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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복어가 배를 부풀리는 까닭은
2. 아르마디오 3. 포구에는 달이 없다 4. 명개 5. 겨울날이 따뜻하면 6. 종이꽃 속의 꿀벌 7. 청둥아저씨 8. 비디오 가게 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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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가 얼추 끝났을 무렵에야 나는 그 동안 그로부터 전혀 연락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따금씩 근거도 없는 불안이 엄습하곤 했지만 그럴 때면 쇼핑을 하는 데 더욱 열중했다. 여행을 하루 앞두고 그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에야 비로소 나는 불안이 현실화되는 느낌이었다. 만나자, 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것 외에도 무언가 심상치 않는 분위기가 배어 있었다. 결국 그는 서너 대의 줄담배를 피우고 나서야 지방 출장을 간다는 말을 꺼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고무 풍선의 바람이 빠지고 손에서 일탈되는 것처럼 망연해졌다. 나는 왜 하필이면 연휴때?라는 말을 선생님의 질문에 자신 없는 답을 하는 학생처럼 내뱉으면서도 그의 표정을 살피는 데 급급했다. 그의 입에서 떨어질 다음 말이 겁났던 것이다. 그는 내 표정이 일렁이는 것을 대번에 알아채고 반사적으로 웃음을 머금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전과는 사뭇 달랐다. 누구에게도 거부당해 보지 않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넉넉한 웃음, 세상의 그 어떤 바람도 비껴갈 것 같은 훈훈한 웃음이었다. 지금 같은 불황에 회사가 원한다면 출장 아니라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판인데 거절할 수가 있어야지. 게다가 이번 일은 내가 아니면 처리할 수가 없는 거라서.
--- pp.125-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