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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메디오스 바로, 연금술의 미학
레메디오스 바로 저 / 탁인숙,함은주 공역
다빈치 200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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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일반/예술사 top100 2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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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레메디오스 바로, 연금술의 미학

2. 꿈꾸는 레시피

3. 마녀의 텍스트

4. 이미지 실험실 - 바로 자신에 의한 바로 전시회

5. 지구에 대한 추억

저자 소개

저자 :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 1908-1963)
1908년 12월 16일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태어났다. 수력 기술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에 스페인 각지와 북아프리카로 옮겨 다니다가 8세 때 마드리드의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다. 21세 때 미술학교의 동급생과 결혼하여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초현실주의 미술에 영향을 받았다.
귀국 후 바로셀로나에서 활동하던 중 스페인 내란이 일어나고 1936년에 공화국 측의 의용병으로 파리에서 건너온 시인 뱅자맹 페레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듬해에 페레와 함께 파리로 건너가 앙드레 브르통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초현실주의 그룹과 교류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바로와 페레는 멕시코로 망명하여, 멕시코시티에서 리오노라 캐링턴을 비롯한 망명온 초현실주의자들과 보헤미안적인 생활을 한다. 1947년 페레가 파리로 되돌아간 뒤에도 바로는 멕시코에서 지냈으며, 1950년대 이후에는 발터 그루엔을 반려자로 두고 제작 활동에 몰두했다.
1955년 그룹전에서 <이동 주택>을 포함한 네 작품을 발표하여 멕시코 미술계에 큰 충격을 주며 데뷔하고 활발하게 활동을 하던 중, 1963년 10월 심장발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1964년, 1971년, 1983년, 1986년, 1988년에 회고전과 개인전이 국내외에서 열렸으며, 사후에 평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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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490g | 153*224*20mm
ISBN13
9788989348764

책 속으로

달려가서 잘 우린 고기 국물을 컵에 살짝 따릅니다. 컵을 들고 서둘러 거울 앞으로 와서 거울에게 살짝 미소를 짓고 고기 국물을 한 모금 마십니다. 수염을 붙이고 다시 한 모금, 모자를 벗으며 한 모금 마시고, 모자와 그 곳에 있는 모든 것을 시험해 봅니다. ... 국물을 다 마셨다면 침대로 달려가 미리 준비한 시트 위에 누워 재빨리 양발 엄지발가락을 빨래집게로 집습니다. 45도 각도로 엄지발톱이 단단히 물리도록 고정한 후 하룻밤을 그대로 둡니다. 이 간단한 레시피의 효과는 즉각 나타납니다. 건전한 인간은 키스에서 교살까지, 창녀 폭행에서 근친상간까지 기분 좋게 계속됩니다.

--- p.37-38‘에로틱한 꿈을 적은 레시피’ 중에서

그 물체가 탄소 1/3 353과 적어도 50개의 척추에 둘러싸여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거의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언급조차 없었는데 나는 여기서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주지한 바와 같이 탄소 1/3 353은 좀처럼 보이지 않으며 메소포타미아의 포스트 츠로디리티코의 지층에만 오로지 존재합니다. 탄소 1/3 353의 시대는 지팡이를 처음으로 사용한 시대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인간이 두 다리로 걷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 처음에 지팡이의 도움이 필요했던 건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그 지팡이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했기 때문에 인간의 애매하고도 초월적인 절망이 서서히 현실화되고 지팡이는 제3의 다리(이동수단)가 되었습니다.

--- p.83‘유사 학술논문 「호모 로당스 De Homo Rodans」’ 중에서

나의 영혼은 여기에 오기까지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서 왔던 것입니다. 우선, 고양이의 몸을 통과하고 그 뒤에 맹렬한 속도로, 즉 1초에 약 30만 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수정 한 조각을 관통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에게 머물렀습니다. 그 후 불길한 폭풍우가 몰아치고 전기적인 현상이 나에게는 전기의 양극이 되어 번개가 앞에서 말한 수정 한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내 영혼을 구해낸 것입니다. 내 영혼은 소용돌이를 그리면서 마침 주변을 걸어가던 뚱뚱한 여자의 몸에 빙의되었습니다. 나는 이 상태에 만족하고 있으므로 당신이 나를 잊지 않고 있다는 전제 하에 감히 당신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 p.94‘어느 영혼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부인복을 만드는 양장점의 쇼룸입니다. 중앙의 모델이 입고 서 있는 옷은 여행복으로, 매우 실용적이며 등 뒤는 배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옷을 입은 사람은 강이나 바다에 도착했을 때 그대로 눕기만 하면 됩니다. 머리 뒤쪽에 방향키가 달려 있어서 리본을 잡아당기기만 하면 조종할 수 있습니다. 리본은 가슴까지 내려와 있고 거기에 나침반이 매달려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옷의 장식이기도 합니다. 지면이 딱딱한 경우에는 달려가며, 옷깃은 작은 돛의 역할을 합니다. 지팡이에도 같은 모양의 돛이 말려 있어서 펼칠 수 있습니다.

--- <부인복을 짓는 양장점>

여기에 방랑자를 위한 옷의 디자인이 있습니다만, 이 경우 방랑자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것은 대단히 실용적이고 착용감이 좋은 옷입니다. 이동 수단으로 앞바퀴가 달려 있으며 지팡이를 들어 올리면 멈춥니다. 의복은 밤이 되면 철저하게 닫히고 열쇠를 채우는 자그마한 문까지 있습니다. ... 옷의 한쪽은 벽감처럼 움푹 들어가 있어 거실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초상화가 걸려 있고 책들도 있습니다. 방랑자의 가슴에 걸려 있는 화분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는데, 그것은 그가 이 숲에서 만난 그 어떤 식물보다도 멋있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초상화, 장미(현실의 집에 있는 작은 정원에 대한 향수를 상징합니다)와 자신의 고양이가 필요합니다. 즉 그는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 <방랑자>

출판사 리뷰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 1908-1963). 스페인에서 태어나 멕시코에서 주로 활동한 초현실주의 여성 미술가.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작가이다. 꿈과 환상, 마법의 세계를 탐구한 그녀의 글과 그림들의 독특한 매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주목받고 있으나, 국내에는 전혀 소개되어 있지 않다. 다빈치의 신간 『레메디오스 바로, 연금술의 미학』은 바로 자신이 직접 쓴 각종 텍스트와 그녀의 대표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을 꿈과 상상, 연금술의 세계로 초대한다.

연금술은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는 비법이다. 철이나 납은 사물이 본래 지니고 태어난 속성으로 그것을 ‘금’이라는 화려하고 값비싼, 더욱 가치 있는 물질로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이 연금술이다. 물론 철이나 납이 그것 자체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 안에 있는 철과 납을 갈고 닦고 정제하여 만들어진 금은 더욱 의미 있고 중요하지 않겠는가. 또한 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터, 수없이 실패하고 좌절하고 인내한 후에 얻어진 금은 그야말로 나의 보물이며 이 세계, 우주의 보물일 것이다.

레메디오스 바로는 스페인 내란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현실의 추악함과 죄악을 보고 느꼈다. 진저리쳐지는 끔찍한 현실을 벗어나 그녀가 찾아간 곳은 꿈의 세계. 당시 앙드레 브르통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던 초현실주의는 바로에게 두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주었다. 즉 이성의 통제나 미학적 혹은 도덕적 선입견 밖에서 사고하고 연상하여 삶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바로는 여기에 연금술과 마법을 더해 조화롭고 자유로운 세계를 구축해갔다. 그녀는 이 세계와 우주의 근원과 창조, 실타래처럼 엮여 있으며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는 어떤 조정자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는 우리의 운명 등을 통찰하고, 과학, 음악, 미술로 이 세계를 조화롭게 만들어가고자 한다. 심지어 바로는 각종 실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는 레시피도 마련했다.

한편 레메디오스 바로가 여성 미술가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멕시코에서 지내는 동안 바로는 캐링턴이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초현실주의자들의 게임을 즐길 때, 침대 정리하기, 요리 등 가정 살림과 관련된 어휘와 이미지를 이용했다. 그리고 매우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기술해 놓은 레시피들을 보면 바로가 가정 내에서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인 요리와 연금술을 연관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바로는 어둠/폭력의 세계를 빛/조화의 세계로 변모시키는 주체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바로에게 여성성은 생물학적 성의 구분을 넘어서서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예술과 연금술, 신비주의, 그리고 과학의 마르지 않는 근원을 의미한다. 바로의 예술-연금술은 아직은 도래하지 않은 미래 세계를 꿈꾸는 여성성의 공간이며, 그 공간에서 나의 보물을, 우주의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리뷰 총점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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