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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말 ─ 005
목동자리……우주 미아가 될 당신을 위하여, ─ 011 처녀자리……코마의 평원에 머무는 나비 ─ 027 궁수자리……오만한 현자와 거룩한 반인반수의 땅 ─ 043 백조자리……은하를 건너는 밀서와 쏟아지는 알타이르의 새 ─ 061 뱀주인자리……재생되는 낮과 밤, 아스클레피오스의 백사 ─ 079 남쪽물고기자리……물병에 갇힌 포말하우트의 이름들 ─ 097 삼각형자리……바람개비 은하에 잘린 외로운 도형 ─ 113 안드로메다자리……중력으로부터 해방되는 안드로메다의 사육장 ─ 129 오리온자리……성운의 수태고지, 트리에 걸린 첫눈과 슬픔에 빠진 거인 ─ 147 쌍둥이자리……배태하는 백조의 아이들; 북하北河의 껍질 ─ 165 작은개자리……귀애하는 나의 반려 ─ 183 컵자리……칸타로스에 담긴 주신酒神의 환각 ─ 203 까마귀자리……자오선을 회전하는 오좌烏座의 낭설 ─ 223 끝나지 않은 말 ─ 243 편지 사랑하는 애기 선생님께……이미성(제자) ─ 247 발문 천칭자리는 옆자리가 되어……서윤후(시인) ─ 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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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별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유성우를 봤다든가 소원을 빌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까마득하다. 내가 야광 별을 헤아리다 잠든 세대라고 말해도 좋겠다. 캄캄한 밤하늘을 선물해준 앞 세대를 원망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러할 것이므로.
--- p.7 「시작하는 말」 중에서 누군가가 대신 울어준다는 건 근사하지만 부끄러운 일이야. 나는 지금도 곧잘 울어. 하지만 울지 않은 척하지. 얼마나 많은 새가 당신을 위해 울어주겠어. 내게도 그런 아름다운 행성이 있었다고 해. 아주 오래된 일이라 까마득하긴 하지만. 봄이면 우리 행성에서 당신이 가장 빛났다지. 계절의 시작이자 우주가 깨어나는 시기에 당신은 천체의 가이드가 되기도 하고 여행자에게 나침반 역할을 했었다지. 말하자면 선구자였던 셈이지. --- p.22 「우주 미아가 될 당신을 위하여」 중에서 모성으로 돌아가면 당신의 등을 밀어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건너온 행성과 만났던 생물을 나열하여 당신에게 보여야겠다. 그러려면 많은 밤을 써야겠다. 그네를 타며 안아본 당신의 허상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일지를 쓴다. 하얗게 흔들리는 밤과 발버둥치는 생의 곡진함을 그리고 기약과 거리가 먼 마른 등을 밀어주는 당신을, --- p.128 「바람개비 은하에 잘린 외로운 도」 중에서 포도나무에 묶이지 않아도 좋아. 기다리지 않아도 좋아. 버려지거나 유기당하지 않아도 좋아. 인간을 이승의 문턱에서 헤매게 만들어도 좋아. 나일강을 범람하게 만들어도 좋아. 오만하고 호기로운 이 종족을 파멸로 이끈다 하더라도, 다 좋아 --- p.193 「귀애하는 나의 반려」 중에서 선생님은 올리브 동산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죠. 올리브나무에 물을 주다가 맨발로 마중 나올 선생님이 눈에 선해요. 올리브나무가 열매 맺으면 산새들을 불러모아 한 알씩 나누어 먹을 선생님도 보여요. 선생님의 올리브 동산에는 선생님이 아끼는 모든 것이 선생님을 사랑하겠지요.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요. --- p.251 「이미성(제자) 편지 - 사랑하는 애기 선생님께」 중에서 이 책은 내가 희준과 여전히 만나는 곳이자 동시에 희준이 두고 간 이야기와 우정을 나누는 현장이다. 이제는 불현듯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들의 움직임을 희미한 눈으로 지켜보려고 하는 사람이 되었다. 몇 개의 반짝이는 별을 골라 희준의 올리브 동산을 이어 그려보기도 한다. 몇 번이고 다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남겨준 희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깨 너머로 등을 쓰다듬으며 ‘이 모진 사람, 어진 사람’ 하고 속삭여주는 것 같다. --- p.257 「서윤후(시인) 발문 - 천칭자리는 옆자리가 되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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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알타이르, 새장을 열어두세요
말을 갓 배운 꽃 한 송이 동봉하며 안부를 보내요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월간 『시인동네』에 연재했던 「행성표류기」 열두 편에 미발표분 원고 한 편을 더해 책이 되었습니다. 머리마다 표류 일자를 숫자로 남긴 꼭지들은 때때로 표류기의 형식이었다가, 편지의 말씨였다가, 일기처럼 내밀하고 시의 운율을 타기도 하며 끊어질 듯 끊이지 않습니다. 무한 기호(∞)를 단 어느 조각들에서는 그의 아름다운 모성, 지구에서의 여행기를 만나기도 합니다. ‘블랙홀양피지’를 통해 행성에서 행성으로 여행하는 ‘나’는 장마다 하나의 별자리를 경유합니다. 4월부터 시작해 한 달에 한 별자리씩 그 무렵 가장 빛나는 성좌를 택했으니, 열세 행성을 지나는 동안 계절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봄 끝에 이르는 셈입니다. 책에서는 황도 12궁이라 불리는 익숙한 별자리뿐 아니라 삼각형자리, 컵자리 같은 생소한 별자리들을 지나기도 합니다. 바람개비 은하에 잘려 외로운 삼각형자리에서 ‘나’는 밀어주는 사람 없이 그네를 탑니다. 그네를 태워주는 건 떠나라는 뜻인지 돌아오라는 뜻인지 모르겠지만 왔다갔다 하는 패턴에서 이마로는 외로움이 무릎으로는 밤이 스며듭니다. 몸에 붙은 감정을 게워내며 하늘의 체온을 안고 양자리의 양을 헤아립니다. 땅에 닿자마자 숨을 갖는 신비로운 언어들을 소유한 그는 추상명사가 자라는 땅 위에서 누군가에게 당도하기 위한 편지를 계속 써낼 것입니다 영혼이 순환하는 쉼터에서 오래지 않아 만나게 될 나의 반려, 안녕 “여긴 여름이야, 거긴 어때?” 시인의 시비에 그의 시를 빌려 새긴 인사말입니다. 매년 시인의 기일에는 제자들이 ‘올리브행성의희준과아이들’이란 이름으로 시인의 시비 앞에 모입니다. 시인이 행성의 주소를 남기지 않았기에 놀러갈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시인의 올리브 동산에는 그가 아끼는 모든 것이 그를 사랑하고 있을 것입니다. 벚꽃의 분홍, 유채의 노랑, 산하엽의 하얀 투명함 두루 지나,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뒤에 놓인 올리브 동산 지나, 생전 시인의 목소리를 옮겨와 「끝나지 않은 말」로 담았습니다. 하나의 별, 하나의 세계를 담은 맺음이자 닫히지 않는 이야기. 시인이 보내는 안녕이라는 인사에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는, 그렇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별자리들의 이야기. 희준의 별자리는 옆자리다. 옆자리를 항상 내어주고는 함께 보자고 말한다. 옆자리는 있을 때 이야기를 보온하고, 없을 때 더욱 빛이 난다. 나는 이 옆자리라는 별을 관측하기 위해 그가 영혼을 부딪치며 만난 이 이야기를 계속 읽는다. 함께 해찰할 수 있어 좋았다고, 각자 본 것을 잊지 말고 언젠가 서로에게 말해주자고 약속한다. - 서윤후(시인) 발문「천칭자리는 옆자리가 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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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시인. 1994년 9월 10일에 와서 2020년 7월 24일에 간 사람. 그가 없는 그의 첫 생일에 그의 유고 시집이 나왔다. 그가 정녕 없다는 그의 첫 기일에 그의 유고 산문이 나왔다. 언니의 나라에 사는 그니까, 시들 줄 모르는 그니까, 춤을 추듯 마음껏 우주를 유영하고 있을 한 사람이 그일 테니까, 딱 지구에만 불시착을 작정하여 우리를 하늘바라기로 목주름을 펴게 만든 한 사람이 그일 테니까, 그의 책을 아주 멀리도 또 아주 가깝지도 않게 곁에 붙들어두기나 한 지가 벌써 5년이나 되었다. 표지가 바랬다고 그가 말하지 않았다. 새 옷을 입고 싶다고도 그는 말하지 않았다. 처음의 제목 ‘행성표류기’를 다르게 지어달라고 그가 말하지 않았다. 새로이 지은 제목 ‘너의 별자리는 옆자리’가 맘에 든다고도 그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내 귀에 들리고 또한 내 몸이 들려서 오늘에 이르렀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표류’는 아프고 ‘자리’는 안도이니 이렇게나마 더 멀리로 가지 마라, 아주 빨리도 가지 마라, 옆에 붙들어 앉힐 내 심사를 그는 필시 알지 않았으려나. -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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