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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여는 글 5
1. 꼴꼴꼴, 술 따르는 오후 15 2. 상서장에 세운 뜻은 27 3. 불곡 감실부처님과 빛의 예술 47 4. 부처바위 가득 새긴 불국정토 61 5. 사천왕사와 망덕사를 바라보며 77 6. 거문고갑을 쏴라 95 7. 원효 스님과 함께 오르는 칠불암 107 8. 천룡사에 얽힌 설화들 149 9. 꿈속에 또 꿈이로세, 용장사에서 만난 설잠 스님 165 10. 서남산 자락을 걸어가면 193 11. 월정교 다리 위에 남긴 이야기들 213 12. 최씨 종택에 품은 뜻은 227 맺음말 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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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간략 소개
고청이 개성을 거쳐 경주로 향하게 된 계기는 공교롭게도 한국 미술사의 시조였던 우현 고유섭 선생에게 있다. 우현 선생은 고청에게 “신라를 알고 싶으면 경주에 가 살아라. 겨레의 혼을 알고 싶으면 서라벌의 흙냄새를 맡아라. 한국 불교의 원류를 찾으려 한다면 경주 남산에 가 보아라”라는 가르침을 준다. 고청은 경주에 살면서 근화여중 미술 교사로 근무하는 한편 풍속 인형연구소 고청사(古靑舍)를 세워 신라인의 얼굴과 풍속을 기초로 한 인형과 기념품을 만들며 생애를 보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경주 어린이 박물관학교〉를 설립해 어린이들에게 신라와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을 해 왔으며, 옛 역사 기록과 함께 남산을 구석구석 답사하여 「겨레의 땅 부처님 땅」이라는 역작을 남긴 뒤 1999년 세상을 떠난다. 고청은 신라의 아름다움을 고구려의 억셈과 백제의 부드러움이라고 할 만한 차이를 하나로 융합하는 데 있다고 정의한다. 고청의 생각을 빌어 말하자면 신라인들은 통일 이전까지 적대하던 세 나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다양성을 배척하지 않고 하나로 일치시켜 석굴암과 안압지, 그리고 남산의 불상과 석탑들에 담긴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포함’과 ‘무애’의 가치가 신라의 아름다움 속에 이미 담겨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고청은 신라의 아름다움 하나를 줄기차게 파고들어 삼국의 아름다움이 신라에서 하나로 ‘포함’되고 ‘무애’하게 된다는 더 넓고 깊은 가치에 도달한다. 이는 그가 신라의 아름다움을 일컬어 “작은 것에 큰 것이 숨겨져 있고, 작은 탑이 산과 연결되어 구름이 걸릴 듯한 높은 탑으로 승화하고, 만들다가 만 듯한 미완성 불상이 뒤편 바위산과 연결되어 산봉우리가 법당으로 변한다”라고 말한 것과 그대로 통한다. 이 책에서는 신라의 아름다움을 향한 고청의 생애가 이렇게 ‘포함’과 ‘무애’로 자연스럽게 귀결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남산에서 살다 간 원효와 최치원과 김시습 세 분이 고청과 대화하는 형식을 빌려 왔다. 고청과 원효, 최치원, 김시습과의 대화라는 플롯을 짜려면 남산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세 사람의 흔적을 찾아야 했다. 원효가 표방했던 ‘무애’한 민중불교의 이상은 남산 바위에 얼기설기 새겨진 소박한 부처님들 속에 들어 있다. 원효가 요석공주를 얻어 설총을 얻기에 이른 파계의 시작은 남산 초입에 걸려 있는 월정교이다. 조락하는 신라를 일으켜 세우려던 최치원의 이상을 길러준 곳은 남산 문턱 상서장과 건너편 낭산 독서당이다. 김시습은 세조가 단종을 내쫓고 왕위를 찬탈했던 계유정난(癸酉靖難) 이후 속세를 등지고 승려가 되어 남산 용장골 용장사에 주석하며 조선 최초의 소설집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집필한다. 이 책은 경주 남산을 포함과 무애의 공간으로 승화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