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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소풍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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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 기억과 돌아오지 않는 것들

1부


1. 꽃신이 품은 비밀
2. 자전거 소풍 가네
3. 목화가 떠나갈 때
4. 작년에 왔던 각설이
5. 땐스야 땐스야 강남 땐스야
6. 도깨비불의 시간
7. 혼불 떨어진 자리
8. 야들아! 끔 만들러 가자
9. 땅벌에 쏘인 추석

2부


1. 참새와 통밀 쑥개떡
2. 세 자매와 젖꼭지때왈
3. 추령천의 두 목소리
4. 토란꽃과 닫힌 문
5. 제비꽃과 어머니의 웃음
6. 어머니와 다슬기
7. 꾸지뽕차와 어머니
8. 매느리밥풀떼기
9. 땅꽈리 아는 사람

3부


1. 살아보니 살아지더라 - 정읍댁 이야기
2. 물꼬 싸움 - 정읍댁 이야기 2
3. 웃음의 뿌리 - 영광댁 이야기
4. 노래는 지팡이였다 - 강경댁이야기
5. 겨우 여섯 살 - 능다리댁 이야기
6. 방물장수 할머니
7. 긴 머리 두 남자
8. 무명이라는 이름
9. 물살에 실려 간 돈

4부


1. 그냥 놀이였어
2. 철수아부지 죽었는 갑네
3. 바다로 간 추령천
4. 바람이 아는 흔적
5. 백로는 떠나지 않는다
6. 까치집을 짓듯이
7. 아랫꽃섬, 그날의 소리
8. 할미꽃, 낯꽃 피게 하소서
9. 어둠을 지나 제비동자꽃

저자 소개 1

시인이자 수필가. 전북 정읍 산내 출생으로 1988년 들꽃과 인연을 맺은 후 1998년 고향 절안마을(사내리)로 돌아왔다. 내내 고향을 지킨 분들과 외국에서 노동이민을 온 이들과 함께 꽃농사를 짓고 그들의 아린 사연을 다독이며 고향을 지키고 있다. 《문예연구》 신인문학상(시 부문, 2025) 《수필과비평》 신인문학상(수필 부문, 2023) 국제꽃박람회 전북전시관 대표 출품(2003) 아름다운들꽃세상 대표 한방꽃차 1급 소믈리에 저서 《자전거 소풍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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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140*200*20mm
ISBN13
9791199222519

책 속으로

시간은 어디로 흘러가 버렸을까. 오랫동안 오지 중에도 오지로 알려졌던 정읍 산내의 산과 마을을 에돌던 추령천에 나가보면 기억 속의 물길과 눈에 들어오는 물길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언제 저렇게 달라졌을까. 물의 몸피도, 흐르는 결도, 강변을 스치는 모습도 기억 속의 물길과 너무 다르다. 시간 때문이다.
달라짐은 시간이 어디에선가는 뺄셈이 되고 어디에선가는 덧셈이 되는 일일 텐데, 추령천이 흐르던 곳에는 뺄셈이 된 자국들은 보이는데 덧셈이 된 자국들은 보이지 않는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아이고 우리 아버지도 저렇게 흐연 고무신이라도 사주지 꼭 꺼멍 반구두 고무신만 사주었능가 몰러. 하루는 장작을 뽀개 한 짐 지고, 애끼는 달갈을 지푸라기에 넣어 매디매디 묶어가꼬 정읍장에 가시더라고. 아버지 뒤에다 대고 꽃신 하나 사다주라고 손나발을 불었당게. 눈 빠지게 기달렸던 아버지는 꺼멍 코빼기신을 사 왔잔이여. 입을 댓발이나 빼물고 있는디 맥없이 눈물이 나더랑게.”
손 등으로 눈꼬리를 훔치더니 잠시 묵혔던 말을 이었다.
--- p.15 「꽃신이 품은 비밀」 중에서

큰집 오빠는 덜컹거리는 길에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뒤에 타고 있던 각시가 떨어진 줄도 모르고 혼자 내달린 것인데, 여전히 상황을 모르고 앞서가고 있는 자전거를 보며 마을 사람들은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땅을 두드리며 웃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
어떤 이는 눈물을 닦고 어떤 이는 웃다가 숨이 넘어갈 듯 헉헉거리기도 했다. 올케언니는 수줍은 표정으로 머리를 매만졌고 친구 아버지는 소달구지를 멈춰 세우고 담배 봉초를 꺼내어 종이에 돌돌 말아 불을 붙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거참, 혼자 간게, 우째 자진기가 잘 나간다고 험서 갔겄는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을 사람들이 다시 한바탕 배꼽이 빠지게 웃어댔다.
--- p.25 「자전거 소풍 가네」 중에서

그런 일들이 있었다. 저녁이면 피어나던 분꽃 향기가 우리 세 자매에겐 꿈이었고 기다림이었다. 계절이 저 혼자 내달려도 잊히지 않는 애틋한 기억이었는데 지금 세 자매는 두둑이 높아지고 고랑이 깊어지고 이랑도 많아진 주름자락에 앉아서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산딸기 따던 시절, 동동구루무와 코티분을 갈망하던 시절, 분꽃씨로 분 바르던 시절, 하지감자 추렴했던 일, 청보리 타작, 가설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일들이 어느새 저 멀리에 있다.
--- p.85 「세 자매와 젖꼭지때왈」 중에서

6.25 전쟁 때 큰아버지는 국군의 보급대원으로 가셨는데, 고향을 떠나지 않고 큰아버지를 기다리던 큰어머니와 아들딸 모두가 빨치산에게 희생당했다. 추령천의 물길이 멈춰버린 것 같은 아픔이었다. 큰아버지의 삶에 드리운 그늘은 너무나 어두웠다.
전쟁이 끝난 뒤 피난 온 처자와 새로운 가정을 꾸렸지만, 행복하지 못했다. 먼저 간 가족을 잊지 못하셨다. 큰아버지의 삶을 생각할 때마다 나를 아끼며 웃어주시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슬픈 웃음으로만 떠오른다.
--- p.90 「추령천의 두 목소리」 중에서

어린 시절 토란꽃을 함께 찾으러 다녔던 성남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찾으러 다닐 때는 그토록 찾기 어려웠던 토란꽃을 보았다고 알려주었다.
“정말? 와! 어머니 주려고 그렇게 헤맸어도 안 보이던 토란꽃을? 사진 좀 빨리 보내봐.”
그리고는 뜻밖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나간 일이지만 너는 모르는 게 있어. 어머니가 배 아팠을 때 아이를 가졌었대. 또 딸일까 봐 앵쑥갓물을 어쩔 수 없이 마셨대.”
--- p.97 「토란꽃과 닫힌 문」 중에서

익숙한 멜로디에 익살스러운 가사가 더해지자 사람들은 손뼉을 치고 따라 부르며 웃음을 터트렸다. 영광댁은 박수를 받으며 손을 흔들고 서둘러 돌아갔다. 멀어져가는 그녀는 여전히 웃고 갔지만 그 웃음 뒤엔 깊은 울음이 줄줄 흘렀다.
얼마 전에 영광댁 며느리는 두 살배기 아들을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 p.155 「웃음의 뿌리 - 영광댁 이야기」 중에서

능다리댁의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깊은 한숨처럼 바람이 한차례 지나갈 뿐이었다. 귀룽나무도 싹 틔우는 일을 잠시 멈추었다. 막 움트려던 연둣빛 새순이 조용히 숨을 죽였고 바람결에 흔들리던 가지도 어느새 잠잠해졌다. 딱따구리도 나무를 쪼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경쾌하게 울리던 소리도 멎고 농장 풍경이 침묵 속에 잠겼다. 나무도 새도 바람도 아픈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걸까.
그렇게 한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어디선가 아주 작은 바람이 다시 불어왔다. 조용히 나뭇가지를 어루만지는 바람. 누군가 오래전 흘린 눈물처럼 외로운 바람.
귀룽나무가 다시 물 올리기를 하고 딱따구리도 딱따구르륵 다시 집을 짓기 시작했다.
--- p.169 「겨우 여섯 살 - 능다리댁 이야기」 중에서

비밀을 품은 채 60여 년이 지났다. 돈을 잃어버린 사람도 주운 사람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 달뿌리풀이 있던 곳엔 무심한 바람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감싸 안고 시간은 그렇게 흘러버렸다.
1988년 10월 28일에 착공하여 1990년 6월 10일에 다리 하나가 완공되었다. 매죽교는 매대마을을 열어줬다. 다리가 놓인 날, 교량 폭 8미터, 총연장 78미터의 긴 다리를 누군가 건너고 있었다.
늦게나마 한풀이해 주는 듯 탄탄하게 놓인 다리를 소장수가 손에 전대를 소중히 들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 p.195 「물살에 실려간 돈」 중에서

도시로 나간 후 몇 년 지나 싸늘한 주검으로 엄마 품에 묻힌 아들을, 등 돌리고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던 태인댁할머니. 상처의 빗장이 열릴까 봐 조심스레 두 손을 꼭 잡았을 때, 독하게 참아내던 할머니가 내 팔을 부여잡고 이내 오열하셨다.
“그냥 촌에서 농사나 짓고 살게 할걸! 좀 바래지라고 도시로 보낸 것이 한이여! 한이여! 아이고, 젊은 집이(당신)는 어떻게 그 큰일을 겪고 지낸 거여? 늙은 나도 이렇게 죽겄는디!”

--- p.249 「할미꽃, 낯꽃 피게 하소서」 중에서

추천평

보이는 것의 귀퉁이를 본 증언과 보이지 않는 것의 소리까지를 받아들인 증언이 세상에는 함께 산다. 그저 다른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같은 것의 앞면과 뒷면일 뿐이라고도 말하지만, 깊은 증언과 얕은 증언이 존재한다. 깊은 증언이 떠나면 세상은 얕아진다. 세상이 소란스러운 것은 그 때문이다.

임인숙 시인의 『자전거 소풍 가네』는 깊은 증언이 이룬 숲이다. 숲으로 들어가면 사람들 곁에서 함께 나이를 먹은 짐승과 꽃과 나무와 사물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고, 오래전에 떠난 사람들이 돌아와 제자리에 앉아 있고, 오래전에 끝났으리라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이제 겨우 달구어져 있다. 『자전거 소풍 가네』는 깊은 증언만 있어서 하나도 소란스럽지 않은데, 영원히 죽지 않는 이야기들이 모두 들어 있다. - 「내력을 지키는 사람의 얼굴」 중에서 - 천세진 (문학비평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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