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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리 생추어리
장윤미
아미가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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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해피초원
스위트숍
부고
숨길리 생추어리
추방
구출
우해해와 피글즈
새벽이, 잠들다

저자 소개 1

문화평론가. 인하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0년 동안 강단에 섰다가 지금은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칼럼을 게재했고 공저로 『문화, on&off 일상』, 『문화, 정상은 없다』, 『문화, 공동체를 상상하다』가 있다. 2021년 강원문학 신인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소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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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28*188*20mm
ISBN13
9791198833563

책 속으로

“여기서 혼자 사시나요?”
“동물들하고 같이 살죠.”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마당엔 동물들이 각자 흩어져서 자기 자리를 잡고 누워 햇볕을 쬐거나 땅을 파며 자기만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자기들만이 아는 언어로 뭔가를 주고받는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인진과 남자 역시 마당에 자리 잡은 여러 무리 중 하나에 불과했다.
“어미 개…… 여기 두어도 괜찮은 거죠?”
인진의 말에 남자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생추어리에 들어온 이상 안전해요. 걱정 마요.”

둘은 한 손에 봉투를 하나씩 들고 마주하는 손엔 봉투 손잡이를 나누어 들고 지하상가 계단을 올라갔다. 평소 같으면 무겁고 힘들다고 중간에 서서 쉬었겠지만 해유는 힘이 들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간다는 기분에 알 수 없는 경쾌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마지막 계단에 오르고 지상에 도착하자 매연 가득한 공기마저 상쾌하게 느껴졌다. 지하상가에서는 맡아 볼 수 없는 지상의 냄새였다.

숨길리 생추어리에서 사는 동물들은 자연의 시간에 따라 움직였다. 배고플 때만 먹고, 자고 싶을 때만 잤다. 해가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에 따라 자신의 몸을 움직였고 달이 뜨면 모두들 각자가 정한 보금자리에 누워서 쉬다가 잠들었다. 싸는 것 말고는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농장의 돼지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농장의 돼지들은 철저히 공장의 시간에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아저씬 여기 와서 뭐가 제일 좋았어요?”
“넌?”
“욕과 비명이 없는 거? 비명이 안 들려도 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여기 와서 알았으니까요”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동찬이 크게 웃었다.
“그럼 아저씨는 세상에서 뭐가 제일 중요해요?”
인진의 질문에 동찬은 해유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흐느끼며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
“사라지지 않는 것.”

해피초원에서 나오는 데 민들레는 사 년이 걸렸고, 꿍과 두리안은 삼 년이, 인진은 이 년이 걸렸다. 게다가 죽지 않고, 뺏기지 않고, 착취당하지 않고 해피초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는 모두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숨길리 생추어리,
상처받은 동물들의 보금자리에서 서로를 치유하는 존재들의 이야기


돼지 농장에서 권태와 분노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이십대 청년, 인진. 우연히 만난 ‘숨길리 생추어리’에서 상처받은 동물들을 돌보는 동찬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한편 도심의 짝퉁 옷가게에서 꿈을 잃어가던 해유는 아버지 동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전혀 몰랐던 아버지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서로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인진과 해유는 동찬이 남긴 숨길리 생추어리에서 만나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성장해 나간다. 대량생산과 살처분이라는 자본주의의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버려진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창조적 정신, 그리고 진정한 돌봄이란 무엇인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쉽게.
속도에 지쳐 쓰러져가던 생명들이 다시 숨쉬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숨겨진 오아시스 같은 곳. 구조된 농장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사람들은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진정한 지속가능성이 무엇인지 체험할 수 있는 곳. 숨길리 생추어리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의 논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만든 대안적 공간에 가깝다. 숨길리 생추어리를 발견한 이들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오래 잊고 살았던, 그러나 마땅히 존재해야 하는 소중한 것을 찾아 떠나는 여정.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를 몸소 체험하며 우리 사회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이 절망적인 세상에서
연대와 치유의 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다면


특히 구제역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이라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죽임이 아닌 자연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선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해유가 버려진 옷들을 리폼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듯, 상처받고 버려진 존재들이 서로를 치유하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농장의 악취와 동물들의 비명소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따뜻한 돌봄과 사랑으로 가득한 생추어리에서 새로운 생명의 시작으로 마무리된다. 현대사회의 구조적 모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연대와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희망적인 소설.

추천평

강원도 인제의 한 폐교 부지를 꽃풀소와 우리 모두를 위한 안식처 ‘달뜨는보금자리’로 만들어가는 동안 저는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삶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상품처럼, 경쟁적이고 획일화된 공간과 관계 역시 우리의 생명력을 시들게 합니다. 그러나 회복을 위한 선택을 한다면, 그리고 함께라면 생각보다 멀지도 어렵지도 않을 것입니다. 지친 마음을 열고,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길로 이끌어줄 소설 『숨길리 생추어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 이지연 ((사)동물해방물결 이사)
참 이상한 소설입니다. 백 리 밖까지 퍼질 듯한 지독한 피비린내가 안온한 햇살과 어울려 있습니다. 살생은 인간의 희락과 밀치락달치락합니다. 잔인하도록 섬세한 이야기는 결국 공존의 가치를 느끼게 합니다. 소외된 것을 있는 힘껏 안아주는 것, 약한 것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장윤미 작가의 힘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선혜 (드라마 및 예능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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