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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하얀 만남
2장 푸른 방문 3장 빨간 마법 4장 갈색 과거 5장 회색 경계 6장 무지개색 목격 7장 호박색 꿈 8장 감색 서곡 9장 노란색 문 10장 은색 진실 11장 무색 주말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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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깨끗하게 살아갈 수 없는 존재야. 우리는 본래부터 환경 파괴 생물이거든. 수만 년 전에 우리는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 덕분에 선택된 종족이란 말이야. 어떤 식이든 간에, 사실은 속도의 문제일 뿐이지. 환경을 빨리 파괴하지 않으려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밖에 없어. 그러려면 모든 것에 컴퓨터를 도입하여 에너지를 제어해야 해. 그에 대해 인간성 확보라는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가상현실이라는 기술 외에는 다른 게 없어. 속임수야말로 인간성의 추구라고 할 수 있지.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게 만드는 거야, 사물을 이동시키지 않는 것…….”
--- p.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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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는 말이에요……. 니시노소노 씨.” 여자는 천천히 대답했다. “알고 싶은 건 금방 눈앞에서 볼 수 있어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눈앞에 있어요.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게 당연한 일인 거죠. 안 그래요? 원래 세상은 이랬어요. 그런데 지금 당신의 세계가 얼마나 어중간하고 부자유스러운지 생각해 봐요. 멀리 있는 목소리가 들리고, 멀리 있는 것이 보이기는 하지만 만질 수는 없어요. 산더미 같은 정보가 주어지는데도 모두 잊혀지고 잃어버릴 수밖에 없어요. 정보가 많아서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게 되는 거에요. 사람들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어요. 왜 그렇게 떨어지고, 멀어지려고 하는 걸까요? 권총의 총알이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일까요? 니시노소노 씨, 신이란 것도 왜 그렇게 멀리 있는 거죠? 정말로 우리를 구원해 주실 거라면 왜 우리 눈앞에 계시지 않는 걸까요? 이상하지 않아요?”
“하지만…….” 모에는 무어라 말하고 싶었다. “안녕히,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군요.” 여자의 목소리만 들렸다. “어디 있는가는 문제가 아니에요. 만나고 싶은지 만나고 싶지 않은지, 바로 그게 거리를 결정하는 거예요.” --- p.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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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계'신본격 작가, 모리 히로시의 대표작
80년대 중반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으로부터 시작된 일본 미스터리계의 '신본격 운동'은 20세기 초반 추리문학 황금기의 본격 추리물을 읽고 자란 세대가 당시 일본 미스터리계의 주류였던 사회파 리얼리즘 스타일의 변격 추리물에 염증을 느끼고, 본격 추리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신본격 미스터리'란 명탐정이 등장하여 미궁에 빠진 불가능한 사건을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본격 스타일로 회귀하면서, 독자와의 지적 심리 게임이라는 추리소설의 대전제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사건이 벌어진 동기나 외적 원인보다는 독자를 속이는 '트릭'의 설정에 더욱 집중한 일련의 작품들을 말한다. <점성술 살인사건>의 시마다 소지가 추천하여 등장한 '아야쓰지 유키토', '노리즈키 린타로',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의 신본격 작가군은 정체된 일본 미스터리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게 된다. 90년대 들어 한동안 주춤하던 신본격 미스터리계는 <우부메의 여름>의 교코쿠 나츠히코와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모리 히로시라는 두 스타의 출현으로 중흥기를 맞이한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두 작가는 '이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일이란 없다'는 전제 하에,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서로 다른 독특한 개성으로 해결하는 탐정이 등장하는 작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인기 작가로 떠오른다. '요괴' 전문가 교코쿠 나츠히코가 괴이한 인물들이 벌이는 있을 법 하지 않은 사건을 안락의자에 앉아 논리적으로 추리하여 해결하는 '문과계' 스타일이라면, 공학부 교수 모리 히로시는 컴퓨터나 건축, 실험실, 수학적 소재를 트릭으로 삼아, 어떤 불가사의한 현상과 사건을 둘러싼 환경에 숨겨진 비밀을 현장 수사를 통해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이과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작가 모두 각자의 전공 분야를 작품 속에 충실히 녹여내어 추리물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문과계'와 '이과계'를 대표하는 인기 미스터리 작가로서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_모리 히로시 월드의 원점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모리 히로시의 데뷔작이면서,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 중인 대표작이다. 원래 이 소설은 사이카와 교수와 모에가 등장하는 이 작품에는 모리 히로시가 그리는 '이과계' 미스터리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최첨단 시스템으로 모든 업무가 처리되는 하이테크 연구소, 직접 사람들과 만나지 않고 온라인 네트워크로만 커뮤니케이션하는 작업 환경, 24시간 동안 모든 사항이 기록되는 감시 시스템 등은 '이과계' 작가라는 평판에 딱 어울리는 배경이다. 주인공들 또한 공학부 조교수인 '사이카와 교수'가 탐정 역할을 맡고 있으며, 수학 천재인 제자 '모에'가 조수로 콤비를 이루며 돕고 있다. 무엇보다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인 '모든 것이 F가 된다'라는 메시지는 컴퓨터 공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이과적'으로 보아야만 풀 수 있는 단서다. 현직 나고야 국립대학 공학부 교수인 모리 히로시는 이처럼 자신의 전공과 관심 분야에서 촉발된 소재를 '트릭'으로 삼아 미스터리를 집필하고 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트릭들은 그 설정 자체가 전문 공학 지식에서 비롯된 것들로 그 특징 상 현실 세계와는 다소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대신 그는 추리물 장르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며,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고,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일어나며, 아무나 쉽게 풀 수 없는 '밀실' 트릭과 예기치 못한 '반전'이 펼쳐진다. 또한 가상의 네트워크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인물들과 외부와 고립된 연구소라는 배경 설정을 통해 미래에 대한 작가의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과 실제 세계의 관계에 대한 작가 자신의 현실 인식을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직접 발언하면서, 만만치 않은 주제를 독자들에게 적절히 전달하고 있다. 추리물의 기본에 충실하고, 과학문명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으며, '이과계 트릭'이라는 독자적인 개성으로 무장한 그의 작품은 독자들과 비평가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이후 사이카와와 모에 콤비가 등장하는 _ 유능한 대중문학 작가의 등용문, 제1회 메피스토상 수상작 <모든 것이 F가 된다>가 첫 번째로 수상한 '메피스토 상'은 일본 고단샤에서 발행하는 잡지 '메피스토'에서 유능한 신인 대중문학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신인 작가가 출간하고 싶은 원고를 직접 고단샤 편집부에 투고하면, 편집부에서는 작품의 질과 대중성을 판단하여 가능성이 엿보일 경우 바로 수상작으로 결정한다. 수상작은 고단샤에서 단행본으로 즉시 출간하며, 상금은 인세로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이 상은 원래 교코쿠 나즈히코가 완성된 원고를 직접 편집부로 찾아가 작가로 데뷔하게 된 데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대개 메피스토 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대중문학적인 재미'와 '참신한 발상과 시도'가 고루 갖춰진 작품들이 많다. <우부메의 여름>의 교코쿠 나즈히코, <코즈믹 세기말탐정신화>의 세이료인 류스이, <연기, 흙 또는 희생물>의 마이죠 오타로, <목베기 사이클>의 니시오 이신 같은 현재 일본 대중문학계를 주름잡는 작가들이 이 상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