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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 노화 혹은 진화하는 우리 생애에 축배를! - p. 5
1부|전력 질주를 위한 몸풀기 전원생활의 허상 - p. 13 협심증 약의 치사량을 헤아리다 - p. 23 휴먼 캐피탈에서 생애 마지막 대출을 - p. 29 산 자를 위한 무덤은 없다 - p. 35 마음의 주름 관리하기 - p. 40 2부|직함 없는 인생, 얼마나 좋은가 눈물 펑펑 쏟은 이 교장 - p. 49 무너진 챔프의 꿈 - p. 55 맨체스터의 영원한 감독 - p. 60 직함의 껍데기가 된 신사 - p. 67 ‘호적 연령’에 집착하는 사회 - p. 74 정신을 위한 따뜻한 밥 한 끼 - p. 81 아침엔 홍안, 저녁엔 백골 - p. 87 3부|머리 하얀 짐승들의 반란 억제를 미덕으로 착각하지 말자 - p. 97 의병의 생은 초연해질 수 없다 - p. 103 늙은이의 하루도 24시간이다 - p. 110 머릿속에는 교통경찰이 없다 - p. 116 인생의 10년 주기설 - p. 123 내 인생을 위한 총천연색 무지개 - p. 136 4부|폭주하라, 인생 후반전! 머리 검은 짐승을 조련하는 법 - p. 143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것 - p. 149 그 나이 먹도록 그런 것도 몰라? - p. 155 은퇴한 늙은이의 냄새 - p. 161 회색의 노년에서 장미색 노년으로 - p. 169 닭처럼 크게 홰치며 살자 - p. 175 말띠들이여, 말춤을 추자 - p. 184 탑골공원에 모이는 고독 - p. 190 5부|죽을 힘으로 산다 죽는 걸 겁낸 페미니스트 - p. 197 집단 자살의 시대 - p. 204 나는 늙은 찐따다 - p. 211 겨울에 피는 꽃도 있다 - p. 218 대기만성한 노인의 시대가 온다 - p. 224 인생에는 보이지 않는 마디가 있다 - p. 228 죽음은 내 것이 아니다 - p. 232 맺음말│최후의 전력 질주를 위하여 - p. 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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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가 인간에게, 특히 정신노동으로 먹고사는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나는 20년 전에 몸소 배웠다.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시골은 도시와 달라서 태양이 무지하게 강렬하다. 뜨겁다는 의미가 아니라 비유컨대 도시의 태양은 비닐하우스에서 보는 태양이고, 시골의 태양은 노지에서 직접 몸속으로 투과되는 태양이다. 창밖으로 그 따스한 빛줄기가 쏟아지면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컴퓨터 키보드도 만지기가 싫다. 그냥 밖에 나가서 혼자 멍하니 논둑을, 밭둑을 헤매고 싶은 살랑살랑한 마음뿐이다.
--- p.18 「전원생활의 허상」 중에서 ‘전직’이란 말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면 이픔 앞에서 직함이 떼어진 사내는 노숙자나 교장이나 대기업 회장이나 대통령이나 다 똑같다. 아무도 써주는 데가 없고, 할 것도 없는 무산계급이다. 그것도 버려진 무산계급이다. 매력이 없다. 쓸 만한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다. 그런 걸 누가 찾겠나. 나라도 안 찾는다. 나만 해도 이 교장을 찾아간 게 아니라 데낄라를 찾아간 거다. --- p.53 「눈물 펑펑 쏟은 이 교장」 중에서 내 친구들은 신문 보기도 버겁다고 한다. 기사 나부랭이를 몇 줄만 읽어도 눈이 아프고 머리가 뱅뱅 돈다고 한다. 소주도 잘 못 먹는다. 1930년대에 태어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다 그렇다고 해서 나까지 그렇게 살라는 법은 없다. 내 몸과 머리와 가슴은 나의 호적에 기록된 출생 년도를 무시하고 여전히 뜨겁다. 앞으로 10년은 더 뜨겁게 일하며 살아야 한다고 나를 다그친다. 나는 그 목소리를 따라갈 뿐이다. 누구의 목소리도 아닌,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갈 뿐이다. --- p.80 「'호적 연령‘에 집착하는 사회」 중에서 기껏해야 노는 게 목표라니, 무슨 망발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놀아보려고 하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놀이라는 ‘아웃풋’을 위한 ‘인풋’이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풋은 외부 자극에서 얻어지는 생각의 변화다. 바깥과의 접점을 만들어두라는 이야기다. 내 안에 고립되지 말고 바깥에서 고독이 느껴지더라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익숙한 곳, 익숙한 사람들이 아닌 처음 가는 곳, 살면서 만날 일이 거의 없던 이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를 자꾸 만들다 보면 마음의 불씨가 다시금 빨갛게 타오를 것이다. --- p.139 「내 인생을 위한 총천연색 무지개」 중에서 일요일에 집 근처 대형 마트에 갔더니 여기가 치악산 등산로 입구의 파전 가게인가 싶을 만큼 돌아다니는 사람마다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있다. 산에 가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등산복을 외출복으로 입고 온 것이다. 부부가 나란히 등산복을 맞춰 입고 마트에 와서 장을 본다. 등산화도 척 보기에 좋은 걸 신었는데 흑이 하나도 안 묻는 새 거다. 그 꼴이 얼마나 우습던지 앞으로는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마다 마트에 와서 등산복 입고 장 보는 군상들을 구경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 산을 오르면서 구두에 셔츠를 입는 것도 문제지만, 산에 가지도 않을 거면서 지금 당장 백두대간 종단이라도 떠날 것 같은 옷차림으로 마트 시식대에서 녹말 이쑤시개로 소시지나 주워 먹는 꼴도 여간 같잖은 게 아니다. --- p.151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것」 중에서 사람은 동물이 아니다. 먹고 싸면 장땡이 아니다. 봐야 하고, 들어야 하고, 말해야 한다. 눈과 귀와 입이 채워져야 한다. 갓난쟁이가 부모의 희롱에 까르륵거리듯 인간은 죽기 직전까지 세상을 보며 웃고 울고 감동해야 한다. 나를 보며 웃고, 나를 보며 우는 것은 소용없다. 바깥과의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젊은 사람들 눈에는 한겨울에 밥 한 끼 먹겠다고 저런 몸을 이끌고 파고다공원을 찾는 노인네 보기가 넌덜머리 날지는 몰라도 노인이 병든 몸을 이끌고서라도 지하철을 타고 종로2가를 찾는 진짜 이유는 거기가 나이 들어 갈 수 있는 유일한 ‘바깥’이기 때문이다. --- p.193 「탑골공원에 모이는 고독」 중에서 죽음을 생각하지 말아라. 이것이 살아 있는 자가 지켜야 할 법칙이다. 죽으면 죽는 거다. 미리부터 죽음에 대해 이것저것 갖다 붙일 필요가 없다. 살아 있는 날에 충성을 다하는 배고픈 자가 되어야 한다. 죽음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나 자신에게 충성하며 맹목적으로 사랑해야 한다. --- p.203 「죽는 걸 겁낸 페미니스트」 중에서 이 겨울 동백으로 살다가 꽃송이로 낙화할 것인가, 아니면 가을부터 앙상한 배나무 가지로 메말라 갈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부디 동백꽃으로서의 삶을 욕망해 내길 부탁하고 싶다. --- p.223 「겨울에 피는 꽃도 있다」 중에서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한다. 백 년을 바라보는 우리의 기나긴 인생은 42.195킬로미터라는 육상 최장거리에 비할 만하다. 최후의 5킬로미터는 인생의 막바지, 즉 노년기다. 우리 또한 이 마지막 구간에서 전력 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폭주 노년’인 것이다. --- p.239 「맺음말 - 최후의 전력 질주를 위하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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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자신의 삶을 개척한 한 노인이 고백하는 희망의 역전극
60대 중반에 보증을 잘못 선 바람에 30년 넘게 모은 재산을 잃은 노인. 번역을 무기로 제2의 인생을 살며 기적처럼 다시 살아난 노인. 80대가 넘은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웃고 울며 분노하고 슬퍼하던 노인. 95세의 나이에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글을 쓴 노인. 이 모든 말은 바로 ‘폭주하는 노년’ 김욱 작가를 가리킨다. 그는 《유쾌한 폭주 노년》에서 자신의 인생이 수렁에 빠진 순간의 심경을 덤덤히 고백한다. “나는 저 깡통만도 못한 것일까?” 당시 작가는 엉뚱한 재테크로 전 재산을 날려 여생이 막막한 상황에 봉착하였다. 그때 굴러다니는 빈 깡통을 보며 본인의 삶이 쓰레기만도 못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아무리 빈 깡통을 발로 밟고 짓이긴다 한들 재활용을 거쳐 새로운 상품으로 거듭”나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쓰레기도 재활용되는 세상에서, 정년은퇴를 한 노인의 경력이, 한평생 일을 한 노년의 능력이 재활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절망의 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60대 노인이 새로운 인생을 살겠노라 각오한 이유는 마음속에 떠오른 단 한 문장 때문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의 삶이니까.” 김욱 작가 특유의 진솔하고 발칙한 표현을 빌리자면 이기적인 마음이 그의 역전극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오직 한 목숨, 이대로 비참하게 끝내고 싶지 않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욕심과 미련이 다 죽은 줄만 알았던 영혼의 불꽃을 점화했다. 그런 마음이 들자 그는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번역을 하자. 내 글을 써서 인세를 받자.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나의 삶을, 나의 인생을 지키자.” 그렇게 김욱은 죽는 날까지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 《찬란한 문학의 문장들》, 《약간의 거리를 둔다》 등 숱한 베스트셀러를 번역하며 출판계에서 명성을 얻었다. 팬티 한 장만 입은 채 거리에 앉을 뻔했던 노인이 출판계의 위대한 저술가로 거듭나는 데에 걸린 시간은 30년이었다. 그의 인생 후반전은 청춘을 바친 전반전 30년보다 더욱 처절하고 아름다웠다. 김욱 작가는 《유쾌한 폭주 노년》에서 패기 넘치는 노인의 삶, 인생 후반전을 폭주하기 위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있는 지금, 노년의 삶이라는 화두가 부상하며 여생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작가는 세상을 떠났으나 이 책에 담긴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은퇴의 시간을 맞이한 중장년들에게, 인생 후반전을 당당하게 보내고 싶은 독자들에게 앞서 늙어본 자의 지혜와 용기를 일깨워주고자 《유쾌한 폭주 노년》을 리커버판으로 재출간했다. 제목과 달리 노년층 독자만 읽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노년을 기다리는, 저항할 수 없는 노화의 저주를 축복으로 승화하기를 소망하는 중장년 독자에게 더욱 유익할 것이다. 일상을 열정적으로 보내는 법? 의미를 탐색하는 고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노인의 지혜? 그따위 뻔한 메시지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폭주’는 말 그대로 치열한 질주요, 정열적인 쾌주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노화는 저주가 아니라 섭리이고 축복이다.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 바라만 봐도 황홀해지는 무지개를 볼 때 가슴이 뛴다. 그렇게 뛰는 마음은 결코 마모될 수 없다. 자신의 후반전이 초라하지 않기를 바라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