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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수전
에세이로 읽는 여성서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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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김민혜 - 서사가 이어지다
정경숙 - 『화전수전』의 도약을 바라며

1-덕민화

1. 따뜻한 진보주의자-12
2. 활짝 피어난 내 인생-18
3. 피아노와 장미-24
4. 바람과 함께 놀다-30

2-문정


1. 꽃비가 내리던 날 -38
2. 화전수전 -44
3. ‘모도’시절, 그 기억의 왜곡 -50
4. ‘찜’도 아닌 ‘국’도 아닌 -54

3-배미희


1. 그리움은 늙지 않는가 보다-60
2. 밥 다 해놓고 나왔습니다 -68
3. 지금은 디톡스(Detox) 중! -76
4. 너르기 말띠 가시나들 -84

4-윤선영


1. 종이 호랑이---92
2. 반딧불이, 그리고 자유 --100
3. 한 번으로 끝낼 수 없는 박찬욱 영화의 세계 --106
4. 아디안텀--`114

5- 한혜경


1. 검은 화석 -124
2. 다음 생에 다시 만나요!-130
3. 애들아 미안하다!-138
4. 아버님의 향기 -144

6- 이명희


1. 우물 그 깊은 향수 -152
2. 코끼리 바위 앞에서 나를 본다 -158

7-장정희


삶은 아름다운 도전의 연속이다-166
어른의 두 얼굴 -172
성추행범이 되고 나서 --178

8-장소연


1. you’re all set!-186
2. 일가(一家)라는 두 글자 -192

9-정경숙


1. 어느 날 이야기 -198
2. 곁에 있는 이야기-204
3. 성지 순례 -212

10-안지숙


1. 풍경 하나 -K군청 구내식당에서 -222
2. 가사노동과 혁명 -226

저자 소개 10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길에 들어서고 보니 그 끝이 어디가 되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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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고치 속에 꽁꽁 갇혀 있던 나를 하나씩 들춰냈다. 옛이야기 속에서 사뭇 앳된 소녀처럼, 어린 아기처럼 놀아보았다. 그것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고, 애쓰신 김민혜 선생님과 후배 이명희 씨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작고 앙증맞은 채소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주말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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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깨어있어야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고치를 벗어날 때 펼쳐진 책이 날개가 될 것을 믿으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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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한열문학상 수상. 많이 읽고 꾸준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 ‘천생 작가’라는 말을 당당하게 들을 수 있도록, 정말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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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8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41쪽 | 135*200*12mm
ISBN13
9791196192532

책 속으로

지난 해 유독 춥고 긴 겨울을 예감하셨는지 벌써 11월에 소집령이 떨어졌다. 배추는 50포기만 주문하였으니 그리 알라는 통보가 왔다. 재작년에는 배추가 덜 절여져서 약간의 실패를 하였다는 사족을 잊지 않고 다셨다. 사실 우리는 서로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재작년 덜 절여진 김치가 역대 최고 맛있었다. 짜지도 않고 김치본연의 맛이 살아 있었다. 그리고 눈가에 살짝 동통을 느끼며 김치를 꺼내 먹을 때마다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했다. 대소변을 받아 내는 입원생활과 일 년 가까운 재활치료는 어머니와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이라 생각했었다. 그런 어머니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김장을 강행했다. 어머니 앞에서는 다리 골절로 보조기를 차고도 100포기를 하신 분이니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을 하여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그 혹독한 시련을 이겨낸 구순 노모가 담가 주는 김치를 먹는 우리는 행복하다고 아부를 한다. 백세 되실 때까지 우리 된장과 김장은 책임지셔야 한다고 어리광을 부린다. 그러면 “그래, 나는 너희들에게 무엇을 해 줄 때가 가장 기쁘다. 자주 오기나 해라.”라고 하신다. 자식 사랑이 날이 갈수록 더 바래지도 않고 한결같으신지 아픈 노모에게 힘든 일을 시킨다고 노인학대로 신고 당할까 겁날 정도이다. 그래서 넘쳐나는 긍정의 힘과 삶의 의욕은 우리에게도 전염이 되고 손자와 손녀에게도 전파가 일어난다.
--- 「덕민화, 활짝 피어난 내 인생」 중에서

심상치가 않았다. 건너편 테라스에도 사람이 나와 서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서로 큰소리로 묻고 답하지만, 불이 났다는 것뿐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우리는 육 층, 아래 이삼 층쯤에서 시커먼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꼭대기층 옥상에도 피신한 사람들이 보였다. 마당에서는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남편과 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살려 주세요”를 외쳤다. 연기는 자꾸 올라오는데 소방차는 한참을 있다가 왔고, 그동안 나는 “살려 주세요”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드디어 소방관이 올라오고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물과 그을음으로 범벅이 된 육 층 계단을 걸어서 내려왔다. 드디어 일 층, 눈물이 핑 돌았다. ‘살았구나.’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함께 내려와 준 소방관이 어깨를 잡아줘서 간신히 서 있을 수 있었다. 뒤따라 남편도 내려왔고 우리는 다시 손을 맞잡고 희미하게 웃었다.

--- 「문정, 화전수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삶은 때로 불처럼, 때로 물처럼 우리를 시험한다.
《화전수전》은 그러한 인생의 고비를 건너온 열 명의 여성들이 직접 쓴, 세월의 기록이자 마음의 일기다.

지난해 첫 권 《어제보다 환한》이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며 ‘나도 써보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켰다면, 이번 두 번째 책은 한층 깊어진 시선과 단단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일반 여성 독자와 여성 작가가 경계를 허물고 함께 엮어낸 이 산문집은, 노년 여성의 연대와 삶의 접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 중반에 태어나, 일제강점기·해방·6·25전쟁·산업화·민주화 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격랑을 온몸으로 겪어냈다. 그 속에는 여성만이 감당해야 했던 애달픈 서사와 깊은 한(恨)이 깃들어 있다. 젊은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살아 있는 역사’가, 이 책 속에서는 잊히지 않는 목소리로 되살아난다.

‘화전수전(火田水戰)’이란 불과 물을 번갈아 겪는 고난을 뜻하는 옛말이다. 한 고비가 끝나면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오듯, 저마다의 삶에도 끝없는 역경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 속 이야기들은 그 시련을 건너며 길어 올린 지혜와 용기, 그리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으로 빛난다.

《화전수전》은 한 권의 책을 넘어, 세대를 잇는 다리이자 서로의 삶을 비춰주는 거울이 될 것이다. 읽는 이들은 글 속에서 위로를 발견하고, 잊고 있던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으며, 다시 걸어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김민혜 기획(소설가)자의 말

살아 있는 여성서사가 이어지다
‘에세이로 읽는 여성서사’ 두 번째 앤솔러지 산문집이 독자와 만납니다.

지난해 출간된 《어제보다 환한》이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며 “나도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면, 이번 2권은 한층 깊어지고 애잔해진 목소리로 돌아왔습니다. 특히 이번 권부터는 ‘여담문학회’가 새롭게 기획을 맡아 진행하게 되어 감회가 남다릅니다.

이 책에는 여성들만의 녹진한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 장독 속에서 오랫동안 숙성된 된장처럼, 골마지가 배어나오는 이야기들입니다. 기회가 없었다면 어둠 속에 묻혀버렸을 이 이야기들이, 환한 출구를 찾아 누에고치의 실처럼 풀려 나옵니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그녀들의 신산한 삶이 가슴을 저미고, 눈시울을 뜨겁게 합니다.

60대 이후의 여성들은 대부분 1930년대~1960년대에 태어나 일제강점기, 해방, 6·25전쟁, 산업화, 독재, 광주 민주화 운동까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어낸 세대입니다. 그 안에는 여성만이 겪어야 했던 애달픈 서사와 깊은 한(恨)이 스며 있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몇몇 작품에서 한국 역사와 여성서사가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독특한 울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미셀 트루니에의 《외면일기》에는 모로코 남부의 여인들이 집 안에서만 생활하며, 창문과 테라스에 널린 빨래의 색과 종류로 서로의 안부를 전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남자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 비밀스러운 코드는, 어쩌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여성들의 소통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어떤 조건에서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제한된 여건 속에서는 더 간절히 소통을 갈망합니다. 그러기에 이야기는 반드시 이어집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낼 때, 역사의 가지마다 숨겨진 서사의 잎맥이 또렷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여담문학회는 이 기획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앤솔러지에 참여한 모든 저자와 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힘을 보태주신 안지숙·장소연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산문에 축하와 격려의 향기를 입혀 주신 정경숙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책을 정성껏 편집해 주신 파란나무 출판기획 김경희 대표님의 노고 또한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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