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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펴내며 축제의 시작과 끝 4 이수유 죽음과 축제 19 이리예 “뭐 하는 데” 35 최여울 일만년축제 이야기 53 정윤영 어린이 축제의 승마 체험 69 김경은 홍등을 깨트리다 85 국명표 축제 같은 집회와 희망 103 박선영 기후변화 시대에 축제하기 125 신동일 두 언어의 갈림길에서 137 참고 문헌 153 지난 호 목록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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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장소에서 일어난다축제의 동력은 사람들이 모여서 발생하는 에너지다. 조용한 밀회부터 동네 사람들의 마을 축제, 웃음과 울음이 터져 나오는 장례까지 모든 축제는 마당, 골목, 거리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시작되었다. ‘축제’ 호의 문을 여는 인류학 연구자 이수유의 「죽음과 축제」는 상을 당한 집 마당이 자연스레 이웃 사람들이 모여 죽은 이를 애도하는 축제의 자리가 되었던 한국을 들여다본다. 현대인에게 축제는 죽음이나 울음과는 거리가 먼 것, 필수적이기보다 잉여적인 것, 소비와 취향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오랫동안 축제는 삶 속에 녹아들고 죽음을 감싸안는 것이었다. 여성학 연구자 이리예의 「“뭐 하는 데”」는 “우리는 울리는 통념질서” 속에서 “우리를 웃기는 상상력”을 발휘할 장소를 만들었던 이야기다. “여기 뭐 하는 데예요?”라는 물음에 곧장 대답하기 쉽지 않지만,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말하고 쓰고 그리는 이들의 ‘오타쿠’ 축제는 잊히지 않는다. 성미산학교를 졸업한 최여울의 「일만년축제 이야기」에서는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살짝 기댈 구석이 되어 주었던’ 마을 축제가 일본 아이누모시리 일만년축제와 만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부담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환대의 공간. 축제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지금 이곳으로 다시 끌어오는” 사건이다.축제의 시작과 끝장소를 점유하는 축제는 곧 하나의 저항이 된다. 국문학 연구자 김경은의 「홍등을 깨트리다」는 기생들이 “팔자 밖에 우리를 요렇게 만들어 놓은 무엇”을 한번 알아보자고 결심한 내용의 이효석 단편소설 「깨트려지는 홍등」을 읽는다. 부조리한 삶과 궁핍한 시대에 질문을 던지는 순간, 옆에 있는 동료들과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한 골목이 바로 축제의 시작이다. 그리고 지난 12월 3일 계엄 이후 탄핵 선고가 나기까지 수개월 이어진 집회를 분석하는 인류학 연구자 국명표의 「축제 같은 집회와 희망」이 이어진다. ‘응원봉’이라는 상징 이전 ‘축제 같은 집회’라는 말에 주목하면 무엇이 달라질까?르포 작가 정윤영의 「어린이 축제의 승마 체험」과 활동가 박선영의 「기후변화 시대에 축제하기」는 축제의 어두운 면을 다룬다. 인간이 모이고 놀이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인 축제에서 어떤 동물들은 고통받고 죽임당한다. 쓰레기를 만들고 단기간에 탄소를 배출시키는 축제는 기후위기 시대에 그만둬야 하지 않나? 두 글은 동물과 다른 방식으로 교감할 수 있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새로운 방식의 축제를 고안한다. 축제가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규율을 따르는 자아와 충동적인 자아가 충돌하는 매일, 축제의 여운과 일상의 답답함 속에서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언어학자 신동일의 「두 언어의 갈림길에서」는 나를 표현하는 언어를 갈고닦는 방법을 일깨운다. 축제를 더 즐겁게, 일상을 더 유연하게 맞을 수 있도록.새로운 세대의 인문잡지 《한편》끊임없이 이미지가 흐르는 시대에도, 생각은 한편의 글에서 시작되고 한편의 글로 매듭지어진다. 2020년 창간한 인문잡지 《한편》은 글 한편 한편을 엮어서 의미를 생산한다. 민음사에서 철학, 문학 교양서를 만드는 젊은 편집자들이 원고를 청탁하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글을 쓴다.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을 통해, 지금 이곳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기쁨을 저자와 독자가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한편》 17호 ‘한국’ 표지에 사용된 글꼴은 고양어린이박물관의 와글와글체. 시끌벅적한 잔치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목소리처럼 개성 넘친다. 인문잡지 《한편》은 연간 3회, 1월·5월·9월 발간되며 2025년 ‘유머’, ‘한국’, ‘축제’에 이어 2026년 1월 ‘혼자’를 주제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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