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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드론독서 5
정광모
전망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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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문학일기]

[문학일기 1] 잠수종과 나비

[문학일기 2] 백년보다 긴 하루

[문학일기 3] 미키 7

[문학일기 4] 회란기

[문학일기 5] 드라큘라

[문학일기 6] 마당 깊은 집

[문학일기 7]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문학일기 8] 탄샹싱

[문학일기 9] 오늘도 자람

[문학일기 10] 만신 김금화

[문학일기 11] 아버지의 해방일지

[문학일기 12] 역사 앞에서

[문학일기 13] 에도로 가는 길

[문학일기 14] 악령

[문학일기 15] 평범한 인생

[문학일기 16] 바르도의 링컨

[문학일기 17] 트러스트

[문학일기 18] 우주를 듣는 소년

[문학일기 19] 맡겨진 소녀

[문학일기 20] 빙하여 안녕

[문학일기 21]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문학일기 22] 너무 한낮의 연애

[문학일기 23] 말리의 일곱 개의 달

[문학일기 24] 제르미날

[문학일기 25] 이처럼 사소한 것들

[문학일기 26] 사조영웅전

[문학일기 27] 스노우 헌터스

[문학일기 28] 80일간의 세계 일주

[문학일기 29]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문학일기 30] 소설

[문학일기 31] 아이스 콜드

[문학일기 32] 적절한 균형

[문학일기 33] 피아노 조율사

[문학일기 34] 채식주의자


[독서일기]


[독서일기 1] 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독서일기 2]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독서일기 3] 우연이 만든 세계

[독서일기 4] 현대 중국의 이해

[독서일기 5] 별나게 다정한 천문학

[독서일기 6]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

[독서일기 7] 21세기 권력

[독서일기 8]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독서일기 9] 누르하치

[독서일기 10]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독서일기 11] 잠자는 숲속의 소녀들

[독서일기 12] 플라이룸

[독서일기 13]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

[독서일기 14]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독서일기 15] 지구표층환경의 진화

[독서일기 16] 대혼란의 시대

[독서일기 17]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질서

[독서일기 18] 지리의 힘

[독서일기 19] 천개의 뇌

[독서일기 20] 이상한 성공

[독서일기 21] AI전쟁

[독서일기 22]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

[독서일기 23] 주주환원 시대 숨어있는 명품 우량주로 승부하라

[독서일기 24] 한류외전

[독서일기 25] 유럽문화사 2_부르주아 문화 1830~1880

[독서일기 26] 태양을 먹다

[독서일기 27]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독서일기 28] 제정신이라는 착각

[독서일기 29]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독서일기 30]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독서일기 31] 물질의 세계

[독서일기 32] 트럼프 2.0 시대

[독서일기 33] 칩워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부산 출생. 2010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집으로 『작화증 사내』, 『존슨 기억 판매회사』, 『나는 장성택입니다』, 『콜트 45』가 있고, 장편소설로 『토스쿠』, 『마지막 감식』,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어둠의 연기법』 이 있다. 그 외 서평집 『작가의 드론독서 1, 2, 3, 4』가 있다. 부산작가상과 부산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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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14쪽 | 150*220*250mm
ISBN13
9788979736526

책 속으로

[문학일기 1]

잠수종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양영란 옮김/ 동문선

책 띠지에 ‘삶이 자꾸만 옅어지려고 할 때’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삶이 옅어질 때 읽어야 하는 책이다. 우울하고 만사가 귀찮을 때만이 아니라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프랑스 ≪엘르≫지 편집장으로 활약하던 저자는 1995년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직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는 마비 상태에 빠진다. 그는 잠수종에 갇힌 몸으로 병원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눈꺼풀을 20만 번 깜박여서 쓴 자신의 삶과 병에 관한 기록이다. ‘범사에 감사하라’와 ‘평상심이 바로 도’라는 진리를 뼛속 깊이 깨닫게 한다.

그는 베르크 해양병원 119호 병실에서 아침에 일어나 생각한다.

“잠수종이 한결 덜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나의 정신은 비로소 나비처럼 나들잇길에 나선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시간 속으로, 혹은 공간을 넘나들며 날아다닐 수도 있다. 불의 나라를 방문하기도 하고, 미다스 왕의 황금 궁전을 거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공상일 뿐, 그는 손가락 하나도 꼼짝할 수 없다. 그는 출판사에서 보낸 사람과 눈꺼풀로 대화하면서 책을 쓴다. 방법은 이렇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ESA……로 된 알파벳 표를 내게 펼쳐 보이면, 나는 내가 원하는 글자에서 눈을 깜박인다. 상대방은 그 글자를 받아 적으면 된다. 똑같은 과정을 그다음 글자에서도 계속 반복한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한 단어를 완성할 수 있고, 뜻이 통하는 문장도 토막토막 이어 맞출 수 있다.”(37쪽)

비참한 상황에서, 눈꺼풀을 움직여 글을 쓴다니 음울할 책이 될 것 같지만 의외로 유머가 넘쳐나는 책이다.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기억에 의존해 요리를 하는 장면을 보자.

“나에게는 기억을 더듬어 오래오래 음미하는 기술이 있다. 내 기억 속에서는 아무 때고 식탁에 앉을 수 있으며, 까다로운 절차도 필요 없다. 예를 들어 식당에 간다 하더라도 예약을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직접 요리를 하는 경우에는 백발백중 대성공이다. 부르고뉴 스튜는 먹음직스러울 만큼 적당히 기름기가 흐르며, 쇠고기 젤리는 투명해서 신선한 내용물이 한눈에 들어오며 살구 파이는 알맞게 새콤하다. 기분에 따라 가끔 달팽이 요리 한 접시와 푸짐하게 돼지고기를 썰어 넣은 슈크루트에다가 ‘늦게 수확한 포도로 생산’했다는 품질 보증서가 붙은 게뷔르츠트라미네르 포도주 한 병을 곁들이기도 하고, 때로는 간단하게 계란 반숙과 버터를 바른 가느다란 빵만을 먹기도 한다. 음, 그 맛이란! 소화불량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나는 물론 가장 좋은 재료만을 엄선해서 쓴다.”(57쪽)

저자는 자신의 투병을 소재로 희곡을 써볼까도 한다. 한창 일할 나이의 가장인 L씨가 갑작스레 ‘로크드 인 신드롬’ 환자가 되어 병상에서 새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작품을 쓰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이미 머릿속에서 마지막 장면을 완성시켜 두었다고 말한다. 마지막 장면은 비극이면서 씁쓸한 유머로 채워져 있다.

“무대에는 전체적으로 어둠이 깔렸고, 한가운데 침대가 놓인 부분에만 후광이 비친다. 한밤중이라 모두들 잠이 들었다. 막이 올랐을 때부터 줄곧 꼼짝 못하고 누워만 있던 L씨가, 갑자기 이불을 걷어 젖히고 침대 아래로 뛰어내려 아주 비현실적인 조명이 비추는 무대를 한 바퀴 돈다. 곧이어 모든 것이 어둠 속에 잠기고, 마지막으로 L씨의 내면 독백이 들린다. 제기랄, 꿈이었군.”(87쪽)

저자는 여러 곳에서 온, 자신을 격려하거나 인생의 의미를 밝히거나 삶의 순간을 생생하게 밝히는 편지를 소중하게 읽고 보관한다. 언젠가 이 모든 편지들을 한 장씩 붙여서 1킬로미터 짜리 리본을 만들어, 우정을 찬미하는 깃발처럼 바람에 펄럭이게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물론 그런 소망은 충족될 가망이 없다.

글쓴이가 머무는 병실에는 별난 환자가 많다. 저자야 전신마비 환자이니 별 사고 칠 일도 없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카세트테이프를 계속해서 듣는 걸 유일한 낙으로 여기는 환자들이 있는가 하면, 한동안 복잡한 장치가 달린 봉제 오리 인형을 가진 젊은 남자가 같은 병실을 쓴 적도 있다. 이 오리는 누군가가 방에 들어오기만 하면, 다시 말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높고 째지는 듯한 노랫소리를 저절로 외쳐댔다. 이 가엾은 환자는 다행히도 저자가 오리를 처치하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퇴원을 했다. 혼수상태를 거치면서 정신착란을 일으켜 “불이야!”라고 소리쳐대곤 하는 여자도 있다. 이런 소동이 가라앉고 다시 침묵이 찾아오면 저자는 비로소 머릿속에서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들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출판사 직원인 클로드 망디빌은 끈기 있게 저자의 나비 움직임을 포착해 원고를 만든다. 클로드는 무(無)로부터 건져 올린 원고를 저자에게 읽어준다. 괜찮은 글도 있고 실망스러운 페이지도 있다. 저자는 의심한다. 이게 과연 책이 될 수 있을까? 1996년 8월 저자는 탈고하고 머지않아 책으로 나온다. 그리고 출판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 도미니크 보비는 자유롭게 나비들이 나는 세상으로 영원히 떠나고 만다.

언젠가 글쓰기 강좌에서 ‘글쓰기 자세’를 말하면서 이 책을 인용했다. 끈질기게 한결같이 쓰는 모범이 여기에 있다고. 저자의 상황이 되면 글을 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절망의 나락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학으로 삶을 날려버릴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장 도미니크 보비는 글 쓰는 이가 지녀야 할 불굴의 자세를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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