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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의 이면
안녕하세요, 김봉철입니다. 처음 쓰여진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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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이 참 좋다 아무도 나를 안아주지 안아 내가 나를 안아도 누구도 이상하게 보질 않으니
--- p.7 엄마 어렸을적엔 학교에서 구충제 나눠줘서 그거 먹으면 끙아에 벌레 죽어서 나온거 눈으로 보였다던데 저가 나이 36에 집에서 놀고 먹는 백수다보니깐 요새 엄마가 절 가만히 처다 보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때 구충제를 한 번 더 먹었어야 했는데.. 하시더라구여 --- p.13 착한 사람. 세상에는 정말 타고나길 착하게 태어난 사람과 착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골방에 틀어박힌 나의 유일한 사무는 어머니를 착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것 36세 인간 쓰레기 백수가 충실히 수행해내는 유일한 사무이다 --- p.38 밤새 비가 내렸다. 빗줄기는 얇아졌다가 거세지기를 반복했다. 밖에를 나가지 않고도 강우의 강도는 소리로 파악할 수 있었다. 가끔은 천둥이 쳤다. 번쩍하고 번개가 치기도 했다. 천둥은 소리고 번개는 빛이다. 천둥과 번개의 차이를 곰곰히 생각해 보다가 나는 눈꺼풀이 빗줄기처럼 얇아졌다가 거세지기를 반복했다. 고장이 나 털털 거리는 선풍기가 눅눅한 방 안을 간신히 식혀내고 있었다. --- p.52 나는 이 어둠 속에서 내가 지었던 죄와 앞으로 지을 죄들을 수줍게 고백했다 암흑 속에서야 말로 사람은 진실로 진실되어지니 어쩌면 신은 빛이 아니라 어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 p.53 어쩌면 나는 세상에 어두운 모든 것에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어두운 사람들이 나를 찾아 그들의 어둠에 대하여 털어놓는다 마치 나만큼은 그들의 어둠에 대하여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하는지 아니면 나의 어둠은 그들보다 더 깊고 눅눅한 것이라 고장난 선풍기처럼 털털거리며 묵묵히 들어 줄 것이라 생각하는지 어둠은 주로 욕망과 연관되어 있다. 그들의 욕망이 추악한 것인지 선한 것인지를 따져보려다 욕망에는 선악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욕망을 이뤄내려 그들이 행하는 행동만이 남아 선악의 판가름을 받는다 그렇다면 욕망이 나쁜 것이 아니라 행동이 나쁜 것이다. 가급적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자. --- p.54 제가 식당에서 그렇게 화를 냈던 장면이 제가 그토록 괴로워하고 절대 닮지 않아야지 내가 혹시라도 여자를 만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 했던 아버지의 모습이더라구요 말로 폭력으로 누군가를 찍어 누르는 사람과 그 앞에서 울면서 죄송하다고 살려달라고 하는 아이와 그걸 멀찍이서 제 3자처럼 지켜보는 사람의 모습 저는 그 날 이후로 다시는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 했습니다. 아버지를 이해할 때 우리는 정말 어른이 되는 걸까요. --- p.63 저는 작가가 아닙니다.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며 글을 쓰는 것을 취미로 둔 적도 없습니다. 단지 몇 권의 독립출판물을 만들어내었을 뿐입니다. 최종학력은 고졸이며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일정한 커리큘럼을 거치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권의 독립출판물을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기회에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p.191 부끄러운 질문입니다만 친하다는건 대체 뭔가요? 하나의 현상인가요? 어떠한 상태인가요? 일시적인 착각일까요? 착각 속에 유지되는 열망인가요?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일까요? 세상에는 왜 이렇게 제가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죠? 속마음을 드러낸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입니까? 사람들은 친한 사람들과 그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이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나고는 하는 일인가요? 가만히 저의 내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황량함에 이내 부끄러워졌지만 그래도 털어놓을 만한 것들을 찾아봤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것들이더군요. 이를테면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저의 추악한 속내. 닿을 수 없는 희망과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 삶에 대한 의지와 열망 같은 것들. 남들에게 들키고 마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쪽이 나은 것들이었습니다 --- p.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