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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장 | 조진연 ……………………… 6
2. 검은 물 | 문화류씨 ……………………… 76 3. 악수 | 악수 ……………………… 152 4. 물발자국 | 김선민 ……………………… 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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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정수에게 살목지는 썩은 냄새가 나는 더러운 물이 아니라 귀신이 나오는 무서운 물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행복한 사람이 된 것처럼 환하게 웃는 표정을 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가슴까지 잠긴 아빠가 한 발 더 내딛자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에 물결이 한 번 퍼졌다.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아빠를 삼킨 살목지는 다시 고요해졌다.
---「수장」중에서 그녀는 살목리에 터를 잡을 때부터 화살나무가 심어진 기슭을 손가락질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비만 오면 그곳에서 검은 물이 역류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기괴한 물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맹 보살은 화살나무를 빽빽하게 심으라고 닦달했다. 화살나무의 억센 가지와 잎에는 양기가 가득하여 악귀들이 뻗어 나오는 것을 막아준다는 이유였다. ---「검은 물」중에서 살목지의 수면에 얼굴을 비췄다가, 주변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간신히 도망쳐 살아 나온 극소수의 생존자들은 하나같이 영혼이 파괴된 채 반쯤 정신이 완전히 나간 상태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 생존자들이 횡설수설하며 남긴 과거 인터뷰 영상 속의 표정들은, 기이하게도 ‘수많은 대중이 보는 광장 한복판에서 자신의 모든 옷을 강제로 다 빼앗긴 채 나체로 서 있는 사람’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포를 넘어서 극심하고 모욕적인 수치심에 몸을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악수」중에서 김한목은 자신의 옆에 있는 녀석이 누군지 살폈다. 그런데 풀숲에 가려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어렸을 적 자신과 함께 있을 만한 녀석이라면 영락이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어린 한목은 어린 영락과 함께 어딘가로 향했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린 한목은 아주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곧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깨달았다. 저수지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물발자국」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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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목지는 왜 사람들을 부르는가
공포는 낯선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익숙한 곳에서 시작된다. 어릴 적 지나쳤던 저수지, 이름 없는 연못, 동네 사람들만 아는 물가. 평범한 풍경에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가 덧씌워지는 순간 그곳은 공포의 공간으로 변한다. 한국의 괴담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 나라의 폐허나 저택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무대로 삼기 때문이다. 『살목지』 역시 한국적 공간이 지닌 익숙함과 현실감을 바탕으로 독자를 서서히 불안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는 장소, 살목지가 있다. 이 책이 보여 주는 공포는 귀신이나 괴물에만 있지 않다. 후회와 죄책감, 집착과 욕망처럼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감정들이야말로 가장 오래 남는 공포가 된다. 『살목지』는 물속에 숨어 있는 존재보다 그 물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집요하게 응시한다. 네 명의 작가는 하나의 장소를 공유하면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포를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살목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살아 있는 전설이 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독자는 문득 주변의 저수지와 호수를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 혹시 그 물 아래에도 아직 떠오르지 않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