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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차수민
시인보호구역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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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 옷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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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_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가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경옥이 동네는 시끌시끌했겠지
부림시장
육호광장 돌아 어시장 밤길
덕자와 점식
칠원삼거리 돌며
티눈
숟가락 하나 얹으면 될 일인데
바지락 숨구멍에 숨어든 시
태복산로13번길

제2부_상리 한약방

보리섬
와도
용호 바다
버드레
상리 한약방
감꽃
창명학원
철마산성
조우억
철성의숙 김형두

제3부_광려천 연가

광려천에서 정화를 만나면
광려천 연가
술 익는 차
원각사
설법전 제비집 1
설법전 제비집 2
그렇다
사잇소리
성산산성
말산리 갑계비

제4부_소계저수지

어머니는 엉덩이로 봄을 밀고 계셨다
씨발 내가 그걸 몬해
산다는 건
소계저수지
파도는 눈시울 밀었다 놓는다
진영읍 참새미골
안부
삼산교회
고성읍 간이대합실
할메 빨래방
신마산 번개시장 장어국 사러 가는 피터팬
엘리베이터
통영 부둣가

저자 소개 1

경상남도 고성군 삼산면에서 태어나, 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6인 공동시집 『양파집』(2020년)과 계간 《여기》 시부문 신인상(2021년)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첫 시집 『꽃삼촌』(2022년)이 있다. 시인의 말 친절하지 마라 깊이 품지도 마라 다 사랑치 않아도 되니 시야, 춤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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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00쪽 | 170g | 128*205*8mm
ISBN13
9791190310277

책 속으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경옥아 보고 싶다 시외버스 오른쪽 옆면 광고 글 많은 경옥이 얼마나 설렜을까 경옥이 동네는 시끌시끌했겠지 그녈 아는 친구 건너 건너 한 문장 시를 쓴 사람

제1부_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꿈은 꾸었어도
이뤄질지 몰랐다

내 첫 시는 진찬이
시집을 맨 처음
받은 사람도 진찬이

너무 익은 것
설익은 것 있지만
천천히 내길 잘했다
다시 보니 내 시들은
사람 아니면 장소더라

시집 받은 그들이 고른
그냥 읽어 마음 간다는 시는

‘늑대일까 별에 바치다’

보리 수매는 거시기하나 재밌다 했고
남편은 자기가 나오는 낚시라는 시만 좋다며
다른 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고

대부분은
꼭 시가 너 같더라

첫 시집은
너머 계신 아버지께 올리는
태나는 양복 보루 담배 탁주 주전자

내 첫 시집은
세상 불 데인 살가죽 하고 사는
집 앞 광려천 산책 쉬이 못 나오는
진찬이 손에 쥐여주는 꼬깃 손편지

지금은 땅 엎드린 풀잎들이지만
한때 비 내리고 천둥을 일으키는 하늘이었다

『꽃삼촌』은
별거 없지만
뭐가 많이 없는 내겐
삼켜 넘길 수 있는 밥알이 많아졌다

- 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전문

경옥아 보고 싶다

시외버스 오른쪽 옆면 광고 글
많은 경옥이 얼마나 설렜을까

경옥이 동네는 시끌시끌했겠지
그녈 아는 친구 건너 건너

한 문장 시를 쓴 사람

쑥 바구니 끼고 놀던 친구일까
자전거에 경옥이 단발머리 닿던 오빠일까

- 시 「경옥이 동네는 시끌시끌했겠지」 전문

멀리서 온다기에
그냥 다 제치고
강연 주제
시의 단추, 그 여밈에 관하여 말고
그냥 시인 보러 갔다가
어쩌면 술술
어느 구멍에서 시를 잡는지
여쭐 새도 없이 멀찍이 시인은 떠나고

어릴 적 큰언니가 일러 준 바지락 숨구멍
갯바람 발바닥 간지럼 타고
올라오는 농게 집구멍 헤집느라
뻘구덩이 해가 바다로 빠질랑 말랑

뒤풀이 막걸리 한 잔 두 잔 하는데
요즘 시가 너무 가볍다는
고생한 거 뭐 대단해 시로 쓰냐고

시는 두꺼운 소설의 무거운 삶을 담아내야 한다고
슬픈 검지를 까딱이는
훤칠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내 양은막사발 옴팡한 시못에는
소금쟁이 재치기하다 코 빠트려 놀고
계곡 엉덩이 들썩이는 망개잎 곁눈질할 때
돌로 눌러놓은 어둠 셋 네 조각 목축인다

- 시 「바지락 숨구멍에 숨어든 시 」 전문

제2부_상리 한약방

숨구멍 찾던
어머니 호미 소리는
밀려 나갔다 오지 않아

혼자 꼬막 잡다
새미밭 풀 뽑고 마늘 심고
책 한 줄 못 봤다
낮엔 호미 잡아도
밤엔 책 잡아서
죽건 살건 고등학교 갈 거란 약속

고기잡이 간 아버지 기다리는 마루에서
용호마을 중학교 모퉁이에서

자꾸만 바라보는
조개 캐는 울엄마

- 시 「보리섬」 전문

바위에 쪼그려 앉아
틈 사이 고동 잡다
파도 튕겨도
밀려가면 손 흔들고
밀려오면 손잡아

나는 자갈 베고 눕고
하늘은 바다 베고 눕고
구름은 섬 베고 눕다가

파도 타는 낮별
주워 모으려고 두 손을 담그면

처음은 할머니
내 어릴 때 울엄마 돌아가시고
형과 나 아부지랑
같이 살 집 세 번이나 옮겨가며
개펄 나선 허리 굽은 별
처음은 엄마
날 보는 눈빛 얼굴 희미한데

해가 가도

생각 해도 해도
그리움 손을 씻는 별

몽돌밭 앉아

파란 대문에서 알몸으로 바닷물 들었다 뛰오는
밍밍한 날 보기도 할까

할머니처럼 어머니처럼

누운



- 시 「와도」 전문

낮에는 밭일
저녁에는 동생 업고
집안일 하던 엄마가
가슴 아파 밥도 못 먹어

심부름 간다
고무신 벗겨지는 돌길

상리 한약방

약봉지 첩 들고
코스모스 하늘하늘
매달린 홍시도 맛나겠다
집 가서 엄마랑 나물밥 먹을 생각
자꾸만 고무신 벗겨지고
앉지 않고 걸었는데
뒤 어두컴컴해져

여우 나온다는 산 고개
어른들 잡아 먹혔다는
여기 지나 미동 넘어 울집인데

덜덜 무릎
눈 감은 약봉지와 달린다

- 시 「상리 한약방」 전문

제3부_광려천 연가

절에 들어가겠다고 머리 깎은 아내
뭔지 몰라도
내가 미안하다 잘못했다 했지만
당신 잘못 아니다는 말만 남기고

비 내려도 나비는 꽃을 보고

벌새는 꿀을 따고
거미는 줄을 타는데
딸 승무원 합격한 날도
아들 군대 갈 때도 생각나지만
어쩌다 한번은
어깨 넓이 만큼 떨어져서
같이 걸을 수 있을까

산새 좋은 곳마다 염불 풍경소리 탁탁탁
광려천 왔다 갔다
흘린 눈물이 빛을 준비하지 않지만
절망은 아깝다
돌돌 번데기에서도
떨어지는 빗소리 탁탁탁

- 시 「광려천 연가」 전문

어디 마음 두고 싶은 하늘 많았나
소금단지 이웃 삼아
제불제불 법문 외는가

설법전 앞마당
어린 제비 한 마리

오락가락 빗물에 미끄러졌을까
안아 올리지 못한 것

집 와서도 생각난다

혹시 발길 채이지 않았는지
지붕 지붕 이은 전깃줄 보며
백중기도 마치고
구름 찹찹한 가을
설법 전하러 날아가겠지

두고 가는 제비집엔
함박 설밥이 차곡차곡 쌓이겠지

- 시 「설법전 제비집 2」 전문

무진정 불꽃놀이
한번은 볼 거라고 기다린 초파일이
밤 근무
시간 있으면 돈 없고
돈 있으면 시간 없는
멍든 오후
어두워지면 떨어질 별똥별
연못 그려보다
조남산 성산산성 오른다
뛰어도 숨차고 걸어도 숨찬
지친 그림자
어깨 메고
머리 이고
남문으로 올라
서문으로 올라
말이산 굽어보며 쌓았을
옛사람 땀돌

더러 무너졌어도
담벼락 구멍마다 눈 대고 지킨다

- 시 「성산산성」 전문

제4부_소계저수지

비 오는 건널목
차에 부딪힌 어머니는
갈비뼈 허리뼈 팔다리뼈가 부러졌다

줌치 든 전화번호 울어
급하게 달려갔더니 딸도 알아보지 못하고
큰아들 얼굴에만 고개 끄덕인다
다니러 왔다가

내려가지 못하는 촌집

퇴원해도 혼자 앉지도 서지도 못해
아파트 창가 화분처럼 앉아
남새밭 풀을 뽑는다

뭐 하고 싶소 어디 가고 싶소
쑥 캐러 가자 쑥 캐러 가자

둘레길 가까운 밭 앉혀드리자
웃으신다
난 앵두나무 처녀를 불렀다

평생 쪼그린
봄이 와서
밥술도 뜨지 않는 손이
쑥을 더듬는다

어머니는 엉덩이로 봄을 밀고 계셨다

- 시 「어머니는 엉덩이로 봄을 밀고 계셨다」 전문

아버지 묻고 하루 지나
밭에 나가 풀 뽑다
거름 푸대 덮어 놓은 시커먼 비닐
열었다 덮었다 쏘아보다

매운 솔가지 타는
밥하는 아궁이 벌건 불
보는 눈도 벌게져
정지를 돌고 돌다
버티고 선 움마

씨발, 내가 그걸 몬해?

니은도 모르는 움마가
공부하는 아들 보러 마산 오실 때도
벌건 버스 포르스름한 버스 왔다 갔다
시외버스터미널 헤매며
혼잣말하셨을까

- 시 「씨발 내가 그걸 몬해」 전문

갈래갈래 사랑
소나무 아래 흩어졌지만
봄 흰 꼬리 올려
숨은 자락
괭이로 호미로 토닥이고
약수터 오르는 석불사 염불 소리
골골 감자 반쪽 눈 뜨면
탱자나무 둥지 고양이 잠들고
텃밭 풋마늘 키 재다
꽃잎 돌돌 말은

어머니

우짜든지 잘 되고
우짜든지 잘 되게
자식 빌어줄 때 사략사략
물머리 빗는다

- 시 「소계저수지」 전문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제1부는 시집의 제목과 동일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를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광려천이라 일컬어지는 삶 속을 들여다보면 춤을 추던 시절, 끓는 속, 말하지 못한 울음을 안은 채 살아온 여성들의 삶이 두텁게 퇴적되어 있다. 시집 자체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편지라면, 1부는 애틋하고도 분명한 엎드림의 몸짓으로 출발한다. 땅 위에 엎드린 이름들, 서럽고 낮은 시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시」, 「경옥이 동네는 시끌시끌했겠지」, 「티눈」 등에서 우리는 시인의 정체성과 삶의 기원을 만나게 된다. 삶의 고단함, 노동이라는 생존과 필수성, 여성의 내력, 그리고 이름이 호명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구체적인 지명과 인물에 실려 생생하게 살아난다. 시장, 삼거리, 저녁밥상, 공장, 학원가, 간이식당 등 한국의 소도시와 시대를 묵묵히 살아내는 여성의 삶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장소들은 이 시집이 ‘회고’나 ‘기록’이 아닌, 살아 있는 육성의 시라는 것을 말해준다.

제2부의 시는 삶의 증언이자 언어적 위령제, 그리고 여성·민중·지역에 대한 다층적 경의(敬意)의 표현이다. 그는 고성, 상리, 포교마을, 창명학원, 철마산성 등 구체적 지명과 역사 속 인물들을 불러냄으로써, 지역문학의 진정한 실천으로 나아간다. 특히 여성의 생애사와 전통적 돌봄의 노동, 그리고 지역에 뿌리 내린 언어와 시간의 리듬이 강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단지 '기억한다'가 아니라, 기억 속의 존재들을 다시 ‘살려낸다’. 「창명학원」, 「철마산성」, 「조우억」, 「철성의숙 김형두」 등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름 없는 사람들, 지워진 역사를 다시 세우려는 시적 복원이며, 이는 지역의 잊힌 서사를 발견하고 세대에게 전하는 문학적 행위로도 읽힌다. 이 부는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그들의 시간과 묻힌 이름을 되살리는 구술의 시학을 잘 보여준다.

제3부는 표제 그대로 광려천을 따라 흐르는 연가이다. 여기서 연가(戀歌)란 사랑을 담은 노래이자, 이별한 이들에게 보내는 노래다. 여기서 시인은 ‘절망은 아깝다’라고 쓰며, 버려지지 않은 감정의 잔여를 길어 올린다. 「광려천에서 정화를 만나면」, 「광려천 연가」, 「술 익는 차」 등은 부부, 친구, 이웃, 마을 사람들에 대한 마음의 변주를 담고 있다. 현실의 무게 속에서 관계는 부서지고 흐려지지만, 그 속에서 사랑과 회한이 얽힌 감정의 무늬는 더욱 명확해진다.

이 부의 시들은 대체로 더 절제되어 있고, 기억과 감정의 간극 사이에서 울리는 침묵의 운율을 품고 있다. 「설법전 제비집 1, 2」에서는 절집의 제비 한 마리를 품는 마음이 시인의 현재와 과거를 잇는다. 이 부는 떠나간 사람을 부르는 일이자, 남겨진 자리를 다독이는 노래다. 부재와 상실이 넘치는 세계에서 시인은 조용히 말한다. “그냥 앞서 걸어주실래요?”. 이는 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사랑의 방식이자, 살아남은 자의 기도일 것이다.

제4부는 시집의 정서적 정점이자 모성의 서사와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담은 감정의 수역이다. 「씨발 내가 그걸 몬해」, 「어머니는 엉덩이로 봄을 밀고 계셨다」, 「소계저수지」, 「진영읍 참새미골」 등에서는 어머니라는 존재의 상징성과 물리적인 수고, 그리고 애틋함의 농도가 매우 짙게 드러난다.

시인은 “평생 쪼그린 봄이 와서 / 밥술도 뜨지 않는 손이 / 쑥을 더듬는다.”라고 말한다.

그 손은 시인의 마음을 일으켜 세운 손이며, 삶의 끝자락까지 자식의 안부를 먼저 묻는 손이다. 죽음을 다루되 절망하지 않으며, 사라진 사람들을 시로 다시 세운다. 이는 이 시집 전반에 걸친 주제의식이며 미덕이기도 하다. 「할메 빨래방」, 「신마산 번개시장 장어국 사러 가는 피터팬」, 「엘리베이터」에 이르기까지 이 부는 삶의 주변부, ‘등장하지 않는 이들’을 시로 호명하며 시인의 애정과 연민을 끝까지 밀고 간다. 그리하여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땅과 시간을 엎드려 견뎌온 모두에게 바치는 연서로 마무리된다. 끝내 시가 되어 남은 것들, 어머니라는 이름의 강을 곡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 시인의 표제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이 시집 전체의 정서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다. ‘엎드려 운다’는 말은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몸으로 감당하는 슬픔, 그리고 그 슬픔을 받아 안는 시간과 공간의 구체성을 드러낸다. 시인은 광려천이라는 지역적 지명 위에 자신의 삶을 눕힌다. 엎드림은 절망이 아니라 천천히 눕는 애도의 몸짓, 삶의 지형에 붙어 서서히 적셔지는 방식의 울음이다.

□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공간과 인물의 유기적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고성, 마산, 통영, 상리 등 경남 지역을 무대로 삼는 시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인이 살았던 방식이자 말을 건네오는 공간이다. 또한 이 시집에서 가장 선명한 울림은 ‘엄마’라는 말에 있다. 대대로 이 땅의 여성은 무질서한 말 대신, 단단한 행동과 몸짓으로 삶을 살아내는 강인한 존재다. 이 시집은 여성적 서사와 노동의 기록이기도 하다. ‘눈물 밀고 있어요’라 말하는 「광려천에서 정화를 만나면」의 우리가 아는 여성들은 자주 안경을 고쳐 쓰거나, 눈을 감거나, 말을 아끼거나 한다. 하지만 그 모든 행위는 결국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끌어안은 존재의 깊이로 이어진다. 그것이 이 시집의 아름다움이자 통증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어떤 것이 진동하면 우주 전체의 전자가 그것과 공명한다고 했으며,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번 차수민의 시에 등장하는 모든 대상은 하나의 우주처럼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시로 직조한 구술의 기록이자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지역의 서사와 여성의 삶, 이름 없는 존재들의 호명이자 복원기이다. 한국문학관협회 회장이자 문학평론가 김종회는 “차수민의 시는 청랑하고 순후하다. 시인은 어느결에 일상이 시가 되고 시가 일상이 되는 ‘생활문학’의 면모를 익혔다. 동시에 전설 같은 옛날이 오늘 가운데 있고 생기발랄한 오늘이 저 고색창연한 옛날에 잇대어 있는, 우주론적 입체성의 시가 그의 것이다.”고 평한 바 있다.

고성문인협회 회장을 지냈던 시인 손수남은 추천사에서 “차수민 시인은 삶의 힘듦을 오히려 에너지로 삼고 가족과 공동체를 품어 실천하는 사랑이 면경처럼 환하다. 비유든 상징이든 아이러니든, 시가 환기하는 것은 깨달음일 것이다. 남모른 숨구멍을 내놓고 썰물을 기다리는 바지락이듯 고단한 현실의 삶을 시로 바꿔 숨을 쉬며, 견디며, 기다리며 부지런히 세상에 동의를 구하는 시인이다.”라고 말한다.

내 첫 시집은
세상 불 데인 살가죽 하고 사는
집 앞 광려천 산책 쉬이 못 나오는
진찬이 손에 쥐여주는 꼬깃 손편지

지금은 땅 엎드린 풀잎들이지만
한때 비 내리고 천둥을 일으키는 하늘이었다

- 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중에서

차수민 시인에게 이번 시집은 ‘사는 것이 시’라는 말이 얼마나 진실한지, 얼마나 아름답고 깊은 문장이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명인 셈이다. 시집은 울음의 리듬, 몸의 언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시 채워진, 따뜻하고도 아프며, 애틋한 삶의 편지이다. 그리하여 이 시집은 결국, 우리가 한 번쯤 엎드려 울고 나서야 꺼낼 수 있는 하나의 시적 생애기록이며 우주적 서사이다.

지금은 땅 엎드린 풀잎들이지만, 한때 비 내리고 천둥을 일으키는 하늘이었다

차수민 시인은 경상남도 고성군 삼산면에서 태어나, 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6인 공동시집 『양파집』(2020년, 시학)과 계간 《여기》 시부문 신인상(2021년)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첫 시집 『꽃삼촌』(2022년, 시학)이 있다.

시인의 말

친절하지 마라
깊이 품지도 마라
다 사랑치 않아도 되니
시야,
춤추라

BOOK 소믈리에가 말하다!

시를 마시는 데도 적정한 온도와 시간이 필요하다. 익숙한 온기, 낯선 떫음, 느릿한 울림.

오늘 당신께 권할 차수민의 시집은 땅과 몸, 기억과 눈물로 빚은 ‘구술의 미학’이자 ‘우주적 서사’를 품고 있다.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작은 시골 읍내의 오래된 골목, 시장통의 굽은 허리, 쑥을 뜯는 손, 오래 삭힌 이름들에서 피어난 시이다. 이 시집은 첫 문장에서부터 바닥에 엎드린다. 누구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러나 땅을, 하늘을, 사람을 통째로 감싸 안은 자세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이 문장 하나로, 시인은 시가 품어야 할 자세를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선언한다.

말이 아닌, 숨
설명 대신, 손
기억 대신, 눈빛

여기 실린 시편들은 이름을 갖지 못한, 이미 지워진 당신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낸다. 이 시집에선 중심에 등장하지 않았던 이들이 중심이 된다. 또한 잊힌 당신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되고, 비로소 ‘시’가 된다.

이 시집은 이런 당신께 추천한다.

시가 어렵다는 말에 망설였던 사람
잊고 싶지 않은 얼굴이 있는 사람
가난한 말, 서러운 몸, 눈물의 이름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아직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은 사람

오늘, 당신의 문장으로 이 시집 한 권을 마셔보면 어떨까.
울컥하다가, 미소짓고, 또 잠시 엎드려 이름을 더듬는 일.

당신은 그 후에야 비로소, 당신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제1부는 시집의 제목과 동일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를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광려천이라 일컬어지는 삶 속을 들여다보면 춤을 추던 시절, 끓는 속, 말하지 못한 울음을 안은 채 살아온 여성들의 삶이 두텁게 퇴적되어 있다. 시집 자체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편지라면, 1부는 애틋하고도 분명한 엎드림의 몸짓으로 출발한다. 땅 위에 엎드린 이름들, 서럽고 낮은 시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시」, 「경옥이 동네는 시끌시끌했겠지」, 「티눈」 등에서 우리는 시인의 정체성과 삶의 기원을 만나게 된다. 삶의 고단함, 노동이라는 생존과 필수성, 여성의 내력, 그리고 이름이 호명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구체적인 지명과 인물에 실려 생생하게 살아난다. 시장, 삼거리, 저녁밥상, 공장, 학원가, 간이식당 등 한국의 소도시와 시대를 묵묵히 살아내는 여성의 삶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장소들은 이 시집이 ‘회고’나 ‘기록’이 아닌, 살아 있는 육성의 시라는 것을 말해준다.

제2부의 시는 삶의 증언이자 언어적 위령제, 그리고 여성·민중·지역에 대한 다층적 경의(敬意)의 표현이다. 그는 고성, 상리, 포교마을, 창명학원, 철마산성 등 구체적 지명과 역사 속 인물들을 불러냄으로써, 지역문학의 진정한 실천으로 나아간다. 특히 여성의 생애사와 전통적 돌봄의 노동, 그리고 지역에 뿌리 내린 언어와 시간의 리듬이 강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단지 '기억한다'가 아니라, 기억 속의 존재들을 다시 ‘살려낸다.’. 「창명학원」, 「철마산성」, 「조우억」, 「철성의숙 김형두」 등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름 없는 사람들, 지워진 역사를 다시 세우려는 시적 복원이며, 이는 지역의 잊힌 서사를 발견하고 세대에게 전하는 문학적 행위로도 읽힌다. 이 부는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그들의 시간과 묻힌 이름을 되살리는 구술의 시학을 잘 보여준다.

제3부는 표제 그대로 광려천을 따라 흐르는 연가이다. 여기서 연가(戀歌)란 사랑을 담은 노래이자, 이별한 이들에게 보내는 노래다. 여기서 시인은 ‘절망은 아깝다’라고 쓰며, 버려지지 않은 감정의 잔여를 길어 올린다. 「광려천에서 정화를 만나면」, 「광려천 연가」, 「술 익는 차」 등은 부부, 친구, 이웃, 마을 사람들에 대한 마음의 변주를 담고 있다. 현실의 무게 속에서 관계는 부서지고 흐려지지만, 그 속에서 사랑과 회한이 얽힌 감정의 무늬는 더욱 명확해진다.

이 부의 시들은 대체로 더 절제되어 있고, 기억과 감정의 간극 사이에서 울리는 침묵의 운율을 품고 있다. 「설법전 제비집 1, 2」에서는 절집의 제비 한 마리를 품는 마음이 시인의 현재와 과거를 잇는다. 이 부는 떠나간 사람을 부르는 일이자, 남겨진 자리를 다독이는 노래다. 부재와 상실이 넘치는 세계에서 시인은 조용히 말한다. “그냥 앞서 걸어주실래요?”. 이는 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사랑의 방식이자, 살아남은 자의 기도일 것이다.

제4부는 시집의 정서적 정점이자 모성의 서사와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담은 감정의 수역이다. 「씨발 내가 그걸 몬해」, 「어머니는 엉덩이로 봄을 밀고 계셨다」, 「소계저수지」, 「진영읍 참새미골」 등에서는 어머니라는 존재의 상징성과 물리적인 수고, 그리고 애틋함의 농도가 매우 짙게 드러난다.

시인은 “평생 쪼그린 봄이 와서 / 밥술도 뜨지 않는 손이 / 쑥을 더듬는다.”라고 말한다.

그 손은 시인의 마음을 일으켜 세운 손이며, 삶의 끝자락까지 자식의 안부를 먼저 묻는 손이다. 죽음을 다루되 절망하지 않으며, 사라진 사람들을 시로 다시 세운다. 이는 이 시집 전반에 걸친 주제의식이며 미덕이기도 하다. 「할메 빨래방」, 「신마산 번개시장 장어국 사러 가는 피터팬」, 「엘리베이터」에 이르기까지 이 부는 삶의 주변부, ‘등장하지 않는 이들’을 시로 호명하며 시인의 애정과 연민을 끝까지 밀고 간다. 그리하여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땅과 시간을 엎드려 견뎌온 모두에게 바치는 연서로 마무리된다. 끝내 시가 되어 남은 것들, 어머니라는 이름의 강을 곡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이 시집은 삶의 깊은 바닥에서 건져 올린 말들로 가득하다. 조용한 강처럼 흐르지만, 그 바닥엔 오래된 이름들과 잊힌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단지 한 시인의 개인적 기억이 아니다. 이 책은 고향의 말, 어머니의 몸짓, 시장 골목의 삶, 늙은 노동자의 손, 이름도 없이 죽어간 이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끌어안고 있다. 시인은 삶을 말로 꾸미지 않고, 낮은 자세로 엎드려 바라본다. 그래서 이 시집은 울지 않아도 울리는 힘이 있고, 말하지 않아도 다가오는 진심이 있다. 읽다 보면 당신도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함께 밥을 먹던 누군가, 곁에서 묵묵히 일하던 엄마, 이름 없이 스쳐 간 수많은 이들. 그들을 위한 시 한 편이 이 책 속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

누군가가 그리운 날,
조용히 꺼내어 낮게 읊조리며 읽어보길 권한다. 이 시집은 당신의 또 다른 이름이 당신 곁에 조용히 머물러 있음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추천평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지금은 땅 엎드린 풀잎들이지만, 한때 비 내리고 천둥을 일으키는 하늘이었다


차수민의 시는 청랑하고 순후하다. 어려운 시어를 불러오지 않고 구어체가 살아 있는 어투로 말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쉽거나 만만하지 않다. 마치 속 터놓고 대화하듯 편안하지만, 그 가운데 ‘숨은 한칼’이 잠복해 있는 형국이다. 그 소리장도(笑裏藏刀)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귀하게 찾아내는 삶의 비의(秘義) 같은 것이다.

그의 시는 지속적으로 향리(鄕里)의 풍광과 서정을 노래하되, 그 리듬은 우리의 전통적 음률을 담아 몸에 꼭 맞는 의복처럼 친숙하다. 그리고 거기 눈물겨운 어머니와 가족들의 담화가 있다. 시인은 어느결에 일상이 시가 되고 시가 일상이 되는 ‘생활문학’의 면모를 익혔다. 동시에 전설 같은 옛날이 오늘 가운데 있고 생기발랄한 오늘이 저 고색창연한 옛날에 잇대어 있는, 우주론적 입체성의 시가 그의 것이다. - 김종회 (전 경희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친절하지 마라, 깊이 품지 마라, 다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고 굳이 고집하는 차수민 시인의 말을 반어로 읽는다. 차수민 시인은 삶의 힘듦을 오히려 에너지로 삼고 가족과 공동체를 품어 실천하는 사랑이 면경처럼 환하다. 비유든 상징이든 아이러니든, 시가 환기하는 것은 깨달음일 것이다.

바다를 고향으로 둔 차수민 시인은 밀물과 썰물의 비무장지대 뻘밭에 난 바지락 숨구멍을 안다. 남모른 숨구멍을 내놓고 썰물을 기다리는 바지락이듯 고단한 현실의 삶을 시로 바꿔 숨을 쉬며, 견디며, 기다리며 부지런히 세상에 동의를 구하는 시인이다. - 손수남 (전 고성문인협회 회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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