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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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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장. 헬싱키 11
2장. 리키의 작업실 163
3장. 오데르강 변의 저택 223
4장. 먼 길을 가로질러 317

저자 소개 2

안트예 라비크 슈트루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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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je Ravik Strubel

1974년 독일 포츠담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점 직원으로 일하다 포츠담과 뉴욕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니치 빌리지의 소극장에서 조명 기사로 일했던 독특한 경험을 녹여낸 첫 소설 『열린 조리개(Offene Blende)』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눈 아래(Unter Schnee)』, 『투폴레프 134(Tupolew 134)』, 『인간 마음의 숲에서(In den Waldern des menschlichen Herzens)』 등의 작품을 통해 개인의 삶과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을 파고드는 다층적인 서사를 선보여 왔다. 특히 소설 『공기의 차가운 층(Kalt
1974년 독일 포츠담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점 직원으로 일하다 포츠담과 뉴욕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니치 빌리지의 소극장에서 조명 기사로 일했던 독특한 경험을 녹여낸 첫 소설 『열린 조리개(Offene Blende)』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눈 아래(Unter Schnee)』, 『투폴레프 134(Tupolew 134)』, 『인간 마음의 숲에서(In den Waldern des menschlichen Herzens)』 등의 작품을 통해 개인의 삶과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을 파고드는 다층적인 서사를 선보여 왔다. 특히 소설 『공기의 차가운 층(Kaltere Schichten der Luft)』으로 헤르만 헤세 문학상과 라인가우 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조앤 디디온, 버지니아 울프, 루시아 벌린 등 영미권의 주요 작가들을 독일어로 옮기는 번역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언어에 대한 감각을 벼려 왔다.

이러한 깊은 사유와 정교한 언어가 집약된 소설 『푸른 여자(Blaue Frau)』로 2021년 독일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독일 도서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작품 세계의 정점을 증명했다. 현재 포츠담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 후, 독일 풀다 대학교 〈다문화 소통〉과정에서 공부했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서 정치부 기자로 일했고,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생의 지혜』, 『아이 공부, 공부정서부터 키워라』, 『아비투스의 힘』 등 20여권의 독일어책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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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636g | 140*210*30mm
ISBN13
9791198960023

책 속으로

매일 밤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3차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와 마가목 잎사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 「첫 문장」 중에서

리오의 친구들에게는 그런 얘기도 할 수 있다. 다른 데서는 할 수 없는 얘기지만 리오에서는 괜찮다. 그녀도 로니가 리프트 기둥에 처박힐 줄은 몰랐다. 하지만 미리 알았더라도 슬리보비츠를 섞었을 거라고, 채팅창에 쓴다. 리오의 친구들은 작은 악마 얼굴 이모티콘으로 화답한다. “끝까지 버텨, 꼬마 모히칸!”
--- p.34

리키는 빠르고 압도적이며 너무 강렬했다. 그녀가 자주 하는 말, ‘강인하지만 용감하게’는 이를테면 그녀의 신조였다. 그녀의 벙거지 모자에 달린 거울 조각들 속에 도시가 비쳤다.
“어때? 유 앤 아이? 내 작업실은 근처야.”
그녀는 리키의 작업실에 가지 않았다. 첫날 치곤 과한 것 같았다. 혹은 리키가 완전히 진짜는 아닌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녀는 벙거지 거울의 반짝임 같았다. 그렇다고 리키가 그녀를 속이려 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저 만사가 급했던 탓에 조금 혼란스러웠을 뿐이다. 하지만 엄격한 문법의 규칙을 적용한다면 리오 또한 완전한 진짜는 아니었다. 리오는 가능태였다. 그녀는 그 가능태가 완전히 가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미래에 있을 현실을 논했다. 말하자면 미래를 앞당겨 보여 주는 것이다.
“그 엿 같은 호스텔에서 살아도 괜찮을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리키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야. 아무리 네가 동유럽에서 왔다고 해도 말이지.”
“중유럽이야.”
“그게 그거지!”
그 순간 여름 소나기가 너도밤나무 잎사귀 위로 쏟아졌다.
--- p.177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몇 시간 혹은 며칠이 지났을 수도 있고, 고작 몇 분이 흘렀는지도 모른다. 온갖 곳이 아팠다. 그리고 갈증이 밀려왔다. 그녀는 입술을 핥았다. 터진 피부는 바짝 말랐고 혀는 잇몸에 들러붙었다. 슈납스 때문에, 슈납스를 너무 많이 마셔서 물이 필요했다. 그녀는 사과 생각이 났다. 어머니가 네 조각으로 잘라 비닐 봉투에 넣어 주었던 신선하고 아삭한 사과 조각을 드레스덴에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버스 그물주머니에 버리고 온 게 떠올랐다. 그때 그걸 먹거나, 아니면 냉장고에 넣어 뒀더라면. 지금 그녀가 이 냉장고에 있는 것은 그 사과 조각들의 복수였다.
--- p.314

크리스티나는 그녀를 도와야 할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호등에서 그녀와 헤어져야 하는 순간, 그 사실을 깨달았다. 살라가 손을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그때 크리스티나는 누군가 그녀를 도와야 한다면 그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의협심이나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그렇다고 연민 때문도 아니라, 단지 자기가 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부끄러워서 살라를 똑바로 볼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의 손을 잡을 때 일부러 그 크고 어두운 홍채 안에 시선을 고정했다.

--- p.395

출판사 리뷰

존재가 지워진 세상의 한가운데,
상처 입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을 되찾는 눈부신 내면의 연대기
거대 담론 속 부유하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

사라진 목소리, 지워진 존재…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체코의 작은 마을 출신 아디나. 그녀는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독일에서 인턴십을 시작하지만, 한 유력 인사에게 당한 폭력으로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누구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아디나는 스스로를 지운 채 핀란드 헬싱키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다정한 지식인 레오니데스의 보살핌을 받지만,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언어를 잃어버린 그녀는 과거에 갇힌 채 더 깊은 고독으로 빠져들 뿐이다.

‘푸른 여자’가 나타난다, 현실과 신화가 교차하는 독특한 서사 구조


소설은 아디나의 현실을 따라가다 예고 없이 ‘푸른 여자’의 신비로운 이야기와 독자를 마주하게 한다. 두 개의 소설이 동시에 진행되는 듯한 이 독특한 구조는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선 ‘푸른 여자’는 아디나가 겪은 고통의 기억 그 자체다. 또한 그녀가 차마 내뱉지 못하는 목소리를 대신하는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작가는 ‘푸른 여자’라는 신화적 장치를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트라우마의 속성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트라우마가 어떻게 한 인간의 내면을 조각내고 재구성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독자는 아디나의 현실과 ‘푸른 여자’의 신화를 오가며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을 맞추어 나간다. 이 고통스럽고도 경이로운 과정은 곧 치유의 여정이 된다. 이는 단순한 서술을 넘어, 트라우마의 본질을 작품의 구조로써 탐구한 대담하고 성공적인 문학적 시도다.

개인의 서사, 동시대 유럽의 풍경과 조우하다


이처럼 지극히 내밀한 아디나의 여정은 동시대 유럽의 보이지 않는 권력과 섬세하게 조우한다. 그녀의 투쟁은 동유럽과 서유럽, 남성과 여성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 속에서 한층 복잡한 결을 띤다. 작가가 8년의 시간을 쏟아부은 이유다. 한 개인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들면서도, 그를 둘러싼 세계의 풍경을 놓치지 않는 다층적 서사를 완성해냈다. 가장 깊은 내면의 탐구가 어떻게 우리 시대의 초상이 되는지를 증명하는 걸작이다.

추천평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생겼다면, 누군가가 나를 특별하게 불러주기를 바란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필요하다면 ‘푸른 여자’를 만나야 한다. 『푸른 여자』 속 주인공 살라의 ‘푸른 여자’는 바다 곁에 있다. 언어에 예민한 ‘푸른 여자’는 듣는다. 고백하게 한다. 쓰게 한다.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푸른 여자’는 기꺼이 빈 페이지가 되어주고 살라의 뮤즈가 되어준다. 살라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멈췄던 시간이 그제야 다시 흐른다. 살라가 주저함을 내려놓고 시간과 인내로 무장함으로써 “자기를 보호하는 법”과 “일상의 관습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우는 동안 ‘푸른 여자’는 갑자기 떠났다가 홀연히 나타나기도 하지만 살라는 그녀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나란히 보폭을 맞춰 걷던 ‘푸른 여자’의 모습에서 살라는 어느 순간 익숙한 누군가를 마주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따르는 사람”이자 “아름답고 강인한 사람”, 바로 살라 자신.

살라는 ‘푸른 여자’를 통해 상처 입은 영혼을 이해하고 보듬으며, 자신의 삶을 비로소 써내려간다. 그 시간이 살라를 살게 한다. 이야기로 하여금 스스로를 살려낸다. 살라는 여러 이름을 거쳐 지금을 살고 있지만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말들”을 펼칠 수 있는 한 어떤 이름으로든 자신이 속한 세계를 힘차게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에서 다른 빛깔로 빛나고 있을 누군가를 또 만난다면 좋겠다. ‘꼬마 모히칸’에서 ‘살라’까지를 살아낸, 이야기로 삶을 지켜낸 살라에게 경의를 표한다. “건배, 살라! 너를 위해.” - 김선영 (핀드 출판사 대표, 한강 『소년이 온다』 책임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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