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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통음난무
2.퀵서비스 3.매혹의 바깥 4.청색 지대 5.빛의 동굴 6.한국은행을털기위한시민연대 7.감옥에서의 1인 2역 8.범죄적 사랑 9.Time DM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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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가 총을 맞고 들어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의 잠은 길고 깊었다. 이제는 그녀의 몫이다. 그는 당분간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불 꺼진 방을 쳐다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만이 여기 있다. 그녀는 그걸 느낀다. 어둠이 몸 속으로 스멀스멀 파고드는 것을, 어둠은 고요하게 그녀의 몸을 점령한다. 피부의 껍질들을 벗기고 세포 하나하나에 먹을 입힌다. 그녀는 목을 뒤로 젖힌다. 아, 이제 어둠의 물이 그녀의 몸을 완전히 적신다. 그녀는 어둠 깊이 들어가 눕는다. 이미 어둠 건너편에 가서 누운 그의 곁으로 점점 다가간다. 시간이 그녀의 허리 근처를 스쳐지나간다. 이대로 수십 년 동안 잠들었다가 문득 깨어나 이 짙은 어둠을 한번 쓱 돌아보고는 다시 깊이 잠들었으면, 수천 년 우주의 잠을 이 몸으로 겪어내보았으면.
그녀는 새벽에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응급실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그를 눕히고 커튼을 쳤다. 그녀는 총을 젊은 의사의 머리에 대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총을 맞았어. 응급 처치만 해. 경찰에 불면 넌 죽어. 여기도 쑥밭이 되고. 간호사 한 명과 너만 여길 들어오는 거야. 자, 알았지? 조용히 조심조심. 오케이?" ---pp.123~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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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어둠과 빛, 삶과 죽음, 시간의 흐름과 멈춤,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뭐 이런 것들과 그것들의 경계가 있다. 그리고 가끔은 그 경계로 가서 겹쳐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경계는 비좁지 않고 늘 풍부하다.
--- p.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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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터스 파라다이스』는 DMZ를 위한 진혼곡이다. 길이 248km, 폭 4km, 면적 2억 7200만평. DMZ는 역사적인 비극의 현장이자 동시에 생태계의 보고이다. 인간에 의해 한반도의 중심부가 4km의 경계를 두고 나누어진 탓에 그 사이에 놓이게 된 공간은 오히려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다. DMZ는 바로 50여 년이란 시간이만들어낸 재창조물이다. 자연 그대로의 순수하고 신성한 공간. 그런데 이 DMZ가 더럽혀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통일이라는 민족의 경사가 경제 논리에만 이끌리게 된다면 결국 DMZ는 흔적조차 없어질 것이다.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면서 의미를 획득했지만 DMZ는 영원히 보존됨으로써 지구상에서 최초의 인공 생태 지역으로 간직될 것이다. 『갱스터스 파라다이스』의 주인공 정수는 DMZ를 영원한 낙원으로 보존하기 위해 총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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