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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뿌리와 줄기
김규남 | 엄마 · 부산역 배미희 | ‘낡은 것’이 아니라 ‘늙은 것’ · 엄마의 기도 장소은 | 홍시 아닌 포도 추연화 | 그날의 이삿짐 오은미 | 대를 잇는 오! 자매 · 다시 찾은 제주에서 장명숙 | 장바구니 카트 제2부 꽃과 잎사귀 장정희 | 사라진 나의 정원 · 아침 7시 30분 이명희 | 달항아리의 고요함은 비워두기 · 1958년생 낀 세대, 그는 웃었다 문정 | 눈길에서 · 세 송이의 장미 김정이 | 꽃 버짐 제3부 마주한 빛 덕민화 | 사랑의 요망함 · 아들에게 김정숙 | 골목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동행 · 고맙다 나의 발이여! 앞으로도 함께 동행을 부탁해 지희순 | 장미 할미꽃 · 사회복지사가 되어 한혜경 | 부처가 된 할머니들 · 벚꽃 향연 속으로 안영희 | 둥지 제4부 흐르는 자리 박정희 | 난제 · 3번 4번 5번 진미옥 |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얼굴 · 방어만 하는 남자 이현자 | 황혼 허윤희 | 댄스존 · 파라솔 아래에서 루나 트리 | 순면의 온도 유혜석 | 장롱과 책장 해설 - 김정화 (여성의 글쓰기 그리고 서사의 변주) 기획의 말 - 김민혜 (세월로 빚은 정교한 보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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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섶다리를 건너고, 댄스존을 지나, 황혼의 빛이 흐르는 자리에 머물다
이 책의 문을 열면 낙동강 푸른 물결과 부전시장의 활활 타오르는 붉은 불기둥, 부산역 대기실의 분주한 공기가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서른두 해를 견딘 낡은 단독주택의 뒷마당에서부터 요양병원의 가파른 비탈길까지, 작가들이 발을 딛고 서 있던 모든 공간은 그대로 한 편의 서사가 된다. 작가들은 말한다. "인간의 뒷모습은 누구나 쓸쓸하고 초라하다. 그래서 나는 신보다 인간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고. 자식의 행복을 위해 평생 지켜온 선산과 제례라는 문화적 고집을 기꺼이 꺾는 구순 어머니의 사랑(‘사랑의 요망함’, ‘아들에게’)과, 아픈 몸을 이끌고도 타인을 위해 매일 아침 골목길을 쓰는 노년의 부처들(‘부처가 된 할머니들’)의 모습은 독자에게 강렬한 정서적 울림과 위로를 전달한다. · ‘낡은 것’이 아니라 세월의 깊이로 ‘늙어가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책 전반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비움과 채움의 조화'이다. 베란다 구석에서 묵묵히 화분 받침대 역할을 하던 텅 빈 달항아리에서 그 안에 머무는 고요를 발견하고, 관절염으로 마디가 굵어진 무릎과 손가락을 보며 "낡은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든 것"이라며 스스로를 달래는 시선은 삶을 대하는 지혜의 정점을 보여준다. 뾰족한 말로 서로를 찌르다가도 고관절 수술을 한 친구를 위해 여름 볕을 뚫고 100% 꽃무늬 순면 팬티를 사다 나르는 지독하고도 끈끈한 우정(‘순면의 온도’)은 헛된 욕망 대신 소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역설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내 안에 조용한 응원자가 생긴 듯 든든해졌다"고 고백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 새로운 세계를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세월의 때가 묻을수록 지혜의 향연이 빛나는 서재의 책장처럼, 이 책은 독자들의 인생 후반전을 환하게 비춰줄 가장 다정한 동행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