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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사부작 사부작 여행할까요?
2장 범덩골 가재들은 마카 어디로 갔을까 3장 고향, 그 언저리에서 4장 얼떨결에 길냥이 집사가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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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아하는 일일지라도 돈과 물질로 대가를 받으면 행복감이 사라지더라는, 아무리 힘든 일일지라도 대가 없이 그저 남을 도울 뿐이었을 때 편안함과 행복감이 충만하더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도심의 휘황찬란한 불빛이 마치 욕망의 불씨에 불을 붙이는 부싯돌 같다. 그러니 한 번 붙으면 쉽사리 꺼지지도 않을 불씨를 품고 있음을 자각하고 늘 깨어있어야 한다.
--- p.14 임사 체험한 이들의 말에 따르면, 죽음을 맞닥뜨리면 살아온 온 삶이 파노라마처럼 순간 찰나 펼쳐진다고 한다. 부끄러운 순간들 대신 세상에 이로웠던, 평안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펼쳐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죽음이 다가와 세상을 떠나는 순간,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지 못할 순간이 오면 후회나 아쉬움, 미련이나 두려움으로 마무리하지 않으려면 방생을 순간순간 해야겠다. 무시로 시나브로. --- p.48쪽 산비탈 밭들이 비료와 농독(약)힘에 따라 산성으로 바뀌어 가고 비와 눈은 산성흙을 씻어 골짜기에서 작은 내 큰 내로 내달려 간다. 그러는 동안 가재와 조개들도 사라지고 있다. 모든 존재는 먹이사슬의 법칙으로 얽혀있고 그게 자연의 순리고 섭리일 텐데, 인간들의 욕망은 그 법칙을 어그러뜨리고 있다. 그 결과, 과보를 받는 일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지만 또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여전히 무관심이니 그저 안타까운 노릇이다. --- p.68 내친김에 아까 받은 씨감자도 심기로 한다. 풀을 뽑으면서 잔돌을 골라내면서 구덩이를 판 뒤, 씨감자를 넣고 산소 봉분 올리듯 포슬포슬한 흙을 덮은 뒤 뽑은 풀로 덮는다. 제초제로 풀을 죽이고 트랙터로 밭을 갈아엎은 뒤 바로 비닐 멀칭을 하고 후다닥 심기를 끝내버린 뒤 비료와 거름으로 농사를 짓는 이곳의 관행농법이 농사의 정석이 돼버린 농부들이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을 일을 몇 날 며칠 몇 달 동안을 하고 있다. --- p.79 거친 봄바람에 웅크린 채 눈치를 보는 꽃들 사이에 자못 용감해 보이는 무스카리나 민들레는 밟혀도 꿋꿋이 일어나는 잡초처럼 땅을 가까이 납작 몸을 낮추어 피었다. 웬만한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찢기지 않으려는,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아 본분을 다하려는 듯 납작 엎드려 피는, 여리디여린 꽃들을 보니 인간들 때문에 풀꽃 나무들이 고생하는 것만 같아 부끄럽고 미안하다. --- p.92 복을 짓는 일, 복을 쌓는 일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보면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하는 게 아니라 적극 나서서 돕는 일일 것이다. 꼭 돈이 아니더라도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이를 보면 먹을 걸 나눠주고, 입을 것이 없어 헐벗은 사람을 보면 옷을 나눠 주는 일, 곧 베푸는 일이다. --- pp.120-121 고양이는, 1만 년 전 인간에게 신으로 또는 귀족과 같이 섬김을 받던 종족이라 그런지 인간에게 쉽게 다가오질 않는 건 물론이고 집사(?)도 선택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쩌다 만난 인간이 저에게 이로울지 해로울지를 지켜본 뒤 고른다는 말이다. 어쨌거나, 7년 남짓 길냥이들이 드나들게 공짜 밥집을 열다 보니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들을 보고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배울 점은 배가 부르면 한 알도 더 이상, 절대로 먹지 않는 것과 아프면 잠만 잔다는 사실이다. --- p.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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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덩골 가재들은 마카 어디로 갔을까!
조금 느려도,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어느 산골 중의 이야기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길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세상 소식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키우는 도화선이 되어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이 책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조금 느리더라도 생명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한 승려의 이야기다. 이 책에는 거창한 깨달음도, 놀라운 발견도 담겨 있지 않다. 그저 하루하루를 정성껏 살아낸 기록일 뿐이다. 집 천장에 숨어든 쥐가 제발 자신의 눈에 띄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죽음을 앞둔 이웃 할머니를 염려하고, 마당에 심은 은행나무의 역사를 상상한다. 산을 뒤덮은 올무 덫을 제거하고, 땅에 묻힌 쓰레기를 처리하고, 농약과 기계 없이 묵묵히 밭을 맨다. 꾸밈없이 솔직한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어쩐지 맑은 공기와 흙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기분이 든다. 행복을 유예하지 않고, 남에게 베푸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여린 생명을 어루만지는 그의 단단한 심지를 통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늘 불안을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영감과 위안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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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없는 집사의 방사시(房舍施)
법혜 스님은 처마 밑에 걸려 있는 연등이 없으면 등이 굽은 미륵을 닮은 할머니가 홀로 살고 계실 것 같은 집에 산다. 마당 입구에 적당한 크기의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스님은 사계절 그 은행나무의 말을 들으며 사는 듯싶지만 슬쩍 엿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보꾹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변기에 빠진 생쥐를 살려서 집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그뿐인가. 어린 시절의 놀이터인 흥정천 팔석정에서 도반들과 함께 쓰레기를 줍느라 땀을 흘린다. 그렇다. 법혜 스님의 고향은 가재가 살던 봉평의 어느 골짜기다. 그 골짜기 근처로 돌아와 탐진치(貪瞋痴)를 멸하고 담마(dhamma)로 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먼길을 여전히 걷고 있다. 스님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장돌뱅이들이 밤길을 걷다 찾아와 하룻밤 묵어가길 청하면 기꺼이 방을 내주었던 일을 떠올린다. 그건 다름 아닌 불교의 일곱 가지 베풂 중에 집과 방을 내주는 방사시와 다르지 않음을 눈치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스님의 산방으로 길고양이들이 한 마리, 두 마리 찾아오기 시작한다. 스님은 옛날의 아버지처럼 기꺼이 고양이들의 방과 먹을 것을 마련해준다. 머리카락 없는 집사가 되어. 이 산문집은 그 모든 것들이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아름다운 여행기다. - 김도연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