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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01 크로마뇽인 여성에 대한 재발견 02 직조의 여신 황다오포가 남긴 선물 03 소피, 천문과 약초와 사랑의 연금술사 04 마르틴의 광물학과 17세기 프랑스의 ‘악마학’ 05 뉴턴의 시대, 과학에 푹 빠진 귀족 부인들 06 야생의 여인 이사벨과 학자들 07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난 여성, 엘리자베스 티블 08 다비드가 그린 두 과학자의 죽음 09 마당발 메리 서머빌이 기록한 과학자들 10 과학의 탈선을 에견한 메리 셸리와 조르주 상드 11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 12 ‘표면’의 신비를 밝혀낸 세 명의 여성들 13 다윈도 두려워한 ‘대륙의 번역가’ 클레망스 루아예 14 방사능 마녀 로이 풀러와 전기 요정들 15 시대를 앞서 간 아이다의 위험한 여행 16 소피아 코발레프스카야의 행복함수 17 무력과학에 맞선 퀴리 부인과 여성 과학자들 18 4차원의 세계를 설명한 수학계의 ‘이모님’ 앨리스 19 대칭성과 보존법칙의 신비를 밝힌 에미 뇌터와 우젠슝 20 슈뢰딩거의 암고양이들과 과학적 성취 21 인류학 지도를 다시 그린 영장류학계의 여성 삼총사 찾아보기 참고자료 감사의 말 |
Nicolas Witkow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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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과학 분야에서는 여성들이 충분히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운의 운명에 처한 경우가 의외로 상당히 많다. 물론 또 다른 X선 결정학의 대가 도로시 호지킨이 2년 후인 1964년, (어쩌면 양심에 일말의 가책을 느낀 심사위원 덕분에)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이는 소수에 적용된 예외상황일 뿐이다. 독일의 퀴리 부인으로 불리는 리제 마이트너는 핵분열을 발견했지만 자신이 고용한 남성 연구원 오토 한에게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빼앗겼고, 중국계 미국인 여류 물리학자 우젠슝 또한 같은 슬픈 운명에 처한다. 노벨상을 받은 대가로 퀴리 부인이 감내해야 했던 야비한 공격들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나마 제대로 평가된다. 실제 과학사를 살펴보면 금녀禁女의 영역을 침범한 것인 양, 이 여성들의 운명은 가혹했다.
에이다는 배비지의 해석기관에 대한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주석을 달아놓았다. 논문 그 자체는 쉽게 잊혔으나, 에이다의 주석은 오래도록 가치를 발하고 있다. “표면적인 접근을 넘어서서 진정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쓰인 주석이 두고두고 회자되는 것이다. 그녀는 20세기 후반의 학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이 시기, 배비지의 해석기관이 에이다의 해석 능력으로 컴퓨터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즉, 가장 위대한 과학적 진보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 방식에서 비롯된 부분이 더 크며, 이론과 실제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게 해주는 정보와 시뮬레이션, 모델링 작업으로 과학적 진보를 실현하는 것이다. 1903년 퀴리 부부에게 노벨상을 수여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을 때, 스웨덴의 페미니스트 수학자 미타그레플러가 나서서 반발한 덕분에 마리 퀴리도 남편 이름 옆에 나란히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퀴리 부부가 상을 받기 위해 스톡홀름에 도착했을 때에는 남편인 피에르 퀴리만이 연단에 선다. 마리에게는 잠자코 있을 권한밖에 없었기에, 집념의 노벨상이 아닌 체념의 노벨상이었다. (…)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을 때, 마리는 일명 ‘프티 퀴리’라 불리는 작은 트럭을 손수 몰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방사능 장비를 탑재한 최초의 트럭으로, 의사들이 장병들의 몸에 박힌 포탄 파편을 빼내는 작업에 도움이 됐다. 헤르타 에어턴은 그보다 더 유용하게 쓰였던 소박한 장비를 선보인다. 유체역학 쪽에서 자신이 수행한 연구를 기반으로 만든 일종의 환풍기로, 참호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데 일조했으며, 프리츠 하버(유대계 독일인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으며,겨자 가스를 개발한 인물)의 주재 아래 독일군이 만들어낸 유독가스를 방출시키는 데도 요긴하게 쓰인 장비였다. 다비드 힐베르트, 펠릭스 클라인, 헤르만 바일 등은 “에미 뇌터가 여러 측면에서 월등하다”며 학교 측에서 그녀를 받아주길 바랐고, 아인슈타인도 같은 입장이었다. 하지만 에미 뇌터는 여성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남성들이 대거 장악하고 있던 분야에서 그들의 그늘에 가려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비운의 수학자이다. 뇌터는 평생 직위도 급여도 안정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뇌터의 첨예한 연구 성과가 어떤 영향력을 미쳤으며 얼마나 독창적이었는지 아는 소수의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셜리 스트럼의 이야기에 따르면, 남성 영장류학자들은 현장에 가면 지프에서 내리지 않은 채 멀리서 지켜보며 기록하고, 밥 먹을 때가 되면 짐을 챙겨 가버리곤 했다고 한다. 반면 스트럼을 비롯한 여성 영장류학자들은 차문 밖으로 나온 덕분에 원숭이들 사이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들 무리 속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종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에는 차문 밖으로 나오는 것이 매우 중요한 단계였던 셈이다. “함부로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먼저 앞서 나가지도 않으면서” 영장류의 친구들이었던 그녀들은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힘겹게 영장류에게로 다가갔다. 이 과정에서는 겸허한 자세와 직감적인 순간 대처 능력, 공감 능력 등이 요구되며, 각 개체들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재능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여성으로서의 능력을 살린 덕분에 일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__본문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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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여자들의 ‘딴짓’이 이루어낸 것들
크로마뇽인의 시대에서 현대까지, 성차별적 사회 속에서 여성이 과학에 어떻게 기여했고, 동료 남성 과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노력과 기지로 과학적 성취를 이뤄냈는지를 재미있는 과학의 발견 뒷이야기를 알 수 있는 책이다. 시대 순으로 배열된 21개의 챕터마다 2~3명의 인물이 소개되고, 각각 다른 발견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수십 명의 과학자들을 한 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또한 큰 즐거움이다. 뒷부분에는 여성 과학자들의 발견에 영향을 끼친 주변 인물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어린시절 이야기,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 참고 문헌을 담아, 이 책을 읽은 이후에 더 많은 과학 지식을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 그 다음 읽을 자료를 소개해주고 있다. ‘직조의 여신’으로 불리며 중국 방직기술의 혁신을 가져온 기계를 발명한 황다오포, 여성 천문학자이자 식물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소피 브라헤, 라듐을 발견해낸 마리 퀴리, 자기력 연구의 대가였던 메리 서머빌의 이야기는 그동안 남성의 영역에서 보조 역할밖에 못했던 여성 과학자들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며 주인공으로 나서는 인물들의 이야기라 재미있다. 또한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 천재 수학자이자 평면판의 진동현상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소피 제르맹, 표면장력 연구에 성공한 아그네스 포켈스, 반사방지 렌즈를 만들어 선글라스를 탄생하게 해준 캐서린 블로젯, 그리고 대칭성의 신비를 풀어낸 에미 뇌터 등의 이야기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통념 앞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연구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과학적 성취로 증명해보인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욱 재미있다. 특히 영장류 연구의 대가인 제인 구달과 다른 여성 삼인방의 연구 결과 등, 그동안 남성 연구가들이 잘못 설정해놓은 과학 이론을 실질적인 증명 과정을 통해 완전히 뒤집어 새롭게 이론을 정립한 최근의 ‘발견’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사랑’과 ‘평화’를 위한 과학 확률적으로 봤을 때 남성 과학자와 여성 과학자의 연구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면, 여성이 좀더 평화적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녀들이 남성 과학자들의 탈선과 무력과학의 위험성에 대하여 미리 내다볼 수 있었던 것은 여성적 ‘직관’과 평화적 성향이 바탕이 되었다. 과학계의 역사가 조금만 여성에게 열려 있었다면, 더 나아가 여성들이 중심이었다면 20세기의 역사가 조금은 덜 잔혹하지 않았을까 하는 가설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다. 남편인 프리츠 하버 박사의 독가스 연구에 반대한 클라라 임머바르, 단백질 결정학의 창시자이자 평화운동가인 도로시 호지킨, 핵에너지를 발견하고 오로지 평화적 도구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리제 마이트너 등 여성 과학자들이 존중받는 이유는 파괴가 아닌 창조에 기여하였고, 전쟁이 아닌 평화, 생명을 살리는 데 과학의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