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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뒷문」
박성신 「낙원모텔 철거작업」 사마란 「호묘산 동반기」 이수아 「관계자 외 출입금지」 정명섭 「재의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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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전원이 내려가 있었는데 뭔 기계가 돌아가고 있는 거지?’
전기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소리가 나니 이상하긴 했다. 휴대전화 라이트에 의지에 곳곳을 살펴보는데 구석에 이상한 문 하나가 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커뮤니티센터의 현대적인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형태였다. 매우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붉은빛이 도는 옛날식 문이 달려 있었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이 센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이었다. 여기에 이걸 왜 달아놨을까 싶었다 --- p.17 「뒷문」 중에서 ‘이 더위에 시원한 바람이 부네?’ 날은 더웠지만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에는 희미한 악취도 섞여 있었다. 마치 동네 전체에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버섯 냄새, 술 냄새와 기름 냄새가 뒤섞여 있는 듯했다. ‘산에서 시체라도 썩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저수지에서?’ 또 이런 소리를 했다가는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입 다물고 있는 편이 가장 좋다. --- p.47 「낙원모텔 철거작업」 중에서 “처음 오셨어요? 오늘 날씨도 안 좋은데.” “아, 예.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초보자용 산이라고 해서요.” “누가요? 유튜브에서요?” 남자가 피식 웃었다. “유튜브에서 몇 사람이 이 산을 초보자용 산이라고 해대서 쉽게 보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뭐, 날 좋을 땐 그럴 수도 있겠죠. 근데 오늘처럼 눈이라도 올 거 같은 날에는 얘기가 달라요. 혼자 다니다 조난당하기 딱 좋은 산이에요, 여기가.” --- p.119 「호묘산 동반기」 중에서 겨우 잠들었지만, 오늘따라 꿈도 편치 않았다. 경선은 꿈속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쫓아 달리고, 또 달렸다. 그 끝은 결국 월영유치원이었다. 폐허가 되기 전의 모습이다. 익숙한 장소다. 고민도 없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서 미닫이문을 열고, 미닫이문을 열고, 또 미닫이문을 여는데 여전히 문이다. 이제 문 너머의 울음소리는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 p.168 「관계자 외 출입금지」 중에서 다들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기는 애매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없이 곽동식을 따라갔다. 비명 소리가 파도처럼 스쳐 지나간 재의산은 금방 침묵을 되찾았다. 한밤중이긴 했지만 보름달 빛 덕분에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기괴한 느낌을 주었다. 칼돌이 휴대전화 조명을 켜 이리저리 비추면서 중얼거렸다. “어쨌든 들어가지 말라고 한 곳이니까 빨리 나가자. 여긴 어쩐지 무서워.” --- p.217 「재의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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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뒷문」
방금 열고 들어온 붉은빛의 문이 온데간데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앞과 비슷한 벽들이 쭉 이어져 있었다. 내가 어디로 들어왔는지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박성신 「낙원모텔 철거작업」 장 씨가 분무기를 들어 허공에 뿌렸다. ‘우웩.’ 한수는 알 수 없는 역겨움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냄새도 맡지 못한 듯 표정 변화가 없었다. 사마란 「호묘산 동반기」 등산복을 가볍게 차려입은 노부부가 잰걸음으로 내려오다 나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늦추지 않은 채 다가왔다. “눈 올 땐 이 산에 올라가는 거 아니에요. 돌아가요.” 이수아 「관계자 외 출입금지」 꿈속에서 경선은 아이의 울음소리를 쫓아 달리고, 또 달렸다. 고민도 없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미닫이문을 열고, 또 미닫이문을 여는데 여전히 문이다. 정명섭 「재의산」 “재차의가 묻혀 있는 산이라 재의산이라고 부른 거래. 어쨌든 굉장히 위험한 존재라고 여기는 얼씬거리지도 말라고 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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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와 초자연현상의 도시, 월영
절대 금기를 깬 자들에게 닥친 핏빛 공포 한창 공사 중인 재개발 아파트 단지에서 괴이한 일이 일어난다는 소문이 돌더니 급기야 공사가 중단된다. 20년간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을 해온 나는, 돈을 더 달라는 수작이라며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조사차 들어간 아파트 단지 지하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공간이 펼쳐져 있는데. [김선민 「뒷문」]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한 작가인 한수는 딸의 죽음 후 닥치는 대로 돈벌이에 나섰다가 오래된 모텔 철거 일을 맡는다. 보름간 월영시에 머물러야 하지만 어차피 밀린 월세 때문에 고시원 방도 빼야 한다. 한수를 괴롭히는 알 수 없는 기척의 정체는 무엇인가. [박성신 「낙원모텔 철거작업」 눈꽃 산행 준비를 위해 월영시 사람들이 즐겨 찾는 호묘산을 오르는 주화. 숨이 턱까지 찬 주화와 달리 걸음조차 늦추지 않은 노부부가 다가와 눈이 올 테니 어서 돌아가라고 충고한다. 그때 멀리서 구르릉, 하는 소리가 들린다. [사마란 「호묘산 동반기」] 아동 학대 혐의로 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폐쇄된 월영유치원. 지금은 아이들의 담력시험 장소나 호러 유튜버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호기심에 그곳을 찾은 여리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혼자가 아니었는데. [이수아 「관계자 외 출입금지」] 유명 아이돌을 몰래 촬영하기 위해 월영시 재의산에 숨어든 가출 청소년들. 산길을 오르던 중 출입 금지를 알리는 낡은 나무판이 보이고, 아이들은 이곳에 재차의라는 위험한 존재가 묻혀 있다는 노인의 말을 떠올리지만 무시한다. [정명섭 「재의산」] “누군가가 하지 말라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흔하디흔한 경고의 말을 소재로 한 다섯 편의 이야기에서 작가들은 금기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공포를 비상식적인 상황을 통해 보여준다. 물질, 인정욕구, 애욕 등의 욕망이 선을 넘고, 결국 시간과 경험으로 확정된 금기가 깨질 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인과관계는 이 괴이와 초자연현상의 도시 월영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의 정서와 삶을 바탕으로 하기에 더욱 공포스러운 『절대, 금지구역: 월영시』. 앞으로 계속될 괴이학회와 북다의 ‘도시괴담 앤솔러지’ 협업 프로젝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