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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 삶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 에필로그_ 다시 태어날 결심 | 녹취서
01 조용한 유죄 다려진 옷, 다려지지 않은 마음 | 비눗방울에게 작별을 | 하얀 코트의 천사 | 살아 있다는 감각 | 어머니라는 고립된 우주 | 유신의 향로 속, 재가 된 청춘 | 역사는 끝나지 않은 재판 | 영광의 뒷면, 침묵의 유산 | 균열 | 원칙의 사람 | 덮인 풍경 | 향유 대신 투쟁 | 지붕 없는 집안 | 저는 악의 딸인가요 | 보지 못한 아름다움, 보게 된 진실 02 빛의 이음 낯선 연설, 낯선 각성 | 지지 선언은 나의 증언 | 금기가 된 질문 | 내 안의 남성 | 진리의 이름으로 강요된 언어 | 진실과 거짓 사이 | 나는 성폭력 피해자였다 | 피해자의 자격 | 원망을 지운 자리 | 사라진 중심에 남겨진 프레임 | 유효한 언어를 찾아서 | 병든 페미니즘 | 이십 대의 종주먹질 | 뒤틀린 감수성, 잃어버린 인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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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가는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까지 한 고급 리조트에 전용 객실을 보유하고 있었다. 오직 우리 가족만을 위한 객실이었다. 다른 사람은 사용할 수 없었다. 내가 여섯 살 무렵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까지,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그 리조트를 찾았다. 할머니는 골프를 치셨고, 나와 부모님은 수영장에 갔다. 가끔은 할머니와 함께 사우나에 가기도 했다.
--- p.23 나의 할아버지는 ‘유신 판사’였다. 그는 당시 박정희와 독대를 하는 사이였고 수많은 군법 재판을 맡았다. 말하자면, 유신 시대 공안 통치의 실무자였던 김기춘이 ‘선별해서 가져다 준’ 자료만을 토대로 판결을 내려야 하는 처지였다. 그는 ‘문세광 사건’ - 육영수 피격 사건으로 사형이 언도되고, 127일 만에 집행된 사건 - 의 주심판사였으며, 유신 정권의 대표적인 공안 조작 사건인 ‘인혁당’과 ‘민청학련 사건’ 재판 사건에 관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 p.52 나는 가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이 관계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 같지 않나요?” 그는 되려 나에게 되물었다. “그동안 나 때문에 어떻게 살았냐.” 나는 말했다. “좋은 사제지간, 친구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작이 잘못되었어요.” 그는 대화 끝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감옥에 가겠다.” 나는 그 전화를 녹취하고 그와 연락을 끊었다. 주변 사람들과도 단절한 채 지인이 마련해준 오피스텔로 숨어들었다. --- p.147 그녀를 떠올리면 각종 집기로 구타 당했던 기억과 맞다가 안경이 깨져 눈에 박힌 기억, 뜨거운 음식을 뒤집어쓴 기억, 그리고 사전 같은 두꺼운 책으로 맞아 멍이 들었던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많이 의식했던 존재가 그녀였다는 사실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 p.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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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그 너머의
인권을 바라보다 이 책은 단지 개인의 고백을 넘어, 한국 사회가 ‘법과 정의’ ‘고통과 증명’ 사이에서 수많은 피해자에게 던져왔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야 했던 고통의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 권윤지는 꾸준히 개인전을 열어온 화가이자, 칼럼과 방송을 통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온 작가다. 이른바 ‘진보 반페미’라는,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에게 결코 환영 받을 수 없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줄곧 자신만의 방식으로 질문을 던져왔다. 이 책에서도 페미니즘을 진보나 보수 어느 진영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은 이념과 해석을 내려놓고 인권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자신의 삶의 고통을 담담하게 마주하며 단단한 언어로 써내려간 용기 있는 고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