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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소리, 말 소리, 시끄러운 소리를 잠재우다서걱거리는 이불마음을 빼앗기지 않다도령들, 형을 놀리다책이 밥 먹여 줍니까맹자, 밥을 차려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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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장터 옆 작은 방에서 형과 아우가 마주 앉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장터에서 온갖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고 입김을 불면 벽에 성에가 낄 정도로 싸늘한 방에서 형과 아우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소리 내어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는 책을 베껴 쓸 종이를 사러 시장에 나왔다가 양반집 도령 무리와 마주쳤습니다. 그들은 형에게 과거도 볼 수 없는 서자 출신이 책만 읽으면 뭐하냐며 비아냥거렸습니다. 어린 아우는 형을 놀리는 사람들이 밉고, 그런 사람들에게 화조차 내지 않는 형도 미웠습니다. 그리고 도령들 말마따나 과거조차 볼 수 없는 자신들의 처지가 한없이 원망스러웠지요. 그래서 형에게 밥도 못 먹여 주는 책 따위 더는 읽고 싶지 않다며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만날 허여멀건 나물죽만 올라오던 밥상에 윤기 자르르한 쌀밥과 짭짜름한 생선 한 마리가 떡하니 올라와 있었거든요. 어리둥절해 하는 동생에게 형은 “맹자님이 밥을 차려 주셨습니다.”고 말하며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맹자님이 밥을 차려 주다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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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윤종태
경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습니다. MBC 문화센터에서 뮤지컬 〈정글북〉과 〈백설공주〉의 포스터를 제작했고, 에버랜드에서 동물 축제와 침팬지, 코끼리 공연장의 일러스트를 그렸습니다. 가수 빅마마의 2집 앨범 일러스트를 맡았고, 한국관광공사 컨셉디자인 뉴욕광고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린 책으로 《엄마, 나 잘했죠?》, 《연탄길》, 《이중섭과 세발자전거》, 《거상 김만덕》, 《토끼와 별주부》, 《구운몽》, 《무덤 속의 그림》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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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추운 집에서
어린 동생과 책을 읽었던 이덕무 이야기 책벌레 위인들의 일화를 동화로 엮어 독서의 소중함을 전하는 ‘위대한 책벌레’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간서치 형제의 책 읽는 집》은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했던, 아정 이덕무와 그의 동생 이공무 형제의 가슴 찡한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이덕무는 스스로를 ‘남산 밑 책만 읽는 바보’라 일컬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던 인물입니다. 서자 출신이라는 신분의 제약 때문에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고 변변한 벼슬자리에도 오를 수 없었지만 독서의 힘으로 역경을 딛고 좌절을 이겨낸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독서가이지요. 이 책은 이덕무가 25살, 아우 이공무가 9살이던 1765년에, 찬바람이 숭숭 드나드는 허름한 초가집에서 형제가 석 달 동안 함께 책을 읽으며 추위를 이겨냈다는 일화(이덕무의 산문집 《이목구심서》 수록)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여 꾸몄습니다. ‘어린 아우와 기거한 방은 추웠지만 책 읽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바로 이 한 줄의 기록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대관절 공부가 무엇이기에, 책 속에 어떤 보물이 숨어 있기에 형제는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독서에 매진했을까요. 어른인 형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직은 공부보다 노는 게 더 즐거울 어린 아우는 추위를 참아 가며 공부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을까요. 추워서 공부하기 싫다며 어린아이다운 투정을 부리지는 않았을까요. 이러한 궁금증들이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가슴 뭉클한 한 편의 동화를 탄생시켰습니다. 가난한 살림살이에 형이 아우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책을 함께 읽는 것뿐이었을 겁니다. 그런가 하면 아우는 겉으론 춥고 배고프다며 툴툴댔지만 사랑하는 형과 마주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이 무척 행복했겠지요. 두 형제의 애틋한 우애는 이덕무가 가장 아끼던 《맹자》 책을 팔아 쌀을 샀다는 또 다른 일화와 결합하면서 급기야 눈물이 핑 도는 진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까막눈이 산석의 글공부》에서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애잔하게 풀어 낸 김주현 작가는 《간서치 형제의 책 읽는 집》에서도 풍부한 묘사와 살가운 문체로 따뜻하고 정감 어린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여기에 여백의 미를 살린 윤종태 작가의 동양화풍 그림이 더해져 책을 덮고 나서도 진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지요. 책의 말미에는 이덕무의 일생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일대기와 사진 자료를 실어 인물에 대한 탐구는 물론 역사적인 배경 지식까지 얻을 수 있게 도왔습니다. 또한 이덕무의 독서관을 정리한 산문 2편을 수록하여 어린이 독자들이 ‘책을 읽는 올바른 자세와 마음가짐’을 깨칠 수 있도록 구성하였지요. 마지막으로 책 속에 나오는 고전 구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자와 뜻풀이를 곁들였습니다. “내가 아우님과 함께 이 추운 방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책을 읽는 것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도, 출세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멋진 사람이 되려는 것입니다.” 이덕무는 자신을 ‘책만 읽는 바보’라며 스스로 낮추었지만 사실 이덕무야말로 부와 명예 앞에서도 초연할 줄 알았던 진정 큰 인물이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풍토가 당연시되는 요즘, 그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가 아닌 배움 자체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했던 이덕무의 모습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도 서로를 알뜰살뜰 위하고 의지하며 마음을 나누었던 이덕무·이공무 형제를 통해 훈훈한 우애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