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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7
기억의 숲 … 9 에필로그 … 245 작가의 말 … 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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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걱정으로 보낸 열두 살을 다시 기억하게 된 것은 늙은 아버지가 언제부턴가 그 노래를 자꾸만 흥얼거렸기 때문이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노인이 어떻게 그 노래를 기억해낸 것인지, 세상을 바꾸게 한 그 노래가 이번에는 아버지에게 어떤 변화를 줄지, 아버지의 흥얼거림을 듣고 있자면 다시금 그 시간들이 떠올라 불안했다. 그러니까 이것은 ‘새벽종이 울렸네’라는 노래가 한창 유행하던 내 유년 시절의 동화 같은 이야기다. (8쪽)
어느새 해가 마당을 비켜서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재무덤의 어린 감나무 정수리에 걸린 한 주먹의 해가 그나마 우울한 외딴집에 색깔을 넣어 풍경을 만들었다. 나는 일없이 집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카시아가 시들어가고 있는 산과 뽕나무밭, 작은 텃밭들뿐이었다. 산을 넘고 고개를 넘지 않으면 사람 구경을 할 수 없는 유배지 같은 곳에 우리 집이 외롭게 앉아 있었다. 동네 끄트머리에 사는 어설픈 반쪽짜리 박씨네였다. (131쪽) 우리를 그토록 무시하던 박씨들이 나와 아버지에게 박수를 보내는데도 이상하게 우쭐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그해 눅진했던 여름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 지난 일이고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데도 말이다. (249쪽)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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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
숲으로 걸어들어가면 들려오는 기억의 멜로디 다섯 가지 비밀을 간직한 열두 살 소녀, 아카시아 향 가득한 여름 숲에서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 지나간 시간이 불러일으키는 감성의 울림과 향수 2008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경희의 두 번째 장편소설 《기억의 숲》이 ‘문학사상’에서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도베르는 개다》에서 정직성을 담보로 한 문장들로 삶과 현실의 눅진한 맛을 녹여낸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지나간 시간이 가진 감성의 울림과 향수’를 일깨우고 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영향으로 시골 마을에까지 불어 닥친 변화의 바람. 작가는 어쩌면 자신이 그 시간을 기억할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친구들을 불러내고 고향 마을의 풍경과 설화 같은 소문과 풍문을 짜깁기해서 만들었다고 말한다. 지금이라는 시간이 과거로부터 생성된 것이며,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기억의 숲》은 상기시키고 있다. ● 슬프지만 아름다운, 가슴속에 아로새겨진 기억의 멜로디! 박씨들만 모여 사는 명달리 마을에 외따로이 떨어져 있는 중미네 가족. 새마을운동의 시작으로 마을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지만, 중미네 가족은 반쪽짜리 박씨라는 이유로 고립된 채 마을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다. 그러나 열두 살 중미는 결코 기죽지 않는다. 재작년 홍수 때 집 앞 냇가에서 건져 올린 선글라스 속에 모든 두려움을 감추고 자신의 운명에 당당히 맞선다. 그러던 오월의 여름, 아카시아 향기 가득한 여름 숲에서 그동안 중미가 몰랐던 비밀들이 하나둘씩 밝혀진다. 언니와 우편배달부, 엄마와 벌 치는 양씨와의 이상야릇한 관계, 그리고 집에서 쫓겨난 고모와 중미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아버지가 숨기고 있던 비밀까지…… 중미는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는 눅진한 여름 숲에 갇힌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두려움과 걱정으로 보냈던 시간은 기억의 멜로디가 되어 현재의 삶 속으로 스며든다. 이제는 노인이 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버지가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처럼…… 그리고 어른이 된 중미는 불현듯 깨닫는다. 그 멜로디가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 삶 저 깊은 곳에서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음을. 소중한 것들은 대개 깊고 후미진 곳에 은밀히 감춰져 있다. 금방 드러나지 않고 쉽게 꺼내지지 않기에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되고 삶의 화두가 된다. 끝까지 행복한 작업이었음을 고백하며 박씨와 이씨, 아니 우리 모두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 건배! _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