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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레그족 남자들이 여자에게 다가가 던지는 유혹의 말이 어떤건지 알아?'
'아뇨 난 투아레그족 남자에게 한 번도 유혹을 당해본적이 없어서요. 물론 당신도 나를 유혹하지 않았잖아요. 그말이 뭔데요?' '내가 타고 온 낙타가 저쪽 숲속에 매어 있습니다.' 레인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가슴을 움켜쥐고 허리를 굽힌 채 한참동안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럼 여자가 그 유혹에 응할때는 뭐라고 하죠?' 마참내 웃음을 참으며 그녀가 물었다 '나도 낙타를 거기에 매러 갈래요.' 레인은 다시 그의 가슴에 웃음을 쏟아냈다. 그녀의 들썩이는 어깨를 바라보며 아심도 전염된듯 웃음을 토해냈다.오랜만에 듣는 그의 웃음소리였다. 낮고도 그윽하면서 거친 웃음이었다. 아심은 사막의 남자였다. 낮은 능선과 그윽한 모래의 깊이를 지닌 데가 거칠기도 한 사막과 똑같은 남자였다. '나와 결혼해주겠어?' --- p.3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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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심은 시끄럽게 울리는 총성에 두 손으로 레인의 귀를 막아주었다. 그런 그의 옷자락을 잡으며 레인이 속삭였다.
'사랑해요.' 레인은 그 말을 입밖으로 내뱉은 순간 바로 후회했다. 아심의 얼굴을 올려다볼 수는 없었지만, 그가 무척이나 놀랐다는 것은 자신의 어깨를 쥔 손에서 느낄 수 있었다. --- p.279.pp.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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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아심은 지갑 속에 사각형으로 접혀 있는 메모지를 떠올리고, 그것을 꺼내 터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가 남긴 건데. 한국어인 것 같습니다. 해석좀 해주시겠습니까?' 아심의 말에 메모지를 접어 펼쳐든 하경은 낮게 탄성을 내질렀다. 아심은 궁금증을 참지 못해 하경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말입니까?' 그리고 아심은 메모지에서 시선을 들어 조용히 속삭이는 하경의 말에 눈을 감아버렸다.'사랑해요'
--- p. 3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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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그녀의 속삭임을 들었다.
'사랑해요' 사막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초승달이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여가는 도안 아심은 그녀에게 죽음도 불사하는 사랑을 또다시 맹세했다. --- p.3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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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모래능선과 뜨거운 태양, 그 위에 신기루처럼 아름다운 사랑 하나가 펼쳐진다. 어떤 부름에 이끌려 무작정 고국을 등지고 실크로드를 돌아 황량한 사막으로 나아간 실버 레인, 정은우. 그녀는 가슴을 태울 듯 뜨겁게 이는 왠지 모를 갈증을 떨쳐내기 위해, 어딘가에 운명의 상대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믿음을 지닌 채 사막의 뜨거운 태양과 사랑을 일깨운 여인의 몸처럼 관능적으로 끊임없이 변해가는 모래능선에 자신을 내맡긴다. 하지만 온몸을 태울 듯한 뜨거운 사막의 태양과 갈증에 마침내 스스로를 포기해갈 즈음 투아레그족의 정통 왕위 계승자 아심에 의해 구해지고,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존재로 인해 그 심한 갈증을 잊어가는데…….
사막 한가운데에서 하얀 그림자를 발견한 순간, 아심은 자신의 운명에 새로운 별이 깃들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 왕위 계승도 포기한 채 자유로운 삶을 갈구하는 그에게는 사랑을 포함해 그 어떤 구속도 전혀 달갑지 않다. 하지만 위태로운 정세에 떠밀려 결국 그는 그녀에게 '죽음도 불사하는 사랑'을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일'에 대한 계약 조건으로 내세우게 되고, 그 거짓 맹세와 더불어 버리는데 자유로운 동양 여인의 낯선 매력에 서서히 침몰해가는 자신을 느끼게 되는데……. 『해적의 여자』와『아라사의 서우야』가 우리 고대 역사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임에 반해,『사막의 남자』는 사막을 배경으로 한 현대물이다. 하지만 황량하면서도 관능적인 사막이라는 공간적 배경 때문에 신비로우면서도 애틋한 분위기를 작품 전체에 깔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듯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킴으로써 한결 친근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상황 묘사와 표현을 통해 색다른 감동을 전해준다. 버리는 데 자유롭고 삶에 대한 끈끈한 집착이 없음으로 해서 다소 무모하고 용감해 보이는 여주인공과 사랑을 유희쯤으로 생각하는 남성 우월주의의 전형인 사막의 남자 아심이 주변 상황에 떠밀려 흘러가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현실감 있게, 그러면서도 사막의 신기루처럼 신비롭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가벼운 듯하면서도 다 읽은 후 묵직한 감동을 전해주는 이 작품은 잔잔한 재미와 더불어 자신의 내면에 사랑이 존재하는 줄도 모르던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인 떨림을 경험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