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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 삶의 과학을 찾아서 7
1부 집으로 1장 자연을 닮은 집 21 2장 삶의 지혜를 담은 책 45 3장 음식 장만과 갈무리 71 4장 여러 가지 그릇 91 2부 부엌으로 5장 소금밭에 뒹굴어도 111 6장 이중독과 매병 129 7장 전통 술과 전통 식초 155 3부 안방으로 8장 우리 옷 이야기 179 9장 민화를 찾아서 197 10장 베갯모 자수 223 4부 대청으로 11장 소반 이야기 247 12장 반만 닫아 반닫이 277 13장 옛날 냉장고 이야기 305 5부 사랑으로 14장 모자의 민족 329 15장 고려 금속 활자 논쟁 355 16장 『훈민정음 해례본』 수난사 401 6부 마당으로 17장 돌로 만든 생활 문화 435 18장 샘과 우물 그리고 수도 465 19장 옛집 문의 이모저모 487 나가며 … … 작은 것이 아름답다 511 참고 문헌 515 찾아보기 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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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반닫이, 맷돌, 호족반, ……
옛날 집이며 옷이며 각종 살림살이에 담긴 과학 원리를 보따리째 풀어놓은 압도적인 저술! ― 김기섭(전 한성 백제 박물관장) 살다 보면 처음에는 먹고 입고 사는 집 하나만 있으면 충분한 것으로 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살림살이가 하나둘 늘어나며 점점 더 복잡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편리하고 넉넉한 살림살이를 원하고 그 가운데에서 재미와 멋과 아름다움까지도 바라게 된다. 그러나 사람마다 가정마다 형편과 상황은 다른 법. 욕심껏 넉넉하게 살림살이를 마련할 수는 없다. 그 형편에 맞게 살림을 꾸려 갈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살림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것들 을 경험적으로 찾아내어 이용했는데, 오늘날 돌이켜보면 이들이 바로 ‘살림의 지혜’라는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지혜를 과학적으로 따져보는 것을 자연 과학(自然科學, Natural Science)에 빗대어 생활 과학(生活科學, Life Sciences)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에서 미생물학자의 전통 문화 탐색을 다룬 책이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이재열 경북 대학교 명예 교수의 신작 『살림의 과학: 과학자가 풀어 주는 전통 문화의 멋과 지혜』가 바로 그 책이다. 환경 미생물학자로 사과나 담배 같은 농작물을 망치는 바이러스부터 결핵균처럼 사람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와 세균 등에 대한 선구적 연구를 수행하며, 『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의 힘』 같은 저서와 번역서를 통해 인류 역사와 문명에 깊은 영향을 미친 미생물의 세계를 소개해 온 이재열 명예 교수는 동시에 전통 문화, 전통 과학, 문화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다. 그 성과로 2009년에는 한국 전통 문화에 숨어 있는 과학적 지혜를 정리한 『담장 속의 과학』을 펴낸 바 있다. 또 2013년에는 수십 년간 수집해 온 백제, 신라, 가야의 고대 토기 가운데 157점을 한성 백제 박물관에 기부했고, 동 박물관에서는 이 토기들을 정리해 2021년 기증 자료 특별전 “흙으로 만든 그릇, 토기”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된 『살림의 과학』은 이러한 활동의 연장에서 출간되었다. 이재열 교수는 전작 『담장 속의 과학』에서 “담장 속의 과학은 담장 밖의 과학과 만나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완벽하게 수량화, 계량화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전통 문화 속 지혜를 ‘담장 속의 과학’이라고 지칭하고, 우리 문화 밖에서 수입되어 온 ‘담장 밖의 과학’이라고 할 현대 과학을 만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 문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 전통 문화 속에 담긴 과학의 맹아를 현대에 응용하고 발전시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 주장이었다. 이 책의 출간 이후 10여 년이 지났고, 다행히도 전통 문화의 연구와 현대 과학과의 융합은 급속도로 진전되었다. 현대 과학의 교육을 받은 많은 연구자들이 전통 문화 연구와 계승에 참여하게 되었고, 전통 문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축적되어 새로운 응용의 길이 열리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 붐을 일으키고 한식, 한복 등의 붐에는 이 성과들이 녹아 있다. ‘K’ 자 붙은 수많은 활동에 담장 속의 과학과 담장 밖의 과학의 융합이 커다란 도움을 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재열 교수는 이 상황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미생물학 연구에서 단련된 현미경적 시선으로 전통 문화의 더 깊숙한 곳, 살림의 이모저모까지 그 관찰의 시야를 좁혀 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림의 과학’을 추출해 낸다. 이 교수는 문 밖에서 전통 가옥 안으로 들어가 부엌, 안방, 대청, 사랑채, 마당을 훑으며 전통 살림의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과학적 지혜를 살피는 이번 책 『살림의 과학』에서 살림에 요긴하게 쓰이는 자잘한 가재 도구들, 집 곳곳에서 우리가 ‘살림살이’라고 부르며 써 왔던 것들을 세밀하게 살핀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에 등장하는 조선 시대의 전통 온실(세계 최초라는 평가도 있다.)을 『산가요록』 같은 오래된 농서(農書)를 통해 살피기도 하고, 그 책을 만든 전통 한지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도 하며, 전통적인 음식 조리법과 그 조리에 사용된 그릇들인 토기, 도기, 자기 등을 다루기도 하고, 미생물의 공격으로부터 음식물이 썩지 않도록 애쓴 조상들의 슬기로운 보관법을 분석하기도 한다. 또한 맛있는 음식에 멋을 더해 주는 소반과 매병 같은 우리 고유의 가구와 그릇을 찾아 자세히 소개하기도 한다.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미생물이나 들여다보고 있을 줄 알았던 과학자가 언제, 이런 데까지 다녀갔나 싶을 정도로 한반도 구석구석을 돌며 둠벙이나 민화 병풍, 베갯모, 반닫이, 갓, 이엄, 맷돌, 금속 활자, 석빙고 들의 온갖 꼴과 쓰임을 살피며 그 과학적 의미를 알뜰하게 살핀다. 여기에 더해 우리 문화재에 얽힌 흥미로운 논쟁사도 빠지지 않고 다룬다. ‘증도가자’를 둘러싼 금속 활자 연구자들의 사이의 논쟁을 치밀하게 소개하고 있어 최근 2025년 국정 감사에서도 지적된 문제를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고, 수십 년째 해결되지 못하고 고착 상태에 빠져 있는 이른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얽힌 뒷이야기들도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각 살림살이들에 대한 최신 연구들도 소개한다. 역사학, 민속학, 건축학, 각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각 분야에서 전통 문화의 가재 도구들에 대해 수행한 최신 연구들과 그 응용 성과들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원로 학자의 관심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전문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들이다. 독자들도 이 책을 보다 보면, 집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잊혀져 가고 있는 사물들이 가진 의미를 새롭게 읽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담장 속의 과학』처럼 전통 문화와 현대 과학의 만남에서 새로운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다. 살림의 과학을 좀 더 깊이 살펴봐야 한다고. 그렇게 한다면 지금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K-문화에 새로운 원동력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다. 어쩌면 독자들은 미래의 설계도를 전통 살림의 지혜에서,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생물학자의 전통 문화 읽기 스테디셀러 『담장 속의 과학』 후속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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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자연 현상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다. “과학은 체계적으로 사고하겠다는 약속이며 가설을 검증하고 사실을 관찰함으로써 우주를 설명하고 지식을 쌓아 가겠다는 맹세”(아툴 가완디(Atul Gawande))라는 멋진 말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 이재열 선생님은 영락없는 과학자이자 과학의 보편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학 스토리텔러, 과학 이야기꾼이다. 나는 진작 그의 책 『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과 인간에 관하여』(사이언스북스, 2020년)를 읽으며 그의 뛰어난 이야기 솜씨를 알아봤지만, 그 범위가 이토록 넓고 깊은 줄은 미처 몰랐다. 하기야 반백년 가까이 현미경 속 우주를 관찰하며 과학 연구와 교육, 보급에 애써 온 저자에게는 맨눈으로 보고 몸으로 직접 겪은 옛날 집이며 옷이며 각종 살림살이에 담긴 과학 원리를 보따리째 풀어놓는 일이란 품 적게 드는 재미, 취미(道樂)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십수 년 전 내가 서울의 공립 박물관에서 학예 직원으로 근무할 때 이재열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대학 교수 정년을 코앞에 두고 삼국 시대부터 남북국 시대(통일신라)의 토기와 도기 160여 점을 기증하셨는데, 유물의 종류, 제작 시기, 지역, 형태, 기능 등에 공통점이 분명해서 그냥 사 모은 골동품이 아니었다. 참 안목이 높고 세심한 분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뒤 몇 해가 지나 내가 박물관장이던 시절에도 토기 150여 점을 기증하셨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고심하며 수집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미 『토기: 내 마음의 그릇』(주류성, 2018년)이라는 책을 저술한 전문 수집가임을 나는 그때에야 알아챘다. 차분하고 겸손한 말투와 신중한 처신에 가려진 압도적 저술 실행력은 그가 평생 연구한 바이러스의 그것을 닮은 듯했다. 이 책 『살림의 과학』은 전통 한옥의 외형과 구조를 묘사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왜 오늘날 많은 이들이 한옥을 자연과 어우러진 여유로운 공간이라고 하는지, 한옥의 담장 모습과 ‘삐걱’ 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설 때 펼쳐지는 풍경을 통해 설명하는데, 생활 속에서 경험하지 않고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시각이 흘러넘친다. 집안 살림살이 중 가장 흔한 각종 그릇을 관찰하고 묘사한 솜씨는 고미술 전문가에 가깝지만, “음식을 익히기 위한 조리 방법과 미생물의 침입을 막기 위한 저장 방법은 따지고 보면 한 뿌리”라면서 그릇의 기능에 주목하는 것은 아무래도 저자가 유기 물질 분석에 익숙한 과학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천일염을 섭씨 700도 이상에서 구워내면 수소 이온 농도(pH)가 8.75에서 10.53으로 바뀐다며 소금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방식이라든지 식초의 초산 발효 과정을 화학식으로 나타내며 알코올이 같은 분량의 식초로 변하는 과정을 설명한 방식도 세밀한 근거에 입각해서 사물을 체계적으로 고찰해 온 과학자의 글쓰기 버릇일 것이다. 장르는 분명 에세이인데, 글마다 근거를 자연스레 밝힌 점과 맨 뒤에 참고 문헌을 쭉 늘어놓은 점도 과학자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근거에 집착하면 이야기가 건조해지기 쉽다. 그런데 저자의 설명을 읽노라면 글에서 감칠맛이 느껴진다. 여러 종류의 전통 그릇을 꾸준히 모으고 관찰한 경험 때문인지 어떤 그릇의 생김새와 상태를 묘사한 글을 읽노라면 그 그릇이 마치 눈앞에 있는 듯 모양이 그려진다. 묘사 방식이 일품이어서 첨부한 사진과 대조하며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참 현미경 같은 과학자이다. 개인적으로는 「3부 안방으로」에서 애기 병풍 이야기, 그리고 「4부 대청으로」에서 소반 이야기와 반닫이 이야기를 읽으며 더욱 글의 감칠맛을 느꼈다. 골판지에 컬러 인쇄 화조도를 붙인 애기 병풍이라니! 읽는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그걸 만들고 사용한 이가 몹시 궁금해졌다. 소반 이야기는 나주반, 통영반을 비롯해서 조선 팔도의 소반들이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은 점을 나무 재질과 함께 세밀히 살핀 점이 흥미를 북돋웠다. 반닫이 이야기도 지역별 특징과 그 배경 이야기를 읽노라니 문득 하나 장만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졌다. 모두 저자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에 홀린 탓이리라. 1부 「집으로」의 처음 몇 페이지를 펼쳤을 때는 마치 지식이 퐁퐁퐁 샘솟아 졸졸졸 흐르는 지혜의 샘 앞에 선 기분이었다. 그런데 6부 「마당으로」에 들어설 즈음에는 어느덧 물결이 잔잔한 지혜의 호숫가를 한가로이 산책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문득 최근 우리 한반도의 한쪽 지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다른 한쪽은 극심한 폭우에 시달리면서 생기는 각종 사고와 환경 변화를 걱정하는 마음이 일었다. 아무래도 “체온이 올라가면 병에 걸리듯, 기온이 올라가면 생태계도 병든다.”라는 저자의 일갈이 어느새 내 가슴 한쪽에 자리 잡은 모양이다. - 김기섭 (전 한성 백제 박물관장, 전 경기도 박물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