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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제화점
이경희김보현 그림
북산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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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편지 9
장 구경 가는 길 15
짜장면 27
큰외삼촌 35
칠성제화점 45
사라진 엄마 55
아버지의 동굴 67
홀아비 선생님 79
할머니의 죽음 85
기적 소리 95
구두닦이 103
제화공이 된 순동이 125
가슴속의 보름달 139
국제제화 기능대회 153
칠성제화점의 비밀 165
작가의 말 190

저자 소개 2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한 즐거운 고민을 시작한 지 18년 되었다. 여전히 설레고 즐겁다. 물리적인 나이를 따지면 늙었고, 문학적 역량을 따지면 난 여전히 신인이고 어설프다. 하지만, 계속 세상과 소통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고향에서 엄마와 살기 시작한 것 또한 내 문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선택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여성을 둘러싼 폭력과 나이 듦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풀어놓을 생각이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소설집 《도베르는 개다》, 《부전나비 관찰기》 장편소설 《기억의 숲》, 《잠들지 않는 마을》, 《불의여신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한 즐거운 고민을 시작한 지 18년 되었다. 여전히 설레고 즐겁다.
물리적인 나이를 따지면 늙었고, 문학적 역량을 따지면 난 여전히 신인이고 어설프다. 하지만, 계속 세상과 소통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고향에서 엄마와 살기 시작한 것 또한 내 문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선택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여성을 둘러싼 폭력과 나이 듦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풀어놓을 생각이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소설집 《도베르는 개다》, 《부전나비 관찰기》
장편소설 《기억의 숲》, 《잠들지 않는 마을》, 《불의여신 백파선》, 《늙은 소녀들의 기도》, 《모란시장》
산문집 《에미는 괜찮다》
테마집 《선택》, 《1995》, 《당근케이크》
장편동화 《칠성제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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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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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순간이 마음을 건드릴 때, 그게 방구처럼 툭 하고 터져 나오는 게 좋다. 그 순간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다. 때로는 엉뚱한 농담과 피식 터져 나오는 웃음이 큰 힘이 되고, 더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고 믿는다. 동화를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며, 『당근케이크』에서 글·그림 에세이 「마음방구」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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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28*188*20mm
ISBN13
9791185769776

책 속으로

김 회장은 편지를 끌어안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엄마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살았는데, 엄마는 김 회장을 버린 것이 아니라 김 회장을 지키기 위해서 떠났고 끝내 죽은 것이었다. 김 회장은 두 눈을 꼭 감고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 「편지」 중에서

순동이는 엄마가 야속했다. 엄마가 뭐든 다 사주는 꿈까지 꾸었는데, 맛이나 보라는 마른 멸치 몇 마리조차 받지 않고 그냥 지나친 엄마가 솔직히 미웠다.
순동이는 배가 고파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 순동이는 슬그머니 잡고 있던 엄마의 손을 놓아버렸다.
“서운하니? 짜장면부터 먹자.”
“짜장면요?”
순동이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그래, 아주 맛있는 음식이란다.”
순동이는 서운했던 마음이 금세 풀어졌다.
--- 「짜장면」 중에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쓸쓸하고 허전한 게 인생이라고 할머니가 말했다. 바구니에 고추를 가득 따서 담을 때는 뿌듯하고 흡족하지만, 고추를 말려 장사꾼에게 모두 넘기고 난 뒤 입을 벌리고 있는 빈 바구니를 보면 허전하고 쓸쓸하다고 했다.
세상일 중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기분 좋은 일은 똥 눌 때뿐 이라고, 그 나머지 일들은 대체로 돌아올 때의 기분처럼 쓸쓸하다고, 그것이 개떡 같은 우리 인생이라고 말할 때마다 할머니는 막걸리에 취해 있었다. 할머니는 쨍그랑 소릴 내며 나뒹구는 빈 주전자를 꼬나보며 욕인지 노래인지 모를 소릴 떠들곤 했다. 순동이
는 할머니가 빈 주전자를 흔들다 앞마당으로 내던지며 하는 그 말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순동이는 엄마의 마음도 그 빈 주전자와 같은 마음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까만 코스모스 씨를 훑어가며 조용히 엄마 뒤를 따라갔다.
--- 「칠성제화점」 중에서

순동이는 학교에 가 있느라 엄마의 흔적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저, 까만 재만 남은 엄마의 흔적들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사라지는 것들은 언제나 아무 예고 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친절을 베풀거나 어제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은 갑자기 사라질지 모른다는 것을, 그런 이별은 사람을 억울하고, 분하
고, 화나게 한다는 것을.
그날 이후로 순동이는 엄마를 찾지 않았다. 할머니한테도 다시는 엄마 이야기를 묻지 않았다.
--- 「사라진 엄마」 중에서

산수 문제를 푸느라 힘들었는데,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공책 속의 붉은 동그라미들을 떠올리니 공연히 웃음이 나왔다. 붉은 동그라미가 커다란 보름달처럼 머릿속에 두둥실 떠오르며 기분 좋게 만들었다.
티 나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이 만약 붉은 동그라미에 관한 이야기라면 정말 잘해보고 싶었다. 선생님도 티 내지않기 위해서 노력하며 산다고 했다.
순동이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동그라미를 맞아야 하는지 막막하지만 한번 해보고 싶었다.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바라보면 무엇이 보인다는 선생님 말씀을 믿고 싶었다.
--- 「홀아비선생님」 중에서

순동이는 사장님한테 똑같은 소리를 들으니 부끄러웠다. 찍새 노릇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지 않은 것이 부끄러웠다.
순동이는 결심했다.
“사장님! 저, 구두 만드는 기술 배우고 싶어요.”
순동이는 사장님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잘 생각했다. 너는 훌륭한 기술자가 될 거야.”
순동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장님이 왠지 오래전 선생님처럼 느껴졌다. 사장님 말대로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우면, 지금처럼 찍새 노릇하며 얻어맞거나 도망치며 살지는 않을 것이었다.
고향을 떠난 뒤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던 순동이는 처음으로 사장님의 따뜻한 눈빛에 귀를 기울였다.
--- 「구두닦이」 중에서

순동이는 시커멓게 거칠어진 손바닥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최선을 다할게요. 공장장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구두에도 생명이 있단다. 살아있는 생명을 잡아 얻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니 함부로 취급하면 안 된다. 네가 만든 구두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주고, 또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도록 좋은 마음으로 만들어라.”
늙은 공장장의 품속에서 가죽냄새와 독한 풀냄새가 났다. 순동이는 그 익숙하면서도 정겨운 냄새를 꼭 끌어안았다. 공장에서보낸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냄새나는 공장장 품이 너무 따뜻하고 구질구질한 공장이 너무 정겨워서 눈물이 났다.
--- 「국제제화 기능대회」 중에서

그는 어머니의 발본을 고이 접어 윗도리 안쪽 주머니에 깊이 넣었다.
그토록 오랜 세월 자신을 기다려준 엄마가 고맙고 미안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의 발본을 가슴에 품으니 더는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언제나 가슴 한쪽을 짓누르던 통증도 사라졌다.
김 회장은 박 기사를 재촉했다. 빨리 공장으로 가 엄마의 구두를 만들어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튼튼한 구두를 만들어 엄마한테 선물할 생각이었다.

--- 「칠성제화점의 비밀」 중에서

줄거리

1960년대 초, 일곱 살 순동이는 읍내 장 구경을 갔다가 아픈 엄마에게 구두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마음에 품는다. 하지만 얼마 뒤 엄마가 사라지고,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게 된다. 이후 순동이는 고향을 떠나 구두닦이가 되고, 제화공으로 일하며 손으로 세상을 배우는 법을 익힌다. 그리고 긴 세월이 지나 고향으로 돌아온 순동이는 비로소 오래된 약속을 완성한다.

출판사 리뷰

『칠성제화점』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화려한 문장보다 진심이 먼저 다가오고, 읽는 동안 잊고 지냈던 감정이 천천히 깨어난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맞춤 구두’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엄마에게는 순동이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이, 순동이에게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오래된 약속이 담겨 있다. 그리고 독자에게는 구두 한 켤레에 꿈과 희망을 담던 시대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모란시장』, 『부전나비 관찰기』, 『불의 여신 백파선』 등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소설가 이경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어른을 위한 동화’이자 소설이다. 작가는 오래된 공방의 냄새, 가죽을 다루는 손의 감각,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꿰매던 시절의 온기를 담담하게 되살려냈다.

지나간 시대의 풍경, 여전히 살아 있는 정서


이야기에는 1960년대의 풍경이 따뜻하게 펼쳐진다. 읍내 장터의 뻥튀기 장수, 북적거리는 시장 골목, 장날의 소리와 냄새가 그대로 살아 있다. 그 시절의 풍경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독자는 금세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오래전의 배경이지만 낡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 속에 여전히 통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아끼고 마음을 나누던 그 시절의 온기가 자연스럽게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진다.

순동이가 성장하며 겪는 희로애락은 시대를 넘어 지금의 독자에게도 깊은 공감을 준다. 어려움 속에서도 꿈과 사랑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쁘게 흘러가는 오늘의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따뜻함을 일깨운다.

‘손의 온기’가 남긴 것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제화공의 세계’를 세밀하게 담아냈다는 점이다. 가죽을 자르고, 꿰매고, 광을 내는 제화공의 하루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구두를 만드는 일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담는 일이다. 작가는 손의 온기를 구두에 담던 시절의 품격을 담담히 복원하며, ‘일’이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삶의 의미였던 때를 되살려낸다.

『칠성제화점』의 중심에는 언제나 ‘손’이 있다. 구두를 만드는 일은 결국 사람의 손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일이며,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전하는 일이기도 하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믿었던 순동이는 제화공이 되어 손끝으로 마음을 전하는 법을 배운다. 순동이가 기술을 익혀갈수록, 그것은 단순히 구두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배우는 여정으로 확장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손으로 사랑을 익히는 이야기’이자,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손의 온기’를 다시 기억하게 하는 책이다.

오래 남는 위로와 용기의 소설


순동이의 삶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와 닿는다. 여전히 가슴속에 남은 약속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마음, 손을 내밀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 『칠성제화점』은 그런 감정들을 조용히 불러낸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잊혀 가는 정서를 떠올리고, 용기화 희망을 나누고 싶었다고 전한다.

책을 덮고 나면 마치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든든히 먹은 듯 마음이 훈훈해진다. 『칠성제화점』은 오래된 추억과 지금의 우리를 잇는 이야기이며, 삶을 견디게 하는 ‘약속’과 ‘용기’의 상징으로 남는다. 읽는 이의 마음에도 한 줄기 온기를 남기며, 오늘을 살아갈 힘을 조용히 건네는 이야기다.

추천평

오래된 구두 한 켤레처럼, 이 이야기는 마음속 기억을 다시 꿰매어 준다.
이미 닳아버린 삶의 가장자리에서 따뜻함이 피어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 홍순창 (시인, 문화공간 기획자)
구두를 만들고 수선하는 일을 50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구두를 만들며 배운 건 기술보다 마음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 마음을 잊지 않게 해줍니다. - 박용한 (구두 공방 대표)
마음의 온기를 세심하게 지어주는 이야기다.
구두를 한 땀 한 땀 짓듯 시간을, 깊이가 주는 힘을 느끼며,
물건이 내게 오기까지의 시간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 최미영 (환경독서모임 에버그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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