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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내 마음속 감나무/행복한 밥상 즐거운 책상/만화경과 어린이/ 우물/할머니의 시간/홍옥/이 가을이 가기 전에/기본기와 창의력/ 가을 하늘과 구름/비교보다 과정을 즐기는 삶/호박범벅을 먹으며/ 열린 마음/자와 가위/‘배려와 마음’ 까치밥/기차여행/모과/ 다락방/만화/감성적 체험의 중요성/최선, 선, 시행착오/ 2부 벚꽃 필 무렵/나비/봄꽃/아버지/은방울꽃/오월이 가기 전에/ 기다림/평미레/도시락/신독愼獨/평범하지만 위대한 부모/ 여름방학에는/제시간에 자고 아침은 꼭 먹자/가을 들녘/설거지/ 뻥튀기/묘사/저무는 강가에서/겨울 이야기/크리스마스카드와 실/ 3부 돈키호테를 기다리며/詩 암기와 창의력 배양/일탈과 탈주/ 입체적 상상력/인간에 대한 오해/광신과 맹목에서 벗어나려면/ 왜 좋은 책을 읽어야 하나/참 어른이 그리운 시대/두 엄마 이야기/ 시인의 마음/그 섬에 가고 싶다/사투리/제대로 정확하게/ 독서와 사교육비/행복한 가정/봄 언덕에 올라/경쟁/ 통과의례/학습의 기본 원칙/ 4부 봄날, 그리고 꽃비/봄, 졸업, 새로운 시작/알파고와 자유학기제/ 작은 승리와 성취감/공부보다 중요한 것/말이 줄 수 없는 느낌과 감동/ 자존심보다 자존감이 강한 아이/선생님의 선택/입학식/ 내 마음속 선생님/꿈과 희망 어디서 찾아야 하나/미역국/ 학교생활 성공하려면/상대평가와 절대평가/창의력 배양을 위한 방학/ 공부와 일을 즐기려면/수능시험을 앞두고/입시철 斷想/시험불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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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런 둘레 밥상,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식사가 끝나고 흘려놓은 반찬, 김칫국물, 밥알, 얼룩 등을 닦아내고 나면 그것은 책상으로 바뀐다. 형제자매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일제히 공부를 시작한다. 한참 시간이 지나 놀고 싶으면 다리를 뻗어 맞은편 동생이나 형의 발을 툭 치며 유혹한다. 발짓, 눈짓으로 합의를 보면 대충 책을 치우고 상다리를 접고 나서, 땅따먹기 놀이나 대문 옆 감나무에 달려있는 빨간 홍시를 따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커다란 둘레 밥상은 온 가족이 명절이나 기제사와 같은 가족 행사를 준비하는 공동 작업대이기도 하다. 엄마와 아이들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 송편을 빚고, 아빠는 밤을 친다. 뒤에 앉아 제사에 쓸 콩나물을 다듬는 할머니가 이따금 어깨 너머로 반죽이 질다거나, 속이 너무 달지 않느냐는 식으로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한다. 아이들은 그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고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몸에 익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둘레 밥상은 이렇게 다용도 이동식 가구였다. 그것은 가족 구성원을 물리적, 심리적으로 항상 서로 가까이 접촉하게 해주는 매개체였다.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국민 절대 다수가 아파트나, 아파트와 비슷한 실내 구조를 가진 집에 살면서 밥상(식탁)과 책상이 분명하게 분리된 공간에 산다. 밥상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고 밥상과 책상 사이가 멀어지면서, 부모 자식 간의 거리도 멀어지고, 형제자매 간의 유대감도 약해졌다. 아침에 눈 뜨면 각자 자기 시간에 맞추어 후다닥 밥을 먹고 나간다. 저녁 식사 시간도 제각각인 집이 많다. 아버지는 밖에서 외식을 하고, 아이는 학교에서 급식을 한다. 가족이 다 들어온 후 서로 얼굴을 보고 나서 비슷한 시간대에 잠을 자는 집도 별로 없다. 아이에겐 집이 휴식 공간이 아니다.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엄마는 학원에 다녀왔는가를 묻고, 교재는 어디까지 배웠는지를 확인한다. 우리 는 가족이면서 서로 낯설고 때론 서먹하다. 밥상이 행복해야 책상이 즐겁다. 밥상머리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할 즐거운 행사나 자녀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힘, 특히 힘들고 부정적인 상황에서 자기 파괴적인 행동에 빠지지 않는 자제력과 인내심은 밥상머리에서 시작된다. 밥상에 앉으면 모든 피로가 풀리고 마음의 위안과 평화, 세상을 버티어 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밥상에 앉아있는 시간을 늘리고 밥을 천천히 먹으며, 보다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자. 밥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그 시간이 즐거울 때, 온 가족이 더욱 행복해지고, 자녀들은 기쁜 마음으로 책상에 가서 보다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다. --- pp. 1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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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공부하던 둘째 아이가 어느 날 집에 와서 아내에게 말했다. “논어 선생님이 ‘어머니께서 너희 남매를 키울 때 다른 엄마와 가장 달랐던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셨는데, 한참 생각해봐도 별다른 것이 없어서 ‘우리 엄마는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라고 답했어요. 엄마 내 말 맞나요?” 아이 엄마는 “네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렇겠지”라고 답했다. 그 젊은 선생님은 초·중학생을 둔 학부모여서, 두 아이를 명문대 의대와 경제학과에 보낸 엄마에게 어떤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3대가 함께 살았던 우리 집은 아이 말대로 먹는데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아이들은 식사할 때 늘 조부모의 시중을 들었고, 할머니는 아이들을 각별하게 챙겼다. 생선 반찬이 나오면 언제나 손자 손녀를 위해 뼈를 발라주셨다. 할머니는 잔가시를 뽑아내면서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아이들은 조부모가 섭섭해할까봐 식사를 마친 후에도 밥상에서 한참 공부하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할머니는 시계를 보고 아이들 방에 들어가서 “아이고 내 새끼 장하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고 간식을 먹이곤 하셨다. 우리 집은 밥상이 책상이고, 책상이 밥상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집에 오는 날이면 지금도 아내는 정성껏 밥상을 차린다. 아이들은 엄마의 밥상이 최고라고 말하며 늘 감탄한다. 둘째는 생선 반찬이 나오면 엄마에게 뼈를 발라달라고 한다. 잔가시를 뽑아내면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관심사를 주고받는다. 밥상은 단순히 밥그릇을 올리는 가구가 아니다. 밥상과 밥상머리는 어제와 오늘, 내일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밥상머리에서 우리는 과거라는 샘에 보존되어 있는 삶의 지혜와 아름다운 서정의 맑은 물을 퍼 올려 오늘이라는 나무가 잘 자라도록 영양분을 공급한다. 오늘의 나무에 열리는 내일이라는 열매가 알차게 영그는데 필요한 따뜻한 격려의 말과 세상의 풍파에 맞설 자존감은 밥상머리에서 만들어진다. 밥상이 행복해야 책상이 즐겁다. 책상에서 맛보는 지적 희열은 밥상을 천국의 만찬장으로 만들 수 있다. 행복한 자녀교육과 화목한 가정을 위해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