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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그리운 건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첫 대면 나를 부르는 소리 가족의 탄생 우리 집은 양털 밭 2부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기다림 대문 지키는 아이 기다림의 온도 엄마의 전시회 예고 없는 이별 3부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우리 모두는 한낱 배우 브라보 마이 라이프! 무대로 가는 길 배우로서 견뎌야 할 시간들 영화배우가 된다는 건 일만 시간의 법칙 4부 우리는 모두 자신의 역작을 기다린다 데뷔의 순간 여자 강우석에서 감독 방은진으로 보는 나와 보이는 나 그리하여 떠나기도 하라 기대하고, 기다리다 5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외면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칠 년의 사랑 사랑과 집착 사이에서 영원한 지하철 1호선, 영원한 청년 김민기 내 마음의 거울, 네 눈의 거울 우리가 있잖아요! 밤으로의 여행 6부 어디에 있는가보다 중요한 건 어디로 가는가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 안개가 있는 한 폭의 수채화 목련이 피기 위하여 고도를 기다린다 2부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기다림 대문 지키는 아이 기다림의 온도 엄마의 전시회 예고 없는 이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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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던 라마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덴티 츄 봉지 뜯는 소리를 듣고 살아난 케이스는 대한수의학회에서도 풀지 못한 미스터리로 남았다고 한다.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방법으로 라마를 깨우려고 했던 원장님의 ‘특효 처방’은 그분이 많은 시간을 라마와 함께 보냈고 그만큼 라마를 아꼈기 때문에 유효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도 훨씬 오래전, 하릴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라마를 살갑게 보살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 28쪽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수줍게 작품 앞에 서 있는 엄마의 모습에 나는 일순 현기증을 느꼈다. 일흔이 넘은 엄마가 인생의 황혼 녘에 숨은 재능을 찾아 스스로 결과물을 일구어냈다는 사실에 한층 마음이 벅찼다. 그저 저 잘난 맛에 늘 바쁜 척하며 부엌에 있는 엄마의 모습만 간직했던 나는 부끄러움 속으로 숨어들었다. ? 76쪽 나는 혼자서 목욕탕에 가는 게 가장 싫었다. 엄마랑 같이 온 아이들이 딸기 우유를 빨며 물놀이하듯 목욕탕을 뛰노는 모습이 보기 싫었고, 혼자 왔느냐며 친절을 베푸는 아주머니들이 싫었다. 등을 밀어준다며 내 때수건 말고 당신들이 쓰던 때수건으로 나를 돌려 앉히고 때를 미는 게 너무너무 싫었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선뜩하게 다가와서. 동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보이듯 빤해서. 하지만 나는 보채지 않았다. 엄마가 보고 싶어도 참았고, 그렇게 보고 싶던 엄마를 봤을 때도 담담한 척했다. ? 96쪽 ‘나는 행복한가? 행복해지려고 하는가?’ 단순하기 그지없는 이 질문 속을 헤매던 끝에 당도한 또 하나의 질문. ‘나는 무엇이 되려고 하는가?’ 나는 두 개의 철로를 동시에 달리려는, 머지않아 전복될 것이 분명한 한 량짜리 기차였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그 두 개의 철로를 어떻게든 하나로 연결시켜야 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화두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로 향했고, 꼬박 일주일간 한자리에서 나만을 바라보며 고민한 끝에 아주 단순한 진리 하나를 찾아냈다. ‘나를 기다려주는 곳은 무대. 그리고 나는 그 무대에 서기를 강렬히 열망한다.’ ? 105쪽 그런데 우리에겐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이상한 열기 같은 것이 있었다. 자잘한 사고와 부상이 끊이질 않고 까딱하면 폭발 사고까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면서 배우들은 스태프들에게 감동하고 스태프들은 배우들에게 감동했다. 모두가 함께 최악의 여건을 묵묵히 견뎌준 끝에 오로라 공주는 태어났고, 내게 지금까지 감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과 자신감을 주었다. ? 147쪽 “인생이란 다 그런 거야.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아픔과 슬픔이 찾아오는 거야.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아직 나는 고작해야 갓 겉껍질을 떨어뜨리기 시작한 정도이리라. 흩어진 그 잔해들을 치우다 보면 불현듯 목련이 피어나듯이, 언제고 나의 꽃도 피어나겠지. 그 아픔과 슬픔도 다 보배롭고 귀하게. 하여 나의 어리석음 때문에 그날이 지체되지 않도록 늘 깨어 있기를 발원하나이다. ?274쪽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라던 황지우의 시구는 우리 모두를 두고 하는 복화술이다. 살아 있는 한 기다림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림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다면. 지나치는 그 순간 청춘은 지루하고 무료하게 느껴지지만, 인생의 절반을 넘어서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바삐 뛰어다니느라 놓치는 것들이 많아진다. 조금 헐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여 비축해두면, 훗날 절망을 수월히 견딜 수 있게 하는 축대가 되리니. ? 281쪽 ___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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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무대에서 끊임없이 변신하는 그녀
방은진 감독의 감성에세이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아픔과 슬픔이 찾아오는 거야. 너만 그런 거 아니야“ 그리워하다 ? 견디다 ? 꿈꾸다 삶이 그녀에게 가르쳐 준 기다림의 의미 『라마야 기다려』는 영화 오로라 공주, 용의자 X, 집으로 가는 길에서 섬세한 연출력으로 배우 출신 감독의 한계를 넘어 주류 상업영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방은진 감독의 감성에세이다. 그동안 연극무대와 스크린에서 연기로, 카메라 뒤에서 연출로 대중과 소통했던 방은진 감독은 다른 사람의 인생이 아닌 자신의 스토리를 한 권의 책에 담아 감성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방은진 감독은 14년 동안 그녀의 곁에서 충직하게 기다려 준 반려견 라마와의 추억을 화두로 기다림이란 한 단어에 응축된 삶의 뜨거운 편린들을 이야기한다. 누구에게나 기다리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기회를 꿈꾸고, 누군가는 시련을 견딘다. 그 기다림의 시간을 모두 더하여 당신만의 역작이 만들어진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사랑을 하고 꿈을 꾸며 찬란하게 빛나던 순간들과 시련을 견디고 상처가 아물기까지 가슴 저미도록 흘려보낸 순간들이 씨실과 날실로 교차하는 것이 인생의 현장이란 것을.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종종 잊는다. 그 현장의 가장자리에서 우리가 고단한 여정을 마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엄마 품이 그리울 나이 만 여섯 살에 무뚝뚝한 아버지와 배다른 형제들이 있는 차가운 집에 남겨진 아이, 아이는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 대문을 지키며 기다림을 배우기 시작한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온도는 기다림의 대상이 무엇인가에 따라 극과 극으로 달라진다. 휑뎅그렁하니 커다랗기만 한 집에서 어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과, 온종일 뛰놀았던 나의 모험담을 들어줄 가족들을 기다리는 마음의 온도 차. 나는 라마에게 어떤 기다림의 온도였을까. --- 본문 중에서 어쩌면 평생 라마에게 나라는 존재는 기다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기다림의 대상이고 또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눈물 나게 행복하고 또 모든 것이 부질없어질 만큼 힘든 나날들은 모두 기다림이라는 타임라인 위에 펼쳐진다. 그것은 아마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들이 수많은 인연을 거치면서 인생이라는 집을 짓고 부수고 또 지어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외로웠던 나에게 라마는 늘 따뜻한 온기를 주었고, 하염없는 사랑과 위로를 건네주었다. 그렇게 라마는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 본문 중에서 그렇게 그녀는 라마와 함께한 십사 년 동안 오로라 공주, 용의자 X, 집으로 가는 길 세 편의 장편 상업영화를 만들었고, 방은진 스타일의 섬세하면서도 불처럼 뜨거운 영화들을 내놓았다. 여전히 그녀의 곁에는 어느덧 노견이 된 라마가 머물러 있고 또 천방지축 삽살개 마루가 함께 있다. 배우의 정점에서도 상업영화 감독으로서의 필모그래피가 차곡차곡 쌓여도 시련은 끝나지 않는다. 집으로 가는 길이 예상 밖의 부진을 겪으며 준비하던 차기작에서 하차해야 했던 아픔이 또다시 그녀의 발목을 잡아도 그녀는 주저앉지 않는다. 그것은 평생 그녀가 단련했던, 그리고 라마가 가르쳐준 기다림의 또 다른 이름, 바로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겪어온 삶의 현장에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이상한 열기 같은 것이 있었다. 최악의 여건을 묵묵히 견뎌준 사람들이 있었고 절박한 기다림의 시간을 누군가와 더불어 견디며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이 만들어지는 시간 속에 머무는 것이 살맛을 넘어선 행복임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녀는 서로가 서로의 꿈의 현장을 지켜주는 사람들과 함께 언젠가 우주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물론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는 먼저 그녀의 역작을 만나게 될 것이다. 『라마야 기다려』는 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통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힘듦과 슬픔을 응시하게 만든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모두가 기다리는 ‘고도’의 실체가 끝내 나타나지 않지만, 그럼으로써 결국 우리들 각자가 기다려 온 고도의 존재를 만나게 되는 것처럼. 그녀는 삶의 무대에서 우리 모두가 고도를 기다리는 고고, 디디라는 것을 속삭인다. 고고. 디디. 당신들은 참으로 슬픈 거야. 산다는 건 슬픈 거야. 번번이 실패하고 좌절하고 슬퍼지는 인생을 목도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기다리면서 간절하게 염원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을 가슴 저미도록 흘려보내고 묻어버리면서. 인생은 그녀의 말처럼 부조리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희망과 절망, 행복과 불행이 뒤섞여 있는 우리들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다림을 대하는 자세가 곧 미덕이다. 그녀가 말한다. 나와 당신에게 ‘고도’는 분명 존재한다고. 그러니까 브라보 유어 라이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