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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서론 1부 이미지가 생명인 세상 01_ 퍼포먼스 장인 02_ 경계 태세 유지 03_ 색깔의 중요성 04_ 위장술의 귀재 05_ 죽음의 무도 2부 황금목젖, 물고기 귀, 바이올린 소리 06_ 곤봉날개마나킨의 구애 연주 07_ 새들의 노래 속에 숨겨진 비밀 08_ 소리, 그 너머로 09_ 꽥꽥거리는 남극밍크고래와 ‘바다의 카나리아’ 흰돌고래 10_ 늑대는 이유 없이 울부짖지 않는다 11_ 악어는 어떤 소리를 낼까? 12_ 물고기처럼 말이 없고, 매미처럼 집요한 3부 뛰어난 후각, 섬세한 터치 13_ 고약한 냄새 14_ 치명적인 향기 15_ 우리 집 냄새 에필로그 감사의 글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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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평온한 상태일 때 휴식자세를 취한다. 이때에는 꼬리를 내리고 엉덩이 하얀 반점 위로 꼬리를 늘어뜨려 좌우로 흔든다. 반면 다마사슴이 경계 태세를 취할 때는 꼬리를 멈추고 내려서 반점을 정확히 반으로 나눈다. 따라서 무리생활을 하는 다마사슴은 동료들의 뒤태를 보면서 평온한 상태로 마음 편히 계속 풀을 뜯어도 되는지, 혹은 어떤 소리나 냄새, 움직임이 누군가를 불안하게 만들어 주의할 필요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다마사슴이 포식자 혹은 어떤 위험요소를 발견하여 긴장감이 고조될 때, 꼬리는 수평 상태로 올라가서 엉덩이 반점을 완전히 드러낸다. 그리고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는 꼬리가 아예 수직으로 올라가서 반점이 확장된 것처럼 보인다. 일종의 신호기처럼 경우에 따라 올리거나 내릴 수 있고, 강도를 조절하며 신호를 ‘켜거나’ ‘끌 수 있는’ 것이다.
--- 「02. 경계 태세 유지」 중에서 마라투스 스페치오수스는 세 번째 다리 1쌍을 들어 올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공중에서 움직이고 화려한 배를 가로로 낮춘 상태에서 흔드는데 이를 보빙(bobbing)이라 부른다. 그런 다음 나비의 날갯짓을 흉내 내는 아이처럼 하얀 손을 펄럭이고, 박자를 맞출 때처럼 머리 위로 올려 손뼉을 친다. 그런 다음 빌리지 피플의 YMCA 춤을 추는 듯한 팔 동작을 선보이며 다시 팔을 내려서 인사를 한다. 끝으로 배를 열고 들어 올려서 테두리의 하얀 털을 세우고 흔들며 좌우로 움직인다. 동시에 다리는 옆으로 이동하는데, 이를 ‘부채춤(fan dance)’이라 부른다. --- 「05. 죽음의 무도」 중에서 모든 새들은 종마다 적어도 1개 이상의 경고성 울음소리를 갖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박새는 이 분야의 거장이다. 다가오고 있는 포식자에 따라 다른 경고성 소리를 내는데, 워싱턴 대학의 크리스 템플턴(Chris Templeton)은 2005년에 최초로 검은머리박새(Poecile atricapillus)의 언어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공중에 있는 맹금류는 가볍고 높은 “시이트” 소리를 냈고, 멈춰 있거나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포식자는 “치카디-디-디”로 나타냈다. 그리고 울음소리 끝에 반복되는 “디”의 횟수는 포식자의 크기와 위험 정도를 알리는 것으로, 포식자가 작을수록 “디”가 여러 번 반복된다. --- 「06. 곤봉날개마나킨의 구애 연주」 중에서 그런데 향유고래가 바다 표면에서 발산하는 가장 전형적인 소통 신호는 바로 코다(coda)라는 신호다. 즉, 일정한 형식을 갖춘 연속 클릭음으로, 다른 무리들 사이보다는 같은 무리 안에서 소통하기 위해 사용되며 문화적으로 전승되는 신호들이다. 실제로 어떤 향유고래 무리는 일정한 음향 레퍼토리, 사투리를 공유한다. 비록 이들은 같은 세력권을 공유하는 수천 마리의 대규모 집단으로 연합되어 있지만, 그 속의 각 무리는 다른 억양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별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코다가 여러 암컷과 새끼들로 구성된 작은 가족 단위의 특징이며 같은 사회적 무리 안에서 학습된다. --- 「09. 꽥꽥거리는 남극밍크고래와 ‘바다의 카나리아’ 흰돌고래」중에서 하울링은 하나 이상의 개체가 사냥을 위해 멀리 떠날 때나 그들의 복귀를 알리기 위해, 즉 무리의 다른 구성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다. 사냥을 하거나 이동 시에 서로 조율하기 위해서도 하울링을 하며, 번식기에는 서로의 위치를 공유하기 위해 활용한다. 쉽게 말해 서로 연락을 취하고 무리의 결속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하울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울링은 특히 이웃에 있는 무리와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다. --- 「10. 늑대는 이유 없이 울부짖지 않는다」 중에서 미시시피 앨리게이터 입에서 나오는 가장 어처구니없는 소리는 레이저 총을 떠올리게 하는 ‘피유’ 소리이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소리를 내는 걸까? 이 기괴한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앨리게이터 새끼들이다. 알에서 나오려고 할 때, 부화하고 나서 몇 분간, 입을 다문 상태로 내뱉는 레이저 울음소리는 여러 번 반복되며 매우 집요해질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소리는 크로커다일 사이에서도 들을 수 있다. 드래건우드 야생동물 보호구역(Dragonwood Wildlife Conservancy)의 인기 있는 영상에 등장한 쿠바악어(Crocodylus rhombifer) 새끼들처럼 말이다. --- 「11. 악어는 어떤 소리를 낼까?」 중에서 스컹크의 이런 냄새나는 액체 폭탄 제조를 담당하는 기관은 바로 항문 양쪽에 자리한 2개의 항문샘인데, 족제비보다 훨씬 발달했다. 위험이 감지되면, 스컹크는 먼저 경고하는 위협 과시 행동─단지 꼬리를 들어 올려 풍성한 털을 과시하며 앞발을 구르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동부얼룩스컹크(Spilogale putorius)처럼 앞다리로 서서 자신의 경계색을 보이게끔 하는 개체도 있다─을 시작한다. 그리고 침입자의 눈을 응시하며 조준을 한 다음 3미터 거리까지 액체를 분사한다. 항문샘 옆에 있는 특별한 근육 덕분에 스컹크는 자신의 냄새나는 액체를 분사할 거리와 각도를 완벽하게 측정할 수 있고 표적을 빗나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 「13. 고약한 냄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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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까?
우리 인간은 한시도 조용히 있지 못하는 종족이다. 조용히 있더라도 손짓이나 얼굴 표정 혹은 자세로도 소통한다. 여러 언어로, 특정한 문법에 따라 순서대로 배열해야 하는 음절과 단어를 활용하여 소통한다. 그러나 소통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말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동물들 사이에서도, 심지어 물고기조차도 서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동물은 다양한 상황에서 서로 소통한다. 그들은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경쟁자로부터 세력권을 지키기 위해 대화한다. 또한 파트너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거나 구애하기 위한 대화가 있고, 이때 때로는 의식처럼 잘 짜인 춤이 동반되기도 한다. 사회적 동물에게는 무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적 결속을 다지며, 함께 나누어 먹을 식량 공급원을 발견했다는 것을 동료들에게 알리기 위해 소통한다. 뿐만 아니라 이동 시 무리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사냥을 나갔을 때 서로의 위치를 알리거나 날아다니는 무리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도 소통은 필수적이다. 노래와 춤, 연주, 향기 등 흥미롭고 재미있는 동물들의 소통 전략 동물들은 서로 소통하기 위해 시각, 청각, 후각, 촉각, 그리고 화학 신호까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한다. 상황에 따라 선택되는 신호는 제각각이다. 암컷을 사로잡기 위해 나이팅게일과 혹등고래는 아름답고 장엄한 노래를 부르고, 파란머리 나비핀치는 경쾌한 탭댄스를 춘다. 빨간머리무희새는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꼬리비녀극락조는 우아한 발레를 연상케 하는 춤을 선보인다. 또 곤봉날개마나킨은 자신의 몸을 악기 삼아 바이올린처럼 맑은 소리를 연주한다. 포식자의 등장을 알리는 경계 신호도 무척 다양하다. 가젤은 도망치지 않고 높이뛰기를 시작해 무리에게 위험을 알리고, 캘리포니아 땅다람쥐는 꼬리를 흔들어 경계심을 드러낸다. 도마뱀 중에는 ‘손 흔들기’나 ‘팔굽혀펴기’ 같은 다소 엉뚱해 보이는 행동으로 제지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겉보기엔 제각각이지만, 모두 포식자를 향한 경고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우리가 감지하기 어려운 신호들도 존재한다. 박쥐는 초음파를, 코끼리는 초저주파를 사용하며, 청어는 방귀 소리로 서로 대화한다. 스컹크는 고약한 냄새를 분비해 적을 쫓아내고,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자신만의 향수를 만든다. 이렇듯 동물의 세계는 인간의 상상 너머에 있는 기발하고도 흥미로운 소통 방식으로 가득하다. 『동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은 이러한 다채로운 소통 전략을 풍부한 근거와 사례를 바탕으로 보여 준다. 프란체스카 부오닌콘티의 명료한 설명과 페데리코 젬마의 수채화가 어우러져 독자들은 읽는 즐거움과 배우는 기쁨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세상은 우리처럼 결코 조용하지 않은 생명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소통이 모든 종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다시금 인식하게 될 것이다. 속고 속이는, 보이지 않는 치열한 대결 동물 세계에서 신호를 만들어 내는 일은 에너지 소모와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대체로 정직이 유리하다. 실제로 많은 경우 정직한 의사소통이 승리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예외가 존재한다. 속임수와 거짓말, 기만 전략 역시 동물들의 의사소통 속에 깊숙이 자리한다. 일부 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신자의 행동을 조종하도록 진화했으며, 교묘한 전략으로 생존과 번식의 기회를 넓혀 왔다. 예컨대 가터뱀의 일부 수컷은 암컷인 척 페로몬을 분비해 경쟁자를 끌어들이고, 검은머리카푸친은 공짜로 먹이를 얻기 위해 거짓 경고를 외쳐 무리를 쫓아낸다. 또 어떤 종은 소리나 냄새, 심지어 외형까지 위장해 이웃을 속인다. 이처럼 속이는 자와 속임수를 간파하려는 자 사이에는 끝없는 공방이 펼쳐진다. 숙주와 기생자, 피식자와 포식자 사이의 싸움은 의사소통을 매개로 치열하게 이어진다. 암컷 푸른요정굴뚝새는 탁란을 시도하는 호스필드청동뻐꾸기에 맞서, 부모와 진짜 새끼들만 아는 ‘패스워드’ 같은 지저귐을 만들어 내며 방어 전략을 세운다. 결국 동물들도 거짓말을 할 줄 알고, 사랑과 먹이를 두고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생존과 번식 앞에서는 속임수조차 정당화되며, 이는 동물들이 인간 못지않은 사회적 지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각종 소음은 동물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가? 인간이 만든 각종 공해는 동물들의 의사소통 신호를 혼란스럽게 하며 생존을 위협한다. 빛 공해는 반딧불이의 불빛을 흐리게 해 파트너 간의 대화를 크게 줄이고 번식을 어렵게 만든다. 도심의 새들은 소음 속에서 더 높은 주파수와 큰 음량으로 노래해야 하며, 이는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롬바드 효과’와 같다. 바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유럽 꽃게는 소음으로 인해 해저 환경에 맞는 위장 능력이 약화되고, 수염고래는 메시지를 반복하거나 음역을 높인다. 혹등고래는 선박 소음이 들리는 동안 아예 노래를 멈추기도 한다. 소음 공해는 새들의 사투리마저 위협해, 드물게 쓰이던 방언은 결국 사라지고 있다. 이는 저자가 말하듯, 우리가 ‘사운드스케이프’라 부르는 환경의 고유한 소리 조각들을 점점 잃어 가고 있다는 의미다. 각 지역은 그곳의 종들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소리와 잡음으로 하나의 사운드트랙을 갖는데, 소음 공해는 이 고유한 소리를 지워 버린다. 우리가 지배하는 시대에 치르는 대가는, 동물들의 언어를 이해하기도 전에 그들의 목소리를 잃어 버리는 것이다. 이제는 지구와 생명체의 공존을 위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