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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의 새
윤신우
문학과지성사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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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0시의 새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7년간 방송기자로 일했다. 2024년 단편소설 「사각지대」로 2024년 한국소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5년 장편소설 『0시의 새』로 박화성소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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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20*188*30mm
ISBN13
9788932044668

책 속으로

그것은 아주 영악한 저주였다. 처음에는 순진한 얼굴로 입에서 입으로 하나둘 옮아가던 흔해빠진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녀석은 내게 당도하자마자 갑자기 고개를 돌려 본색을 드러냈다. 삽시간에 가면을 바꾸고 돌변하는 중국의 변검 예술가처럼. 저주의 얼굴에는 결코 저주라고 씌어 있지 않다. 그건 나도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다.
--- p.18

그때 그 접시를 들여다보며 내가 느낀 찰나의 위화감은 일종의 예고 같은 것이었을까. 가장 처음 만들어진 부분이 가장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것. 시작이 끝을 지배한다는 것.
--- p.27

내 주변의 흐름이 교묘하게 뒤틀렸다, 나도 모르는 새 어쩌다가 그렇게 돼버렸다, 정확히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은 이내 어설픈 가설에서 진화해 보다 현실적인 경고 신호를 보내왔다. 조용하던 복도가 갑자기 침묵을 잃은 것이다. 잠시 평정을 찾았던 손끝은 다시 요동했다. 아까보다 더욱 적실하게.
--- pp.64-65

시곗바늘을 노려보던 눈앞에 별안간 새소리를 내던 엘리베이터와 석 대의 꼭 닮은 차, 괴이한 세 소인, 그리고 눈을 뜬 여행사의 모습이 옥수수 알갱이처럼 다닥다닥 붙어 지나갔다. 그 모든 것들의 마지막에 도달하고서야 도준의 죽음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그는 분명 무언가로부터 생을 강탈당했음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니, 알아버렸다.
--- p.111

"말씀드렸지만 이유는 모릅니다. 그저 착실하게 흘러가고 있던 세계의 항로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만 감지했죠. 마치 자아를 가진 덩굴처럼 자유롭게 뻗어나가고 있달까요. 사잇길이 변화하면 그 끝에 있는 게 과연 전과 같은 종착지라고 할 수 있을까요?"
--- p.207

"곧 문이 닫혀요. 그리고 흐름을 유지하려는 자들과 장악하려는 자들이 동시에 다가오고 있어요. 어느 쪽이 어느 쪽에게 이롭고 해로울지는 알 수 없죠."

--- p.311

출판사 리뷰

“어느 쪽이든 분명 그날은 달랐다.
마치 그 일이 어쩌다 일어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던 것처럼.
그저 벌어질 일이 순리대로 벌어진 것처럼.”

『0시의 새』는 두 명의 인물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이야기의 광폭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천문연구소 연구원 진율과 방송기자 차수지 두 인물의 교차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본 소설은, 별개의 삶을 사는 두 인물들이 갑작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서로 얽혀가며 앞서 해소되지 않았던 실마리들이 점차 풀리게 설계되어 독자에게 한층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진율은 어느 날 설명 불가능한 죽음을 맞은 낯선 이의 소식에 극심한 충격을 받는다. 이후 그는 불면증과 현실과 꿈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며 자신의 존재와 현실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불면의 시간을 보내던 진율은 전화벨 소리를 줄여달라는 이웃의 항의에 급하게 현관문을 열고 이유를 파악하려 애쓰지만, 그를 맞이한 건 전화벨도 텔레비전도 아닌 작은 새 한 마리다. 그러나 작은 새 한 마리는 시작에 불과했으며, 진율은 작은 새를 쫓아오는 세 명의 소인들을 마주하게 되고, 어떻게든 이를 지키려 애쓴다. 반면 차수지는 오랫동안 만나온 연인이 몽중에 죽게 되자 큰 충격에 휩싸인다. 연인이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에게는 느닷없이 난해한 일들이 닥쳐온다. 제보자는 어디론가 사라졌으며, 예감할 수조차 없는 신비한 알이 손에 쥐어지며 불가사의한 미스터리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처럼 진율과 차수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실에 숨어 있는 미스터리를 감지하며 그 진실을 추적해나간다. 두 인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계의 비밀에 다가가며, 정해진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의지로 새로운 길을 모색해나가던 중 서로를 인지하게 되는데‥‥‥

작가 한유주가 밝힌 심사평(“우리의 삶에서 이해할 수 없고 또 형언할 수 없는 사건들을 세심히 주목하며 하나씩 설명해보려는 작가의 의지가 마음을 움직였다”)처럼 『0시의 새』는 표면적으로는 미스터리와 긴장감 넘치는 서사에 천착한 듯 보이나, 실은 삶에서 이해할 수도 또 형언할 수도 없는 아득한 사건들을 세심히 조율해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 그리고 이를 뛰어넘는 인간 존재의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꿈과 현실, 차원과 공간이 겹치는 공간에서 불완전하지만 그렇기에 아름다운 인간의 의지와 행동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박화성소설상 수상작 『0시의 새』는 신인 작가 윤신우의 과감한 문학적 시도와 감각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앞으로도 매년 박화성소설상을 통해 선보일 한국소설의 신선한 흐름과 가능성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작가의 말

경계라는 것에 오래도록 마음을 빼앗겨왔습니다.

빛과 그림자, 의식과 무의식, 우연과 필연 같은 영역들 사이에 접면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실체를 알아차릴 수 있을지, 이쪽도 저쪽도 아닌 미지의 거점에서 인간의 의지는 의미를 지닐지, 혹 그것이 속해 있는 경계조차 허물 만큼 강력해질 수 있다면 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될지. 허공 속 질문과 답의 틈새를 오가며 이 소설을 썼습니다.

어쩌면 어디에도 온전히 뿌리내리고 속하기를 원치 않는 저에게 썩 어울리는 상상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부유하고 방랑하는 인간으로 영영 정처 없이 살아가며, 다만 앞으로도 쭉 글을 쓸 수 있다면 이번 생에 그보다 더한 사치는 없으리라 여기고 있습니다.

박화성소설상이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걸어주신 주최 측과 심사위원, 함께 정성스럽게 빚어주신 출판사,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펼쳐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마다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치열하게 분투하는 우리에게 기쁨과 고요가 자주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아끼는 계절의 경계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2025년 가을

윤신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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