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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황과 모색의 시절
오빠는 들꽃이 어디서 피어날 지 알고 있었다 자유인 빈센트, 세상 속으로 성직자의 길 - 내 모든 것을 나누어주리라 2. 화가, 하나님이 정해주신 나의 길 새로운 시작을 위한 털갈이 시대 인간의 근원적인 고뇌를 그리고 싶다 사랑 없인 살 수 없다 그림은 가슴으로 그리는 거야 붓 끝에서 묻어나는 짙은 흙냄새, 삶의 진실 그림을 향한 끝없는 갈증 3. 파리 시절 내 팔레트에 봄이 찾아왔나봐 파리의 친구들 일본 판화, 그 영원한 동경의 시작 일본 판화전, 나의 첫 사회활동 자화상, 내면의 나를 비추는 거울 4. 아를 시절 고독과의 싸움으로 시작된 새 삶 태양과 색채를 사랑하는 화가가 꼭 들러야 할 곳. 아를 쉬지 않고 돌진하는 기관차처럼 나의 희망 노란집. 나의 친구 고갱 무너진 노란집의 꿈 상처받은 영혼으로 그림을 그리다 5. 생레미 시절 미치더라도 창조하는 화가이고 싶다 팔레트에서 기쁨을 창조하는 위대한 예술가 고통은 제게 주소서, 그리고 제 가족에겐 평화만을 … 6. 황금 밀밭 너머로 날아가다 꺼져가는 영혼으로 오베르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내 영혼의 마지막 안식처, 불타는 황금 밀밭 네 가슴의 고동을 들으며 가고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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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이 세상의 모든 고통에 희생당하면서 그 고통에 어떠한 숭고한 값어치를 두고 그것들과 싸우며, 그렇게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 했던 것이다.… 내가 죽어가는 형의 침대 옆에서 빨리 회복되어 이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라고 말했지만 형은 슬픔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라며 죽기를 원했단다. 나는 형의 뜻이 무언지 알고 있다.'
--- p. 2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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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부활한 제가 저 먼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 눈은 현실을 보는 눈이 아닙니다. 이제 다가올 죽음 건너편을 관찰하는 예리하고 냉철한 눈입니다. 현실의 고통과 슬픔은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그저 있는 대로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러나 다가올 죽음 너머의 세게는 이제부터 준비해야 할 새로운 도전입니다. 굳게 다문 입에서 굳은 마음의 각오를 읽을 수 있습니다. 잘 정돈된 붉은 머리와 턱수염이 더욱 엄숙하게 보입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푸른 녹색 상의 속의 하얀 셔츠가 유난히도 희어 보입니다. 순수하고 정결한 제 마음의 일부입니다.
--- p.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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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생 동안 36번에 걸쳐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유화로 그린 수치인데, 연필로 그린 것은 세어보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그보다는 더 많을 것입니다. 마음의 변화를 느낄 때마다 예외없이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자화상에서 보이지 않는 내면의 저를 수없이 발견하고는 당황해하고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래도 그 자체가 저였기에 알면서도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슬프지만 그러한 저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희망과 기쁨으로 그렇게 그렸습니다.
저의 자화상은 세 시기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가 네덜란드 시절의 것입니다. 그때는 몇 번의 연필화를 제외하고는 제 얼굴을 직접 그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화가로서 자신을 정립하지 못한 데다 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빌려 제 마음의 자화상을 그려보았습니다. 둘째가 파리 시절입니다. 36점의 자화상 중 27점이 이 시절에 그린 것입니다. 화가로서 성장해감에 따라 그림과 마음에 변화가 많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의 일기장에는 보이지 않는 삶의 슬픔과 고통이 항상 배어 있습니다. 그리고, 변해가는 제 그림의 형태와 색을 볼 수가 있습니다. 파리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그림 그림이 제 자화상입니다. 정장 차림에 중절모를 쓴 저의 모습에서 잔잔한 희망과 미래에 대한 호기심 어린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세가토리와 사랑에 빠졌을 때 그린 자화상은 존엄성을 은근히 과시하려는 듯한 얼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남자의 자존심, 그리고 남자로서의 위신 같은 것을 나타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런 부자연스러움을 애써 감추려 입에 문파이프가 그림을 더 부자연스럽게 만듭니다. 그리고 인상파와 신인상파의 영향을 받으면서부터는 밝아지고 거칠어진 붓질이 한층 대답해지고, 극도로 강렬한 색으로 저의 얼굴을 그려갔습니다. 그런데 세가토리와의 사랑이 깨지면서 얼굴 표정은 정중함을 잃고 거칠어지기 시작합니다. 또 언제나 광기 서린 듯한 눈빛은 더욱 밝아지고 색의 조화는 태양빛이 보여주는 그대로입니다. 제 눈동자는 항상 불타고 있습니다. 현실이 어렵고 고통스러울수록 저의 눈동자는 광채를 더해갑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 제 영혼이 빛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현실이 어려울지라도 저는 제 갈길을 알고 있었고 저의 의식과 관계없는 무한한 힘이 저 높은 곳에서 저를 이끌어가고 있었고 저의 의식과 관계없는 무한한 힘이 저 높은 곳에서 저를 이끌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육체적인 고통에 비례하여 영혼의 힘이 항상 따라왔습니다. 그 힘이 무너지면 저는 이곳에 존재할 이유가 없게 됩니다. 곧, 저의 자멸을 의미합니다. --- pp.124-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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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고 돌진하는 기관차처럼
희망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미래의 미술학교, 화가들의 천국이 될 노란집을 정리 정돈해야 했습니다. 노란집은 방 네 개와 넓은 마루방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고갱과 제가 방을 하나씩 쓰고 나머지 방과 공간을 작업실과 그림 보관하는 곳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우선 고갱이 쓸 방을 장식했습니다. 마룻바닥에 푸른색과 녹색, 붉은색 무늬가 있는 카펫을 깔았습니다. 벽은 흰색으로 밝게 칠하고 창문의 커튼은 엷은 녹색 천으로 달았습니다. 그리고 나무로 만든 침대 옆에 조그마한 책장을 놓았습니다. 들어오는 문 옆에 세수하고 손씻을 세면대를 설치하고 타원형 거울을 그 위에 걸었습니다. 새로 꾸며진 방은 신혼부부의 방같이 깨끗하고 아늑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보이는 정면에 제가 그린 해바라기꽃 그림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들어오는 문 또 한편에는 시인의 정원에서 남녀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풍경을 그린 그림을 걸었습니다. 진한 녹색의 정원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 사랑의 시가 절로 나올 법한 시인의 정원 풍경입니다. 노란색과 녹색의 화려함과 아늑함이 이곳으로 올 고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방은 평범한 색의 마루깔개를 놓고 벽에는 무미건조한 흰색을 칠하고 나무로 만든 침대를 갖다놓았습니다. 그저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으면 족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해바라기꽃 그림을 제 방에 걸었습니다. 이제 고갱을 맞이하기 위한 단장은 일단 끝났습니다. 9월 16일, 지누 아주머니 여인숙에서 노란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물론 고갱이 올 때까지는 식사는 아주머니 식당에서 했습니다. 이사한 첫날 밤 푸른 꿈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내 집의 포근함이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바빴고 가장 많은 그림을 그린 때입니다. 그래도 힘든 줄을 몰랐습니다. 그저 가슴은 즐거움과 희망으로 고무풍선처럼 한껏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가 올 때까지 비어 있는 벽을 채울 그림만 그리면 되었습니다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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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의 소박한 의자가 저를 향해 외롭게 놓여있습니다. 소박하지만 견실한 풍채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끈으로 엮어 짠 방석 뒤에 제 파이프와 그것을 채워줄 엽연초가 하얀 천에 싸여 있습니다. 그 흰색이 모든 것을 잊은 듯한 초연함을 보입니다.
--- p.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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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외로움, 슬픔으로 얼굴진 반 고흐의 삶을 그의 영혼의 이름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반 고흐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 부족함 많은 한 인간의 생을 우리 앞에 되살려내고 있다. 흔히 천재화가, 광기의 화가라는 수식어들을 붙이지만 지은이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지은이로 하여금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싶게 할 만큼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서, 책을 읽는 우리에겐 연민의 정으로 코끝 찡하게 만드는 친구로서 다가온다. 반 고흐의 전부를 알고자 한 지은이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은 겉으로 보기엔 실패한 삶의 연속이었고, 그 자신도 지독한 가난과 고통, 외로움 속에서 37년의 짧은 생을 마쳤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과 주어진 현실을 부정해본 적이 없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사람과 자연과 하나님, 그리고 그림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한 순간도 놓지 않았고 어려울 때일수록 그림을 통해 자신의 꿈과 이상을 구현하고자 노력한 위대한 인간의 표본이다. 그러므로 그의 그림은 영원하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가 그림을 통해 부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고흐가 자살한 뒤 테오가 여동생에게 써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나는 형의 죽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슬픈 이야기같다. 어쩌면 미소를 지으며 죽어가는 사람의 불가사의가 그에게도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싶구나." 그의 그림은 자신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의 일기장이다. 그의 그림들은 한데 어우러져 거룩한 삶의 교향곡을 이루어낸다. 화가로서 산 10년 남짓한 동안, 그는 기존의 유럽 전통 회화의 흐름을 훌쪽 뛰어넘어 대답한 색상과 거침없는 붓놀림을 통해 자기 고유의 힘찬 화풍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에 왔다고 판단했을 때 그는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자신이 이룬 작은 성취에 소박하게 위안을 느끼면서 고통스런 삶으로부터 자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그림 70여 점을 아름다운 원색 도판에 담아 그의 꿈과 사랑과 이상과 고통과 소외감까지를 오롯이 전해주고자 했다. 각 그림에 대한 지은이의 독특한 해석은 반 고흐의 그림과 그의 삶의 고투를 독자들의 가슴 속에 큰 울림으로 다가가게 할 것이다. 그리하여 반 고흐의 삶의 역경과 영혼이 깃들인 그림은 바로 우리 곁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