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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006
1장 (주)정수식품 009 2장 사기 매뉴얼 020 3장 선물 038 4장 하나리서치 049 5장 상담원들 065 6장 테스트 080 7장 새 매뉴얼 092 8장 호구들 117 9장 민 사장 아들 139 10장 호구폰 162 11장 텃밭 177 12장 매뉴얼 수정 197 에필로그 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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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크린 화이트보드에는 상담원들의 영업 실적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가장 늦게 입사한 이선경의 그래프가 상담원들 중 압도적으로 높았다.
‘1위!!!’ 뛰어난 실적을 올리자 박 이사는 이선경에게 추근대지 않았다. 큰돈을 벌어주는 그녀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히죽히죽 웃을 뿐이었다. 그녀는 1위에 만족하지 않았다. 출근하자마자 자기 책상에서 턱을 괴고 있는 박 이사 앞에 섰다. “상담원 그만할게요.” “퇴직금은 없어. 알지?” “앞으로 매뉴얼 만들게요. 인센티브 5프로.” 박 이사는 눈앞에 있는 이선경에게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5프로? 그냥 콜이나 해. 욕심 부리지 말고.” 이선경은 손에 쥐고 있던 USB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박 이사는 이게 뭔지 물어보듯 이선경을 바라봤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감정을 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만든 매뉴얼이에요. 호구는 대기업 신입사원 부모.” --- p.16 1번 상담원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매뉴얼 원고를 읽었다. “새희망 대출은 이름이 새희망이잖아요. 새희망을 드릴 수 있게 신용등급이 나쁜 고객님도 대출 심사 없이 최소 2천만 원, 최대 5천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1금융권 직원들도 이용하죠. 저도 지난달에 새희망 대출로 갈아탔어요.”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대출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그런데 어떻게 갈아타셨어요?” 호구가 중얼거리듯 말했지만 정확한 지적을 했다. 그 말에 당황한 1번 상담원은 시선을 한곳에 두지 못하고 불안하게 움직였다. “그, 그러게요. 저는 어떻게 대출을 받았을까요?” “씨발X이 어디서 사기야?! 아가리를 확 그냥!!” --- p.21 “통성명이나 합시다. 그쪽 이름은?” 이선경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갑질에 시달리는 을 또는 공익 제보자로 생각해주세요. 박스 안에 선물이 있어요.” 디저트 카페 CCTV 영상 속 최동석이 종이박스를 왼손으로 흔들었다.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소리로 확인하는 듯했다. “달그락 달그락, 박스에 돌멩이가 들어 있나?” “선물 안에 문서 파일, 음성 파일, 영상 파일. 보기 좋게 넣어뒀으니 즐감하세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최동석은 종이 박스에 붙어 있는 박스 테이프를 뜯어냈다. 거친 손길로 열더니 가만히 종이 박스 안을 바라봤다. 얼굴엔 표정이 없었지만 눈만은 달랐다. 흥미로운 것을 보는 듯한 눈이었다. 종이 박스에서 내용물을 꺼내는 최동석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그는 USB 메모리를 두 손가락으로 쥔 최동석의 표정에서 여유로움이 사라지고 싸늘하게 바뀌었다. “무슨 영상이야?” --- p.42 “넌, 이 일이 재밌어?” “응. 왜?”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눈빛이었다. 그 태도에 김나영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하지만 눈빛에는 전혀 웃음기가 없었다. “피해자 생각은 안 나?” 그 질문에 이수진은 냉랭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모르는 사람이잖아. 생각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그 반응에 당황한 김나영은 뭔가를 말하려다가 자조하듯이 웃었다. 이미 알고 시작한 일이다, 피해자보다 돈을 보고 하는 일이다, 그 생각을 하자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 김나영이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 그만두고 아나운서 시험에 올인할까?” “그만둘 거면 미리 말해줘. 네 일 내가 할게.” 그 말을 하는 이수진의 눈빛이 빛났다.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싶은 사람 같았다. --- p.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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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리서치 회사의 위험한 업무 매뉴얼
우리에게 걸리면 사기꾼도 호구가 된다 보이스피싱은 자영업자부터 공시생, 선량한 시민까지 ‘불안’과 ‘절박함’을 파고들어 돈을 갈취한다. 조진연 작가의 장편소설 《블랙 피싱》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역으로 보이스피싱한다’는 과감한 콘셉트로 독자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만약 보이스피싱에 하느님이 있다면 모세나 예수쯤으로 불릴 법한, 타고난 보이스피싱 천재 이선경. 보이스피싱 회사 정수식품에 입사한 그녀는 놀라운 재능을 발휘해서 대번에 실적 1위를 차지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그녀는 아예 최고의 보이스피싱 매뉴얼을 만드는 일에 착수하고, 그 매뉴얼로 정수식품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그녀는 정수식품을 그만두고 정수식품을 털어먹기 위한 새로운 업체 하나 리서치를 설립한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민 사장을 정점으로, 중국에까지 손이 뻗어 있는 국제적 보이스피싱 조직인 정수식품. 그 막대한 돈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이선경은 사기조직에 사기를 칠, 완벽한 매뉴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매뉴얼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짜증 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시원한 한 방을 날리는 소설 《블랙 피싱》은 마치 훌륭한 케이퍼 무비를 보는 듯한 짜릿함과 통쾌함을 독자들에게 안겨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