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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햇빛이 내린다
2권 달빛이 내린다 3권 별빛이 내린다 4권 사람이 있다 |
史二路,이용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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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꿈꾸고 있다. 내용과 표현이 서서히 하나로 혼합되어 뭉치는 지점은 어디쯤일까? 그래서 선 하나, 점 하나로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는 없을까? 더 나아가 모든 에너지가 압축되고 압축되는 궁극의 한 점, 내 작품의 블랙홀을 만나는 건 언제쯤일까?” ---「사람이 있다」중에서
“공상 취미는 돈이 전혀 들지 않는다. 장소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혼자 있어도 심심하거나 외로울 틈이 없다.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이런저런 공상을 하다 보면 어느새 꿈속에서 헤매게 된다.” ---「햇빛이 내린다」중에서 “나는 유머라는 도구로 자연을 예찬한다. 내 작업도 늘 자연스러움을 생각한다. 고향 하늘처럼 여유롭고 오래된 소나무의 자유로운 모습이 내 작의 기준이다.” ---「달빛이 내린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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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하늘처럼 여유롭고,
오래된 소나무의 자유로운 모습이 내 작업의 기준이다.” 작가 사이로는 우리의 일상, 눈을 들어 돌아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주변에서 그림 소재를 가져온다. 일상을 가지고 놀 듯 상상하여 그린 작품을 보면, 끝없는 공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워하던 어린 시절의 동심이 떠오르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번 『해와 달과 별, 그리고 사람』는 90년대 중반부터 최근 2018년까지의 작품들 중 독자에게 위안과 응원을 주는 작품을 신중하게 선별하여 담았다. 해를 주제로 한 『햇빛이 내린다』, 달을 주제로 한 『달빛이 내린다』, 별을 주제로 한 『별빛이 내린다』 그리고 사람을 주제로 한 『사람이 있다』 총 4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운율과 리듬감이 살아 있는 시 같은 그림 작가 사이로의 그림은 느낌이나 생각을 함축하여 표현하는 시와 같다. 한번에 넘기는 그림이 아니라, 몇 번을 곱씹고 시간을 담아 천천히 음미할 때 작품의 향이 짙게 묻어난다. 그림에 담긴 작가 특유의 위트는 귀여움마저 느끼게 하며, 상상에 한계가 없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한 컷에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않아 아주 간결한 의미만을 담은 그림에서는 운율과 리듬감까지 느껴진다. 작가 사이로는 한번 보고 잊히는 작품이 아닌, 독자가 폭넓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몇 십 년이 지나도 여운이 남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또한 그림을 보고 내용만 파악한 뒤 바로 지나치지 말고 표현 형식도 꼼꼼히 뜯어볼 것을 제안한다. 구도, 색감, 균형, 원근 표현 등의 형식미를 같이 감상할 때 카툰의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카툰계의 거장 사이로, 등단 60주년 기념 출간 도서 카툰 시장이 활발했을 때도 시장의 주류는 풍자를 담은 ‘시사 카툰’이었다. 하지만 작가 사이로는 대사도 설명도 없이 한 컷에 모든 상황을 담는 ‘순수 카툰’만을 고집했다. 그는 대표작으로 손꼽는 [주간경향]의 「도루묵」을 연재할 때도 “나는 카툰 작가다.”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으며 카툰 작업을 끊임없이 지속했다. 작가 사이로는 이러한 카툰 사랑을 바탕으로 ‘한국 카툰계의 거장’이라 불리며 카툰을 말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최근에는 전통 카툰을 발표할 매체가 없다 보니 독자와 만날 방법이 많지 않다. 그러나 작가 사이로는 “매체가 없다는 핑계로 그리지 않는다면 작가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지금도 꾸준한 작품 활동과 SNS 활동, 전시 등을 통해 여러 방면으로 독자와 만날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이번 60주년 기념 출간 도서 『해와 달과 별, 그리고 사람』은 카툰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단비 같은 도서가, 처음 카툰을 접하는 세대에게는 카툰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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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정년을 맞이하여 학교를 떠난 사이로는 순수한 창작의 세계에 몰입한다. 카툰은 매체 안에서 존재해야 대중들과 만나고 메시지를 통한 공감을 일으킨다. 하지만 사이로의 작품은 매체를 떠나면서 메시지라는 무게감을 떨쳐 냈다. 또한 평생을 사용한 딱딱한 펜을 벗어나 붓, 나무 펜, 종이 붓(작가가 직접 종이를 꼬아서 만든 붓) 등 다양한 도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이에 따라 펜으로 그린 얇고 예리한 형태는 새로운 도구와 재료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무뎌지고 부드러워졌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구에서 오는 필력과 강인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신문이나 출판 매체가 사라지면서 사이로 작품과 대중이 만날 기회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이로에게는 자유롭게 창작에 몰두할 시간을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사이로는 자유를 낭비하지 않고 순수한 창작을 위해서 쏟아부었다. 과거, 매체에서 활동할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조형적 시도로 작품 자체가 주는 독창성을 만든 것이다.
최근의 사이로 작품을 보면 형태를 중요시하는 선적인 느낌보다 공간을 중요시하는 면적인 이미지가 드러난다. 또한 메시지보다는 개념적 추상 이미지가 담긴다. 과거 카툰이 매체 안에서 소비되던 이미지라면, 지금 사이로 작품은 하나의 순수 미술(Fine Art) 작품과 같은 독창성을 지닌다. 이는 사이로 작품이 순수한 창작의 시대로 접어든 것을 의미한다. 근래의 사이로 작품은 전통적인 카툰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순수 미술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기존 분류 방식으로는 해석이 힘든 이미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카툰과 순수 미술의 경계면에 위치한 순수 창작 작품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창작은 실험 정신과 열정이 만들어 내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래야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창작이 된다. 현재의 사이로 작품이 그러하다. 지금 사이로 작품에는 예술품에서 느낄 수 있는 아우라가 있다. 순수한 창작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사이로는 우리나라 카툰계 최고의 작가다. 1959년 [동아일보] 독자 만화란을 시작으로, 카투니스트로 데뷔하여 지금까지 60년 동안 오직 한길만을 걸어온 너무도 우직한 작가다. 앞으로 이를 뛰어넘는 작가는 더 이상 나오기 힘들 것이다. 카툰이 가지는 시적인 여유보다는 호흡이 빠른 웹툰이 인기 있는 시대여서, 카툰의 영역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 다양성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사이로는 작품 활동을 계속한다. 누가 의뢰한 것도 아니고 보자고 하는 사람도 드물건만 창작에 몰두한다.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경이로울 뿐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사이로 작품은 끝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사이로는 붓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사이로가 가는 길이 역사가 되고, 누구도 영원히 넘지 못할 기록이 된다. - 김정영 (청강만화역사박물관 관장 / 미술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