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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고 달려와 미친 듯이 뽀뽀하는 환자도, 피 뽑는다고 안겨서 생똥을 싸는 환자도, 뭘 한 것도 없는데 병원에 오자마자 그냥 할퀴고 보는 환자도, 내 진료실 컴퓨터에 시원하게 오줌을 분출하는 환자도, 자기를 왜 입원시켰냐며 하루 종일 고래고래 짖어대는 늙은 환자도, 자기를 안으라고 줄기차게 쫓아다니는 스토커 환자도, 모두 사람의사라면 흔히 겪을 수 없는 일이니까. 어찌 보면 그건 ‘수의사니까’ 누릴 수 있는 행복.
- '프롤로그_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행복' 중에서 오랜 시간 뽀삐를 안고, 뽀삐에게 얘기하고, 이대로 편히 보내면 어떨까 하고 고민하던 노부부는 행여나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안락사는 거부하셨다. 대신, 밤사이에 너무 힘들어하는 마음에 안락사는 거부하셨다. 대신, 밤사이에 너무 힘들어하거나 정 가망이 없으면 편안히 해달라고 부탁하고 집으로 돌아가셨다. 몇 시간 뒤 한 차례의 응급 상황이 있었고, 달려오신 노부부는 밤사이 뽀삐가 떠날 것이라 짐작하셨다. 뽀삐에게 애쓰지 말고 가라며 눈물 섞인 인사를 하고, 할아버지는 뽀삐의 얼굴을 쓰다듬고 얼굴을 부비며 정말 좋은 아이였다며, "너도 우리도 참 좋았잖니? 이젠 편안히 가렴"하며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그날 2009년 7월 14일 새벽 뽀삐는 작은 별이 되었고, 뽀삐가 떠난 새벽 3시경 나는 가족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에 오신 할아버지는 그 전날 뽀삐 꿈을 꿨다고 했다. 꿈속에서 뽀삐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마당에 앉아 있었단다. 그리고 꿈에서 깬 뒤 바로 뽀삐가 떠났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동물은 영혼이 없다더니, 그게 아닌가 봐요"라는 말과 함께 차오르던 눈물을 떨구셨다. - '바보 똥개 뽀삐' 중에서 시간이 지나고, 동물 복제가 더욱 대중화되면 복제된 아이들이 많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십 년간 병원에 오던 똘이가 아프고 세상을 떠난 뒤 똑같은 똘이가 다시 병원을 다니게 되려나. 그럼 난 그 애를 똘이로 바라볼 수 있을까. 복제한 아이가 오랜 시간 함께한 그 아이와 정말 '똑같은' 아이일까? 함께한 시간만큼 서로가 가졌던 감정도 기억도 익숙함도 똑같을 수 있을까? - '복제된 똘이가 정말 똘이일까?' 중에서 사실 우리 집 아이들은 '앉아', '기다려'도 배운 적 없었다. 나는 곁에 다가온 검둥이에게 무심코 "검둥아, 손!"하며 손을 내밀었다. 순간 기다렸다는 듯 검둥이는 나에게 손을 주었따. 검둥이는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을 병원에 버리고 간 첫 번째 주인이 가르쳐준 '손'. 처음 배우면서 가족은 검둥이를 칭찬했을 거고, 그 칭찬에 행복해하며 배웠던 그 시간을 '손'이라는 말소리와 함께 기억하고 있었으리라. - '복제된 똘이가 정말 똘이일까?' 중에서 내가 만난 아이들 중 상당수의 아이들이 똘이처럼 떠나는 것을 머뭇거리고 있는 힘을 다해 버텼다.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그런 동물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머뭇거리는 것은 자신 때문이 아니라 남겨진 가족이 걱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 살아온 시간 동안 가족이 무엇을 좋아하고 혼자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무엇 때문에 슬퍼하는지 옆에서 지켜본 아이들 이기에……. - '똘이의 유골함' 중에서 봄이 되면 따뜻한 봄볕이 좋아 동네에 산책도 다니고, 공원으로 나들이도 많이 가게 될 것이다. 길에 사는 고양이들도 많이 마주칠 것이고, 새끼를 낳는 어미 고양이도 많을 것이다. 한강에서 뛰어노는 행복한 강아지들 말고도 가족에게 버림받고 떠돌아다니는 제2의 한강이들을 종종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지저분한 외양으로 내 강아지 주변에 혹은 내 가족 주변에 서성거리는 개들을 발견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 '거지 강아지' 중에서 심장사상충 예방만은 거부하는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계속 사상충 예방을 입에 달고 사는 나에게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처음엔 보스도 마실 나오면 뛰고 나도 뀌었고 그 뒤엔 나나 보스나 힘이 좋아 자전거를 탔어. 그러다 보스가 자전거를 따라오지 못하더라고. 이제는 둘 다 늙어서 자전거를 지팡이 삼아 같이 걸어 다녀. 난 보스가 나보다는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내가 자전거 끌고 다닐 기력이 없고 먼저 가기라도 하면 보스는 어떡해. 그러니까 난 예방 같은 건 안 할 거야." 몇 년 전 보스가 동네에서 몰려다니는 진돗개들과 마주쳐 공격당하는데 할아버지가 쫓아내고 지켜주는 게 힘에 부쳐서 미안하셨단다. 호신용으로 보스를 위해 직접 각목을 만든 것이란 사연도 들었다. 난 그날 이후로 더 이상 보스 할아버지에게 심장사상충 예방을 권하지 않았다. - '할아버지와 각목' 중에서 우리 병원은 유난히 나이가 많은 동물이 많이 온다. 나이 많은 아이들에 대한 나의 애정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나는 꼬장꼬장한 노령견들에게 엄청 집착한다. 은근 좃댓말과 반말을 섞어가며 놀리기도 하고, 주고받는 말을 건네다 보면 괜히 큰소리치는 귀여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마주하는 것만 같다. '쥐뿔 어린 것이 까불고 있어! 고얀 것 같으니라고!' 라며 자주 노하시는 나의 연로한 환자들……. 어릴 적만큼 예쁘지는 않아도, 윤기 나는 털은 없어도, 냄새나는 피부와 혼탁한 눈망울을 가졌어도 살아온, 함께 존재한 시간을 같이 돌아볼 수 있기에 나이 든 그들이 아름다운 것일 게다. - ''12월의 어떤 하루 중에서 혹시나 지금 나와 함께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못 해주는 게 많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미안해하지 말자. 그 마음만으로 아이들은 행복할 것이다. 그 마음만으로 우리는 이미 떨어질 수 없는 가족이다. 기운을 내자, 우리는 그 아이들에게 최고의 엄마일 테니! - '못나도 울 엄마' 중에서 일주일이 지나고 호순이는 퇴원을 했다. 할아버지는 한 달 뒤에나 주실 수 있다던 나머지 수술비를 다 내고 가셨다. "이젠 또 아플 일 없겠지? 개들은 몇 년 정도 사나? 앞으로 한 십 년 더 사나?" "그럼요. 호순이는 이제 아플 일 없을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인사를 나누었다. 꼬리가 떨어져 나갈 듯 몸을 흔들어대며 나서는 호순이를 앞장세우며 할아버지는 한마디 던지셨다. "이제 못 키우겠어. 그 돈 이면 얘 버리고 새 개를 사면 되는데……." 할아버지의 마음에도 없는 말에 우리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에이, 이젠 안 속아요. 호순아, 또 보자!"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