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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꼴찌〉는 김천에 사는(작가의 고향이기도 하다) 야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독고 탁의 상경기로 시작한다. 탁이 야구선수로 대성할 것으로 기대하며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는 동생과 탁이 전학 온 고등학교 야구팀의 포수 봉구, 그리고 봉구의 예쁜 동생 슬기가 차례로 등장한다. 탁은 야구선수였던 아버지가 있는데, 봉구의 아버지인 조규식과는 절친한 친구로 함께 경쟁하며 야구를 한 뛰어난 야구선수이다. 조규식은 투수, 탁의 아버지는 타자. 그런데 조규식이 던진 공에 탁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고, 탁은 물론이고 봉구와 주변 사람은 모두 큰 충격에 빠진다. 마구 개발에 미친 조규식의 진심을 알게 된 탁은 그가 개발하던 드라이브볼을 이어받아 성공시키고, 이 덕에 조규식은 정신병자에서 온전하게 정신을 수습하게 된다. 탁은 드라이브 볼로 고교야구를 제패하고 일본팀을 상대한다. 그리고 또다른 강력한 경쟁자인 공포의 타자 챠리킴과 승부를 위해서 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해 새로운 마구, 더스트볼을 개발한다.
더스트볼은 드라이브볼과 어떻게 달랐던가? 이상무의 고교야구만화 중 절정의 완성작이라고 평가받는 〈달려라 꼴찌〉는 1982년 프로야구 창단과 더불어 큰 인기를 끌었다. 가족애, 조국애와 함께 야구 스포츠 자체의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하며, 특히 일명 3대 마구로 나오는 드라이브볼, 더스트볼, 바운드볼은 독자들을 매료시켜 큰 화제가 됐다. 마구를 뿌려라 마구(魔球)에 대한 유혹은 모든 투수라면 한번씩 가졌을 꿈의 아이템이다. 예나 지금이나 야구의 꽃은 ‘투수놀음’이며, 강속구든 제구력이든 필수 장착 무기가 필요하다. 스플리터, 포크, 싱커, 너클볼까지 갈수록 개발되는 투구 형태의 명칭을 보라. 저주받은 아저씨의 투구 방법 ‘드라이브볼’을 배운 탁은 S자로 휘는 신기에 가까운 공을 연마한다. 실제로 구체적으로 투구 방법을 사사하는 장면이 있다. “공의 실밥부분을 검지, 중지, 약지 세 손가락으로 잡고 언더드로우 모션으로 와인드업 모션에서 발을 뻗을 때, 타자와 90도 각도에서 가능한 멀리 뻗어 몸을 내어 던져라. ” 실제 야구 이론으로 보자면 허무맹랑하다. 하지만 이건 만화다. 명랑만화 〈번데기 야구단〉(1975)에서는 방망이에 바늘처럼 구멍을 뚫어 그곳으로 공을 치기도 하고 혹은 어떤 만화에선 공에서 불꽃도 타오르지 않는가? 오래 전 동료(탁이 아빠)를 죽게 만든 마구는 ‘자신의 억울함과 자존심을 찾는 고통과 절규’로 고난 속에 완성한 비급이다. 원작을 기준으로 1부에서는 드라이브볼과 더스트볼이, 2부에선 바운드볼이 개발된다. 더스트볼은 공이 먼지를 일으키며 시야를 방해하는 사이, 공이 전혀 다른 루트로 타자에게 들어오는 공이다. 바운드볼은 말 그대로 땅에 맞고 들어오는데 문제는 공이 땅에 걸치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공이지만 이 공들의 가장 큰 약점은 투수의 최대 재산인 ‘어깨’를 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온몸으로 강하게 회전을 주어 던져야 하기에 투구 후에 어깨가 땅에 강하게 부딪혀야 한다. 부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함부로 던지기에 조심스럽다. 마법이든 마구든 희생없이 나오는 건 없다. 마구의 가장 빛나는 장면은 그 유명한 더스트볼의 약점인 먼지를 없애기 위해 챠리킴이 마운드에 물을 뿌리는 장면이다. 더구나 탁이의 우수고와 챠리킴의 일산고는 9회 말 2대 1 상황. 결국 더욱 강한 파워로 던진 공은 물 먹은 땅 먼지를 휘몰아치며 파울플라이로 얻어낸다. 그리고 경기는 끝난다. 〈달려라 꼴찌〉의 명장면이다. (‘마구를 뿌려라’ 글은 윤기헌의 〈달려라 꼴찌〉 책 중 평론을 인용한 것임)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한국만화걸작선’ 사업은 1950~80년대 우리 만화들 중에서 당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절판되었거나 자료부족 등으로 아쉽게 잊힌 명작들을 다시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도록 펴내는 사업이다. 그동안 만화가 故김종래의 〈엄마 찾아 삼만리〉, 故고우영의 〈대야망〉, 故길창덕 작가의 〈신판 보물섬〉, 윤승운의 〈요철 발명왕〉, 허영만의 〈각시탈〉 등 주옥 같은 옛날 명작만화를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