야 할 충실성과 한국어 텍스트로서의 가독성-로 국한하였다는 뜻이다. 이 요건들과 그 적용의 정당성은 궁극적으로 독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우리로서는 최대한 공정한 평가가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할 수 있겠다. 이 작업을 수행한 영미문학연구회는 1995년 창립 이래 번역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으며, 일찍부터 번역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영미문학의 번역현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기획을 모색해왔다. 이 숙원사업을 실행에 옮길 기회를 마련해준 학술진흥재단에 감사드리며, 이번 연구의 후속작업이 현재 진행중임도 알려드린다. 또한 이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단행본 출간이라는 어려운 일을 흔쾌히 맡아 편집에서 교열까지 꼼꼼하게 살펴준 창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우리 작업의 결과가 좀더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번역문제에 대한 관심이 좀더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랜 기간 진정한 협업의 정신을 보여준 연구진을 비롯한 영미문학연구회의 여러분들과 이 작은 보람을 나누고 싶다. 2005년 4월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 --- 책머리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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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번역을 점검한다
번역이 우리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음에도 번역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인식은 학계에서나 문화계 일반에서 그다지 높지 않았다. 번역의 양에 비해 번역결과물에 대한 정리와 평가는 산발적이고 부분적이었으며, 출판의 규모에 비추어서는 지극히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전반적인 번역의 수준과 풍토를 탓하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으나 정작 그 실상에 대한 종합적이며 실증적인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우리의 문화와 교육에 영향을 미쳐온 외국문학작품의 경우 번역본이 난립하여 지금으로서는 좋은 번역이 나온다고 해도 묻혀버리고 말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영미명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는 한국의 영미문학 번역 현실을 점검하고 신뢰할 만한 번역본을 선별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된 책이다. 영미문학연구회 소속 연구자 44명이 1년 반 걸친 공동작업 끝에 완성한 연구보고서를 독자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단행본으로 손보아 내놓은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해방 이후 남한에서 2003년 7월 31일까지 발간돤 영미문학작품 중에서 명작으로 평가받고 한국독자들에게 널리 읽힌 36편의 완역본을 대상으로, 각 작품의 전반적인 번역현황을 정리·진단하는 한편 각 번역본의 번역 수준과 특성을 상세히 분석·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 분야의 번역 수준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공개하는 일은 영미문학은 물론이고 어떤 분야에서도 전례가 없던 일이어서 이 책의 의미가 더욱 깊다고 하겠다. 이 책은 신뢰할 만한 번역본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좋은 번역본을 선택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집단적 작업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교육과 연구의 현장에도 유용한 지침을 마련해줄 것이다. 무엇보다 번역의 문제와 중요성에 관심을 환기하는 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 번역이 진지한 비평의 대상이 되고 그 결과가 공유되는 것, 다시 말해 이러한 논의의 공론화가 좋은 번역을 북돋고 거기에 진정한 생명을 부여하는 필수적인 방식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성과가 우리 번역 현실을 좀더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번역 문화를 개선해나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좋은 번역을 찾기 위한 지난한 과정 이번 연구는 출간된 번역본의 자료정리작업과 평가분석작업으로 이루어졌는데, 첫 단계부터 팀 단위의 공동작업을 함으로써 개개인의 편향과 차이를 줄이고자 했다. 어떤 번역이 좋은 번역인가에 대한 시각은 다양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본격적인 번역비평을 위한 일종의 정지작업으로서 비평의 대상으로 삼을 만한 번역본, 즉 우선 믿고 추천할 만한 판본을 골라내는 수준의 평가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번역의 질을 판별하는 기준으로는 원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절하게 번역했는지를 판단하는 충실성, 우리말 구사 수준을 판단하는 가독성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그밖에 문장 차원의 누락이나 첨가, 필요한 추가정보 제공 여부, 표기법과 단락 구분의 정확성, 변용의 적절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1,808본의 출간을 확인했으며 그중 축약본, 부분번역본, 아동용 판본 등을 제외한 980본(중복판본을 1종으로 계산시 572종)을 검토했다. 여기서 다시 표절본을 걸러내어 본격적인 번역 수준 검토대상을 선별했다. 표절본은 고른 발췌와 대조의 과정을 거쳐 판정했는데, 100% 베낀 판본은 물론, 단어나 어휘의 일부 변형이 있다 하더라도 문장구조와 배열이 그대로인 '윤문'에 그친 경우, 표절과 윤문으로 확인된 대목이 전체 텍스트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영미명작 번역의 현실 연구 결과, 전체 번역본에서 표절본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표절을 제외하고도 번역의 정확성이나 가독성 면에서 믿고 추천할 만한 번역본이 매우 부족하다. 검토본 572종 가운데 추천본으로 선정된 것은 총 62종(검토본 중 11%)인데, 그중에서도 신뢰도가 매우 높은 최고등급을 받은 종수는 단 6종에 불과하다. 결국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는 완역본 가운데 10권 중 1권 정도만 믿을 만한 번역인 셈이다. 이는 국내 영미문학 번역의 전반적인 상황이 매우 열악함을 말해준다. 물론 전체 작품의 약 2/3 가량에서 많든 적든 추천할 수 있는 번역본이 나오기는 했지만 번역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져왔고 또 이번 연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설작품에서는 추천할 수 있는 번역본이 전체 번역본의 6%밖에 안된다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특히 『로빈슨 크루쏘우』 『오만과 편견』 『막대한 유산』 『모비 딕』 『무기여 잘 있거라』 『허클베리 핀의 모험』 『소리와 분노』 등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포함한 13편에서 추천본이 하나도 없었으며, 검토본 종수가 가장 많은 『주홍글자』도 총 52종 가운데 단 2종, 『노인과 바다』는 49종 가운데 단 1종만 추천본으로 선정되었다. 표절본은 310종(54%)으로 절대적인 수치와 비율에서 비표절본(262종, 46%)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의 절반이 넘는 번역본들이 남의 번역을 그대로 베끼거나 단어나 표현 등을 약간 손질한 표절본이라는 우리 번역 현실의 단면이 충격적으로 드러났다. 번역의 질이나 수준을 논의하기 이전에 표절의 관행이 우리 번역문화의 가장 심각한 병폐임을 알려준다. 표절본이 가장 많은 작품은 『주홍글자』로 검토본 52종 가운데 39종(75%)이었으며,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에서도 적지 않았다. 유독 소설에서 표절본의 비율이 높은 것은 번역에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인데, 특히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되풀이 번역되어온 작품일수록 표절이거나 수준이 떨어지는 번역본이 많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번역들에서도 이같은 과거의 표절관행이 근절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가령 『멕베스』의 경우 표절본 14종 가운데 8종이 1990년대 이후 출간되었으며 『햄릿』은 표절본 13종 중 1995년 이후 출간본만 6종이었다. 『오만과 편견』의 경우 표절본 14종 중 무려 12종이 1990년대 이후 출간되었으며, 2000년대 들어와서 출간된 것만도 6종에 달한다. 또한 최근까지도 번역의 질적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우려스러운 상황이 밝혀지기도 했는데, 『햄릿』은 1954년 역본이, 『제인 에어』 1970년, 『노인과 바다』 1976년 역본을 넘어서는 번역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씁쓸한 현실 뒤에는 구조적으로 열악한 번역여건이 있어왔다. 매우 낮은 경제적 보상, 전문적이고 유능한 번역자의 부족, 졸속하고 불성실한 번역관행 등 여러 요소들이 서로 맞물리며 부실한 번역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데는 번역물의 수준과 성과를 평가하는 학문적?사회적 기제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우리 학계와 문화계의 현실도 큰 몫을 하였다. 결국 번역자 개개인의 윤리나 자질에 호소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양식있는 번역자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수 있도록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조건을 구축해나가면서 번역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일이 더 근본적인 과제라 하겠다. 마침내 찾아낸 빼어난 번역 여섯 편 다른 역본들이 원작의 단락 구분이나 이탤릭체 강조부분을 쉽게 무시한 반면 『도둑맞은 편지』(김진경, 문학과지성사 1997) 는 원작을 철저히 존중한 점이 두드러진다. 또한 요즘 독자들의 언어감각에 맞는 산뜻한 번역을 선보였다. 일례로 "by any of that half-pleasurable, because poetic, sentiment, with which the mind usually receives even the sternest natural images of the desolate or terrible"이라는 몹시 까다로운 부분도 "왜냐하면 황량하거나 끔찍한 어떤 자연의 이미지에서조차도 대개 인간의 마음은 어떤 시적인 요소를 찾아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데 반해"라고 말끔하게 해석했다. 사실묘사가 중심적이라서 정확성이 필수인 『토박이』(김영희, 한길사 1981; 김영희, 창작과비평사 1993) 는 초판의 번역이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역자 스스로 개역하여 완성도를 더욱 높인 사례이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멈췄다"를 "쨍그렁 소리를 내며 멈췄다"로, "시체를 태워버리는 데 충분한 석탄이 있을까?"를 "시체가 다 타버릴 만큼 석탄이 충분할까?"로 바꾸는 등 좀더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고쳤다. 『캔터베리 이야기』(김진만, 정음사 1963) 는 원문과 번역문의 기계적인 일치관계보다는 자연스럽고 맛깔스러운 우리말로 씌어진, 번역본만으로도 시적 의미를 감상할 수 있는 문학작품을 만들겠다는 역자의 소신이 시종일관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역본에서는 특히 구어체의 번역이 탁월하지만, 중세영어의 어감도 우리말 고어투를 시의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잘 살려내고 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상옥, 민음사 2002) 은 각별한 정성을 기울인 우리말 표현과 정교하고 세심한 각주가 돋보인다. 이를테면 원문에서 언급된 무게의 단위 "stone of coal"을 "6킬로그램 남짓한 석탄"으로 번역했고 이에 대해 각주에서 "이렇게 소량으로 석탄을 산다는 것은 이 집이 가난하다는 것을 암시한다"라고 덧붙여, 생소한 무게 단위를 바꾸어 쉽게 이해하도록 하면서 작가가 이 대목에서 암시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햄맅』(최재서, 연희춘추사 1954) 은 원작의 미묘하고 미세한 의미와 뉘앙스까지도 최대한 살려냈다. 클로디어스가 햄릿에게 "네 얼굴에 항상 구름이 덮여 있으니 무슨 연유이냐?"라고 묻는 장면에서 "I am too much in the sun"이라는 햄릿의 대답을 "저는 태자라, 태양의 성덕을 너무도 많이 받고 있읍니다"로 옮기고 있는데, 이는 영어로 "sun"과 "son"이 동음이의어라는 점을 우리말로도 적절히 살려내어, 대부분 "햇볕을 너무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정도로 옮긴 다른 번역들과 차이가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