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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
탐낌우디
엘릭시르 20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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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 독자들께 전하는 말
서장

제1부


제1장 연회 이 주 전
제2장 연회 일주일 전
제3장 연회 당일
제4장 연회 다음날
제5장 연회 이틀 뒤
제6장 연회 닷새 뒤
제7장 연회 엿새 뒤
제8장 연회 일주일 뒤
제9장 연회 이 주 뒤

제2부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제14장
제15장
제16장

작가 후기
역자 후기

저자 소개 2

譚劍

소설가이자 각본가. 타이완추리작가협회 국제 회원. 1972년 홍콩에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좋아해서 중학생 시절부터 온갖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컴퓨터 및 정보시스템을 전공했으며 브래드퍼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분석 등 합리성과 분석력을 중요시하는 분야에서 근무한 영향으로, 논리 정연하며 치밀하게 설계된 이야기를 창작해왔다. 현재는 미스터리와 SF를 비롯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2024년 타이베이국제도서전대상에서 소설상을 수상한 『쓰우 씨는 다 죽어야
소설가이자 각본가. 타이완추리작가협회 국제 회원.

1972년 홍콩에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좋아해서 중학생 시절부터 온갖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컴퓨터 및 정보시스템을 전공했으며 브래드퍼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분석 등 합리성과 분석력을 중요시하는 분야에서 근무한 영향으로, 논리 정연하며 치밀하게 설계된 이야기를 창작해왔다. 현재는 미스터리와 SF를 비롯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2024년 타이베이국제도서전대상에서 소설상을 수상한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는 ‘쓰우’라는 성을 지닌 사람을 모두 죽여달라는 살인 청부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흥미진진하면서도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는 한편 이 작품은 여전히 동아시아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유교적 가부장제와 이를 유지시키는 물적 토대 및 제도적 장치, 그에 따른 성적불평등과 가혹할 정도로 혈통만을 중시하는 전통적 가족주의를 통렬히 비판한다.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는 타이완 최대 전자책 플랫폼 리드무(Readmoo)가 발표한 ‘2023년 강력 추천 도서’에 포함되었으며 ‘2023년 중국어권 미스터리 소설’ 부문에서는 1등상을 받았다. 또한 작가 탐낌은 동일 플랫폼에서 주관하는 ‘두모중국문학대상’에서 인기작가상을 수상했다.

작품 활동 외에도 홍콩 SF 소설의 발전사, 홍콩 추리소설의 발전사를 정리하고 있으며, 십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미스터리와 SF 소설을 알리고 창작 경험을 나누는 일에도 매진하고 있다.

유카

대학에서 중국어를, 대학원에서 중국 정치외교를 전공했으나 졸업 후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인간이 활자를 번역하는 마지막 시대가 될지도 모를 이 시대에 번역가가 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순진한 생각 끝에 전공과 직업이 일치하는 흔치 않은 삶을 살게 되었다. 기존에 소개된 중국어권 도서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재미와 의미를 두루 갖춘 책들을 분야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소개해 나가고 싶다.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픽스』, 『하루 한 번,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한자의 유혹』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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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8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610g | 137*203*25mm
ISBN13
9791141602086

책 속으로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 이게 고객의 요구 사항입니다.”
(…)
“‘다’라는 게 대체 몇 명입니까?”
“쓰우는 본관이 란터우섬 사이위의 한 마을입니다. 사람 수도 적고 자손이 많지 않아요. 결혼해서 나간 여성들을 더하고, 전 세계에 네 살부터 일흔여덟 살 사이에 있는 후손들을 다 합쳐 오십 명이 좀 넘는 수준입니다.”
그 정도 수라면 그건 그나마 말이 된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다면 일의 규모가……”
“쓰우 집안에서는 삼 년에 한 번씩 가족 제사를 지냅니다. 때가 되면 해외에 사는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홍콩으로 돌아오죠.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가족 제사와 춘추이제가 취소된 지 이 년째입니다. 정부의 입국자 격리 정책만 해제되면, 다음 가족 제사는 한 달 안에 열릴 겁니다.”
“가족 제사를 지낸다는 건 연회가 열린다는 뜻인데, 맞죠?”
“네. 때가 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결혼해서 나간 여자의 후손은 쓰우 성을 쓰지 않을 텐데, 그쪽도 다 손봐야 합니까?”
“물론이죠. 여자 구성원의 자식도 가문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까요.”
--- pp.21-23

- 가족들 다 죽었어. 모두 질식사했어.
- 우리 엄마도 돌아가셨어.
- 뉴스에 우리집 나와.
- 집단 식중독으로 다들 병원에 이송됐어. 환자가 너무 많아서 각각 다른 병원에 나눠서 이송됐고. 난 우리 엄마 모시고 병원으로 갔어. 지금 집안이 온통 난리야.
--- p.83

“키우는 개와는 함께 시간을 보내도 가족 식사 자리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는 겁니까?”
“가족이라는 정의가 결코 사람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죠. 함께 살면서 마음을 나누면 그게 가족이죠. 제가 키우는 개야말로 당연히 제 가족입니다. 쓰우 성씨를 쓰는 사람들보다 저와 훨씬 더 가깝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당신이 이번 살인 사건을 저질렀겠군요.”
“집에 있었던 제가 어떻게 일을 저질렀단 말씀이죠?”
--- p.103

쓰우원후의 아내가 되면 이런 예상 밖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말해줬더라면, 틀림없이 이 결혼을 해야 할지 여러 번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누구에게 불평을 늘어놓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중고등학교 동창들과 대학 동창들 모두 비웃을 터였다.
‘우린 네가 이런 우스운 꼴을 보일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었어.’
다들 뒤에서 이렇게 조롱할 게 분명했다. ‘결혼식에서 폭죽을 터트리더니만, 그거 혹시 네 결혼생활이 불꽃처럼 짧디짧을 거라고 예고한 거였니?’
‘난 일찌감치 경고했어.’ 아화의 말투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인기 상품이 왜 임자가 없었겠니?’
--- pp.157-158

“이미 내가 결정한 일이야. 무슨 문제 있니?”
즈아이는 원후가 그럴듯한 이유 하나 대지 않고 고압적으로 복종을 요구할 줄은 몰랐다.
“이미 결정된 일이라면, 회의는 왜 연 거죠?”
“내게서 통보 사항을 들어야 하니까.” 원후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즈아이가 불만을 억누르며 말했다. “이런 게 ‘논의’가 아니라는 건 초등학생도 알겠네요.”
“즈아이, 알려줄 게 있는데, 사실 너는 그냥 참관자에 불과해. 네게는 발언 자격이 없단다.” 원후가 즈아이의 말을 바로잡고 나섰다.
“뭔가 착각한 거 아녜요? 저도 쓰우 집안사람인데 어째서 자격이 없다는 거죠?” 즈아이가 항의했다.
“이게 쓰우 가문의 회의 방식이야. 발언권은 초대를 받은 남성에게만 주어진다.”
두 사람이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말싸움을 시작하려는 순간, 쓰우즈이가 힘껏 탁자를 내려쳤다. 그의 우렁차고 낮게 깔린 목소리에 모든 사람의 이목이 쏠렸다.
“즈아이는 처음 참석해봐서 월례 회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구나. 내가 이 회의에 한두 해 와본 게 아닌데, 난 의견이라는 걸 발표해본 적이 없어. 모든 일은 원후 형이 결정하고 우리는 그냥 손만 들어서 찬성해주면 토론은 끝나거든. 하지만 이번에는 관례를 깨고 내 의견을 말해보겠어. 나는 즈아이의 의견에 동의해.”
--- pp.181-182

그런데 이날 즈아이를 깜짝 놀라게 한 또다른 사실은, 자신의 등장에 쓰우즈신과 쓰우셰우이 모두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
두 사람은 절대 오늘 처음 만난 사이 같지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즈신 오빠가 어떻게 올케언니와 만난 적이 있는 거지? 두 사람이 예전에 아는 사이였나?
즈아이는 샤워를 하던 중 문득 즈신이 예전에 연예부 기자 생활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쓰우셰우이는 예전에 영화배급 일을 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 pp.223-224

다시 즈신 앞에 나타난 셰우이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젊을 때는 없던 성숙미까지 풍겼다.
즈신은 성숙한 여자가 좋았다. 구제불능일 정도로.
“왜 그렇게 계속 뚫어지게 바라봐?” 셰우이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오랜만이잖아. 어떻게 변하셨나 똑똑히 봐두려고.”
“나이 먹고 살이 쪘지. 나도 알아.”
즈신과 셰우이는 처음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처럼 금세 다시 친밀해졌다. 둘은 서로에게 호감과 호기심을 느꼈고, 상대방의 눈 뒤에 깃든 영혼을 똑똑히 보고 싶어했다.

--- p.232

출판사 리뷰

‘가족’이란 이름 아래 감춰진 폭력과 침묵, 이어지는 참극

홍콩의 한 공동묘지. 정체불명의 여성 브로커가 청부살인업자에게 이상한 의뢰를 건넨다. “성이 쓰우(司武)인 자는 모두 죽어야 한다.” 한 사람도 아니고, 한 가문 전체를 도륙해달라는 요구는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거액의 보수 앞에서 청부업자는 망설임 없이 이를 받아들인다.

한편, 홍콩의 유서 깊은 지주 가문인 ‘쓰우 가문’은 코로나 팬대믹을 거쳐 3년 만에 성대한 가족 연회를 준비하고 있다. 가문의 수장 쓰우원후를 중심으로 뿌리 깊은 유교적 가풍과 절대적인 위계질서 아래에서, 구성원에게 배분되는 막대한 토지 수익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쓰우 가문’은 겉보기에는 견고해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는 세습된 폭력과 침묵, 탐욕, 그리고 견디기 힘든 억압이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강력한 가장의 지휘 아래에서 모든 준비가 마무리되고 성대하게 맞이한 연회 당일, 쓰우 가문에 전대미문의 참사가 발생한다. 연회 참석자 대부분이 ‘복어독’에 중독되어 사망하고, 단 여섯 명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가문과 절연한 채 살아온 덕에 생존한 사립탐정 쓰우즈신과 한때 ‘전설’로 불리던 애꾸눈 형사 치서우런이 함께 진상 규명에 나선다. 생존한 가족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지만, 쓰우 가문 내부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된 적대와 불신, 비밀과 침묵이 엉켜 있다. 사촌 여동생‘쓰우즈아이’는 여성 차별적이고 고루한 가풍에 거부감을 느끼며 집안과 거리를 두었고, 가장만 제거하면 본인이 쓰우 집안을 장악할 수도 있었던 ‘쓰우즈이’는 멀쩡히 대학을 졸업하고도 백수로 흥청망청 살아왔다. 가장인 쓰우원후와 그의 아내 ‘쓰우셰우이’ 역시 남들에게 절대 밝힐 수 없는 비밀을 갖고 있으며, 사건을 조사하는 당사자인 ‘쓰우즈신’조차 이들 못지않게 쓰우 집안에 적대감을 가진 듯 보인다. 즉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었다.

2부에 이르면, 지금까지 밝혀진 ‘쓰우 가문’의 실체와 아무런 접점도 없어 보이는 새로운 인물 ‘쩡상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 버려졌고 폭력 조직을 전전하며 살아온 이 남자는 자신이 누구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왜 이 세상에 홀로 남겨졌는지를 추적하며 결국 쓰우 가문 대학살 사건의 비밀과 맞닿게 된다.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는 한 집안의 몰락과 그 이면에 감춰진 오래된 악습, 억압받은 이들의 분노와 그 끝을 파고드는 사회파 미스터리이자 심리극이며 복수극이다. “누가 죽였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보다 깊숙한 질문에 이르게 하는 이 작품은, 미스터리 장르만이 가능한 쾌감을 제공하면서도 동아시아 가족주의의 그늘과 현실을 날카롭게 응시한다.

매우 홍콩적인, 그리고 너무나도 한국적인 소설


정권은 신계 지역 원주민의 남성 후손, 즉 사이위 지역의 쓰우 가문 같은 사람들이 층별 면적이 700제곱피트를 넘지 않는 3층 이하의 가옥에 한해 땅값을 부담하지 않고 지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어진 가옥을 속칭 ‘정옥’이라고 한다. - 본문 196쪽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는 홍콩 신계 지역만의 독특한 소형 주택 제도인‘정권(丁權)’을 주요한 배경으로 끌어온다. 정권이란 아직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에 1972년 제정된 정책으로, 신계 지역의 원주민 남성에게만 주어지는 주택 건축 특권이다. 이 정책에 따르면 만 18세가 된 원주민 남성은 정부에 토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제한된 면적 안에 3층 주택을 지을 수 있으며, 이 권리는 같은 원주민 혈통이라도 여성에게는 일절 주어지지 않는다. 이 제도는 홍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부동산 가격이 비싼 도시 중 하나가 된 오늘날까지도 존속하며, 혈통·성별에 따른 특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즉 ‘정권’은 단순한 주택 정책이 아니라, 남성 중심의 세습 구조와 가부장적 권력 체계를 유지시키는 뿌리 깊은 도구다. 작가는 이 낡고 불합리한 제도의 모순을 추리소설의 긴장감 속에 녹여내, 소설 속 쓰우 가문이 파멸하는 과정을 통해 그 억압적 질서가 얼마나 개인을 옭아매고 여성과 약자를 배제하는지를 극적으로 드러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가치관은 홍콩에만 국한되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성별에 따른 차별적 상속 관습, 혈통을 중시하는 가족주의, 여성에게 전가되는 희생과 침묵이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와도 닮아 있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사실조차 아니며, 비단 한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팬데믹이 찾아온 그 시기에, 저는 우울한 마음에 책을 적잖이 읽었습니다. 그중 두 권이 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과 한국 작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었습니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두 명의 여주인공 모두 사회가 여성에게 덧씌운 온갖 성적 고정관념과 규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성 고정관념은 남성을 겨냥하기도 합니다. 가령 외향적이어야 한다든가, 남자다워야 한다든가, 일에 매진해야 한다든가, 여자를 이끌어야 한다든가. 여성에 대한, 남성에 대한 이런 성 고정관념은 세계 각국의 문화 속에 존재합니다. 이를 추리소설로 써볼 만한 소재라고 생각하고 나니,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똬리를 틀고 있던 (‘정권’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또렷해지더군요.
-‘작가 후기’ 중에서

작가 탐낌은 동아시아 문화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 작품이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를 구체적으로 구상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음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그가 팬데믹 시기에 인상 깊게 읽었다며 언급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은 모두 사회가 여성에게 씌운 성 역할과 고정관념을 문제 삼는다. 작가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고백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남성에게 부과되는 ‘남자다움’이라는 압력 또한 성별 규범의 또 다른 얼굴임을 지적한다. 이러한 보편적 통찰은 ‘정권’이라는 홍콩의 불합리한 특수성과 맞닿으며, 결국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라는 작품으로 구체화되었다.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는 한 가문의 몰락을 그린 범죄소설의 경계를 넘어 홍콩의 특수한 제도와 문화,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사회가 공유하는 가부장제와 가족주의라는 현실이 교차하는 자리에 치밀하게 설계된 사회파 소설이다. 작중 그려지는 타국의 비극은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현실로 다가오며, 곧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마주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추천평

어떤 장르로 분류하든, 이 작품은 상당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구성이 치밀하고 리듬은 명쾌하며, 글은 간결하고 읽는 재미는 무궁무진하다.

이 작품은 뛰어난 장르 소설이다. 한 집안을 도륙한 살인 사건을 서막으로, '정권'이라는 홍콩 특유의 제도를 통해 강렬한 지역적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이질적인 색채를 더한다. 미스터리가 겹겹이 얽히고,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그 모든 전환점이 예상을 뛰어넘는데도 합리적이고 매우 훌륭하다.

이 소설은 뛰어난 문학 작품이기도 하다. 추리를 하고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한편, 서서히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현대사회의 화려하게 빛나는 거죽을 찢어버리고, 그 밑에 감춰진 성별과 계급, 권력과 정의, 그리고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욕망 등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불온한 문화적 흐름을 파헤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입체적이면서도 풍성하고, 이야기는 역동적이지만 극적 효과를 위한 인위적인 전개로 이어지지 않으며, 캐릭터 간의 상호 작용과 사건의 연결을 바탕으로 '집'과 '혈연'의 의미에 반복적으로 질문을 던지면서 '홍콩적인' 서사시를 써내려간다.

문학에는 국경이 없다. 이 작품이 바로 아주 좋은 예이다. - 2024년 타이베이국제도서전대상 소설 부문 심사평

리뷰/한줄평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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