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이향영 팩트소설
별에서 온 소년 차례 먼 길을 몸 관찰 풍경 분골 태평양으로 보내 줘 무덤까지 찾아가는 세금 추념追念 부화浮華 조병화 시인 미국대학 입학 영문소설 AIU 졸업과 런던 연수 감회 마지막 정의 애도, 영혼의 꽃잎으로 ◆평설/사랑의 품격으로 빚은 초월적 슬픔의 미학-정유지(문학평론가, 경남정보대 교수) |
Lisa lee
이향영의 다른 상품
|
미국에 들어가기 전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에 갔다. 그녀는 오랜만에 아들과 데이트하기 위해 옷장 속에 있는 아들의 유골을 꺼낸다. 상자를 넣은 백팩을 등에 멨다. 모처럼 아들이랑 데이트하는 날이다. 유빈은 엄마의 등에 업혀 좋아한다. 그들은 온종일 에버랜드에서 즐긴다.
소년은 어릴 때 좋아했던 호랑이와 사자 원숭이, 그리고 물개 쇼도 재미있다고 한다.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나 로스앤젤레스의 디즈니랜드보다 더 좋단다. 고개를 들어 가까이 있는 산을 둘러본다. 산세마저 정겹게 품어주듯 초록 팔을 벌려 안아 준다. 헐벗고 메마른 로스앤젤레스의 산을 보다가 한국의 신록이 풍성한 산을 보니 마음마저 푸르러 온다. 그녀는 한참 숲을 바라본다. 푸른 잔디나 나뭇잎을 자주 보면 눈 건강에 좋다던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천국의 낙원이 지구에 내려와 앉은 것같이 평화로운 산세를, 눈에 좋다니까 보고 또 바라본다.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게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수백 가지의 녹색으로 단장한 푸른 그림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속의 에버랜드에서 그녀는 걷고 또 걷는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에 갔을 때 그들은 타는 것을 두고 의견충돌로 티격태격했었다. 이곳에서는 그럴 일이 전혀 없다. 아들은 조용히 엄마의 등에 업혀있으니까. 하지만 다툴 일이 태산 같아도 유빈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의 긴 한숨이 길 없는 담배 연기처럼 허공으로 흩어진다. 유빈이 보고 싶어 등에 업은 백팩을 어린아이 업은 것처럼 한 번 두 번 들썩여 본다. 엄마 등에 업혀있으니 좋지. 폴 유빈 리는 대답하지 않는다. 말이 없어도 괜찮다. 그녀 친구의 외아들은 유럽 여행 중 실종이 되어 수십 년 넘게 소식이 끊겼다. 유해도 거두지 못해 속상해하는 친구의 입장과 비교하면 그녀는 얼마나 행복한 엄마인가 자부한다. 하지만 아들의 유해를 거두지 못한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아들을 등에 업고 아들이 어릴 때 좋아했던 곳을 다닐 수 있는 게 기쁨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그런데 한국에 사는 친척 중에 죽은 자식이 있는 이가 있다. 그들은 자식을 앞세운 것을 큰 죄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자기 죄 때문에 아들을 앞세운 것처럼. 아마도 유교 풍습에 젖은 한국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죽음의 원인이 자연사나 병사, 사고가 아니면 우울증으로 인한 자해일 수도 있는데, 참척은 모두가 부모의 죄라고 치부하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녀는 소년이 못 견디게 그리웠다. 백팩에서 분골을 꺼내 나무들의 뿌리에 비타민처럼 아끼며 조금씩 뿌린다. 왜냐하면 미국에 가서 전 세계를 폴과 같이 여행하면서 가는 곳마다 뿌리려면 아껴야만 했다. ‘아가야, 나무와 함께 싱싱히 자라거라.’ 초록이 우거진 에버랜드 숲에서 나뭇가지에 새들이 앉아 노래를 부르면 너의 영혼도 안식을 취하리라. 모자가 지나간 자리와 나무마다 지워지지 않을 추억의 풍경을 심었다. 그녀의 가슴 빈터에도 향기로운 소년의 숲을 키우리라는 엉뚱한 생각이 스치었다. 아들의 넋이 새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노래 부를 수 있도록. 그녀는 생명 없이 잠든 아들을 업고 여러 곳을 다닌다.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아들을 등에 업고 마음 편하게 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동생 부부가 빨리 가주기를 바랐던 게 아니었던가. 새벽에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나오다가 정원의 성모마리아상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아들의 영혼을 안식하게 해달라고 묵념의 기도를 바친다. 성모마리아상 양옆에 있는 꽃나무와 소나무에도 마음의 분골로 비타민을 뿌린다. 폴의 영혼이 도곡동 사리 공원 용인 에버랜드 성모마리아상 태평양 아니 온 우주에 수많은 별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걸림 없이 어디에고 존재하리라. --- 「풍경」 중에서 |
|
저자의 말
별에서 온 소년을 펴내며 그녀는 전류가 사랑을 끊어 놓았던 그날,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에서 영혼의 흔적을 보았다. 꽃잎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눈부셨다. 꽃송이가 해체된 잎이 한 장 한 장 바람에 날아오르는 광경은 꽃의 춤사위 같았다. 아니, 꽃의 영혼이었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사람의 혼이 간다는 하늘로 가는 걸까. 그래서 꽃은 자기의 때가 되면 생과 사를 반복하는 자연의 이치로 실존하게 되는가. 하지만, 소년은 다시 피지 못할 꽃이 되었다. 성장의 계절에 동백꽃으로 떨어졌기에. 그녀의 애도는 부활을 꿈꾸는 소망의 꽃이 되었다. 그건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그녀의 몫이고 믿음이었다. 이향영 Lisa Lee |
|
이향영의 중편소설 『별에서 온 소년』은 생의 가장 깊은 슬픔인 ‘자식의 죽음’을 안고 걸어가는 한 어머니의 ‘애도기’이자, 그것을 넘어선 존재적 순례기이다. 또한 육체의 상처와 영혼의 결핍을 통과하며 ‘추모의 방식’을 찾아가는 내면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제목에 투영된 ‘소년’이란 이향영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아들 ‘PAUL EUBIN LEE’로 추정할 수 있다. 여기서 PAUL EUBIN LEE의 존재적 흔적은 작품의 감정적·윤리적 축을 형성한다. 유골과의 포옹, 바다로의 귀환, 꿈속 교감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억의 증거이자, 남은 자의 책임과 사랑을 증명하는 서사적 장치다. 이러한 흔적은 개인적 상실을 집단적 공감과 연대의 윤리로 확장시키며, 애도의 보편적 의미를 부각한다.
무엇보다 『별에서 온 소년』은 작가가 걸어온 삶의 흔적, 곧 고통을 넘어선 의지와 사랑이 담겨 있다. 이향영은 슬픔을 통해 글을 쓰고, 글을 통해 나누며, 그 나눔을 다시 사랑으로 환원시키는 이 시대의 드문 존재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와 미학은 문학적 감동을 넘어 실천적 감화로 이어진다. - 정유지 (문학평론가, 경남정보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