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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서론: 5·18과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과학적 이론화
제2장 광주항쟁과 국가폭력 제3장 5·18 기억투쟁과 민주주의의 안착 제4장 5·18 기억투쟁과 한국인의 정치적 태도 제5장 5·18 국가폭력과 지역주의 정당 지지 제6장 민주화 이후 이념과 민주주의 태도의 세대전이 제7장 결론: 요약 및 함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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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자유주의 혁명의 주체가 부르주아였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혁명적 민주화운동의 주체가 노동자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민주화운동에서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었고 호남이 끈질기게 반독재의 입장을 고수했다는 사실은 결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이 사실이 오래전부터 너무 익숙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민주화의 이론적 관점에서 이는 매우 특이한 현상으로,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즉, 근대화와 경제발전이 만들어낸 사회경제적 지위와 실존적 처지가 반독재와 민주화를 위한 정치적 신념과 각오를 자동적으로 만들어내진 않는다. 정치적인 계기와 사건이 필요한 것이다.
--- p.45-46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요한 사회과학적 질문이 제기된다. ① 한국에서 민주화의 주체는 누구이고, 어떻게 권위주의 독재세력과 본격적인 힘의 대결을 할 수 있었는가? ② 왜 한국의 민주주의는 재권위주의화되지 않고 공고화될 수 있었는가? ③ 향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지속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본 연구는 5·18의 장기적 유산을 경험적으로 추적함으로써 5·18이 한국 민주주의에 기여한 점을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 p.54 이들은 대립 담론을 통해 호남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5·18 폭동론을 유포시켜 광주항쟁을 국가의 공식기억인 ‘민주화운동’에서 ‘폭동’으로 되돌리고자 했다. 대립 담론의 저변에는 5·18이 ‘폭동’에서 ‘민주화운동’으로 변경된 것은 순전히 종북·좌파세력의 영향력 때문이며 이러한 5·18에 대한 기억의 변경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 p.175 이들은 ‘북한군 개입설’ 등과 같은 5·18에 대한 폄훼와 왜곡 활동을 전개했으며, 일부 보수정당 의원은 이에 동조·가담했다. 결과적으로 5·18은 이념에 따라 상이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는 ‘민주화운동으로서의 5·18’의 기억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반공·보수 중심의 단원적 정치공간이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다원적 정치공간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그간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5·18 기억투쟁이 아직 미완의 상태에 있음을 시사한다. --- p.189 전략적으로 이들은 보수세력의 결집 및 정체성 회복을 원하는 노년층, 그리고 5·18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북한개입설’과 같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콘텐츠를 온라인 공간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유튜브 방송은 구독자의 후원금을 비롯해 동영상의 조회수 및 구독자수에 따른 광고수익 등으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부 청년은 경제적 수익을 목적으로 기억전복 활동에 뛰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기억의 부재가 호기심과 상상력을 쉽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벌이는 기억전복 활동에 가장 취약한 집단은 5·18 기억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청년층일 수밖에 없다. 이는 일정한 세월이 지나면 언제든지 ‘항쟁’ 기억이 전복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p.230 이 연구는 5·18 국가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의 정당 지지 및 반대에 대해 처음 시도되는 실증적 연구이다. 비록 이들의 태도를 중심으로 지역적 동화가 일어나 지역 분할적 정당구도가 형성·유지되고 있다는 주장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그 경험적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기존 연구와 차별적이다. 또한 정치적 사건이 미친 장기적인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5·18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정당 지지가 호남지역과 비호남지역에서 각각 어떤 양태를 보이는가’를 분석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로운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 pp.251-252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에서 5·18이 기여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5·18은 시민사회에서 독재에 대항하는 사회세력들을 성장·결집시켰고, 이들이 정치사회에서 권위주의 계승정당에 대항하는 정당을 지지하도록 이끌었으며, 점차 한국 정치를 자유롭고 경쟁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한국 민주주의가 그간 다양한 위협 요소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구조적 힘이었다. --- p.275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미래에 관해 우려되는 대목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지지가 이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 민주주의가 이행기와 공고화 과정을 지나고 나면 체제가 안정되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 혹은 좌파와 우파가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에서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지지가 진보적 청소년과 보수적 청소년 간에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은 한국 민주주의가 현재 위기를 겪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시사한다. --- p.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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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은 한국 민주주의를 지속시킨 구조적 힘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이다
이 책은 한국 민주주의가 광주 5·18에 기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회과학적 상상력과 경험적 증거를 바탕으로 재조명하고, 이를 최근의 비교민주화 연구들을 통해 이론화한다. 이 책은 한국의 민주화에 영향을 준 다층적인 요인을 하나의 힘으로 결집하고 전두환 신군부에 대항하는 민주화 도전세력이 성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건이 바로 광주 5·18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회과학적 증거 수집, 기존 연구결과들과의 논리적 정합성 평가를 토대로 이러한 주장을 검증한다. 이 책은 왜 한국에서는 서구와 달리 도시 중산층과 노동자들이 아닌 대학생들과 호남이 독재에 반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집단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광주 5·18에서 찾는다. 5·18은 시민사회에서 독재에 대항하는 사회세력들을 성장·결집시켰고, 이들이 정치사회에서 권위주의 계승정당에 대항하는 정당을 지지하도록 이끌었으며, 점차 한국 정치를 자유롭고 경쟁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이 책은 이것이 바로 한국 민주주의가 그간 다양한 위협 요소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구조적 힘이었다고 강조한다. 전두환 집권 후 한국 정치가 권위주의로 회귀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5·18 때문 이 연구는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국가가 자행한 폭력과, 뒤이어 이를 은폐하기 위해 전두환과 신군부가 실행한 왜곡과 탄압이 권위주의를 안정시키기보다는 역설적으로 1987년 민주화를 가능하게 한 힘이 됐고 장기적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질적 분석과 양적 분석을 실시한다. 이 책의 제2장과 제3장에서는 질적 차원에서 역사적 분석을 시도한다. 즉, 광주항쟁의 발발과 5·18 국가폭력을 다양한 문헌을 통해 분석하고, 이후 전개된 기억투쟁과 민주화운동의 양상을 추적한다. 제4장, 제5장, 제6장에서는 양적·통계적 분석을 시도한다. 구체적으로 1980년 5·18 이후 40년이 지난 시점인 2020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광주와 호남을 비롯한 전국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이 자료를 분석한다. 이 설문자료를 토대로 5·18 국가폭력이 한국의 정치사회와 유권자들에게 남긴 장기적 유산을 경험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추론한다. 또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2024년 2월 서울의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자료를 분석해,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호남 출신 부모의 자녀들이 호남의 반독재적·민주적 태도를 어떻게 물려받고 있는지도 함께 검토한다. 분석 결과, 호남 유권자들이 다른 지역 유권자들에 비해 국민의힘을 반대하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책은 그 이유에 대해 5·18 국가폭력의 피해자들과 이를 경험한 사람들의 정치적 태도를 중심으로 지역민들이 동화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5·18 국가폭력이 호남 지역주의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5·18이 호남인들에게 미친 영향을 추적함으로써 지역주의의 원인을 조명하다 오늘날 5·18 자체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상당히 축적되어 있지만, 한국의 민주화와 민주주의를 광주 5·18과 연결해 이론화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5·18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과거사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거나 5·18이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를 제시하는 데 머물러 있을 뿐, 5·18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바를 이론화하지는 못하고 있다. 즉, 한국 민주화 및 민주주의 이론에서 광주항쟁과 관련한 분석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 책의 목적은 5·18의 현재적 의미를 사회과학적으로 재조명하고 경험적 증거에 기반해 5·18이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임을 이론화하는 것이다. 국가에 의해 5·18이 ‘민주화운동’으로 공인된 이후에도 5·18은 여전히 정치화되고 있고 갈등을 재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정치를 소모적인 정쟁의 장으로 유인함으로써 한국 정치의 민주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5·18에 대한 정치적 왜곡과 공격이 지금도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것은 5·18에 대한 사회과학적 이론화가 미흡했기 때문일 것이다. 5·18을 사회과학적으로 이론화하는 이러한 시도가 이어진다면 5·18에 대한 학문적·사회적 관심이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